▲ 한때 ‘암흑가의 황제’로 군림하던 조양은 씨가 사기를 당해 고소한 사건이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 ||
그는 조 씨가 차량을 리스할 때 명의를 빌려주며 리스 보증금을 속이는 방법으로 1억 2000만 원가량의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이 황당했다는 듯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도 조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의사는 곧바로 항소,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갔다.
영화 같은 삶으로 많은 화제를 남겼던 조양은 씨가 당한 황당 사기사건을 재구성해봤다.
조양은 씨는 2005년 10월 초 서울의 한 유흥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사람의 이마를 재떨이로 때려 검찰에 의해 폭행혐의로 기소됐다. 조 씨는 재판을 받는 기간이던 지난해 7월 1000만 원을 내고 보석으로 풀려났고다. 조씨는 한 달 뒤인 8월 의사 변 아무개 씨의 이름으로 영국제 고급 승용차인 벤틀리를 리스 계약했다. 벤틀리는 폭스바겐에서 만드는 고급 브랜드의 승용차로 자동차 시장에서는 벤츠나 BMW보다 더 고급으로 인정받는 차다.
조 씨는 변 씨 명의로 이 차를 리스하기로 하고 리스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기로 했다.
리스계약은 변 씨의 명의로 이뤄졌기 때문에 조 씨가 직접 리스 회사를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변 씨는 이 점에 착안해 조 씨에게 리스 보증금을 부풀려 돈을 받아냈다. 실제 리스 보증금은 5600만 원에 불과했으나 조 씨에게는 이를 1억 7600만 원이라고 속인 것. 벤틀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3억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데 외제차에 대한 리스 보증금은 보통 전체 자동차 값의 20% 정도다. 조 씨는 리스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정보없이 변 씨를 말을 믿고 변 씨에게 두 번에 걸쳐 이 돈을 모두 지급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 변 씨의 사기 행각은 얼마 못가 드러나고 말았다. 조 씨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연예인으로부터 벤틀리 리스 보증금으로 1억 7600만 원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자신이 실제 리스 보증금보다 3배가 넘는 돈을 낸 사실을 깨달은 조 씨는 변 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변 씨는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 사진은 조 씨의 삶을 다룬 영화 <보스>의 한 장면. | ||
재판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변 씨는 법정에서 “조 씨가 사업자금 수백억 원을 주선할 테니 차를 한 대 뽑아달라고 요청해 리스 계약을 했다”면서 “보증금 차액은 조 씨가 약속한 자금을 마련해주지 않아 이를 변제하는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며 무죄를 호소했다.
조 씨는 배상신청인 자격으로 공판 때마다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증인들이 조 씨와 법정에서 만나면 겁을 먹고 제대로 진술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분리신문을 하기도 했다. 이런 재판부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변 씨의 무죄를 입증할 만한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조 씨와 변 씨를 만나게 해 준 한 참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변 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남긴 채 자살해버렸다. 변 씨가 주장하는 사업 관련 부분에 대한 증언을 해줄 만한 결정적인 참고인이 없어져버린 것. 결국 재판부는 조 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서형주 판사는 판결문에서 “비록 초범이지만 피해액이 고액이고, 피해자와 합의되지 않았으며 수법을 봐도 죄질이 불량하다”며 변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1억 2000만 원을 조 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변 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를 했기 때문이다. 조 씨도 옥중에서 수입차 판매회사 직원이 전후 사정을 잘 확인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사기를 방조한 셈이 됐다며 보험금과 리스료 등 1억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리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제기했다.
한편 조 씨는 ‘재떨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이 확정돼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