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룸살롱에서는 손님들을 끌기 위해 가짜 비아그라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heymannews.com | ||
하지만 이것들은 말 그대로 ‘짝퉁’에 불과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은밀히 유통되고 있는 이들 제품들에 대해 ‘100% 가짜다’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 가짜는 진짜와 같은 약효는 기대하기 어렵고 잘못 복용하면 부작용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단속도 강화하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대중들의 ‘비아그라 환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짜 비아그라 유통 실태에 대해 취재했다.
가짜 비아그라가 유통되는 이유는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진짜 비아그라를 처방받기 위해 의사를 찾아가는 것도 귀찮고 대부분 호기심에서 사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방에 필요한 근거를 대기도 쉽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남성들은 가짜 비아그라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짜’는 성분이 조작돼 만들어지기 때문에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경찰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제품은 비록 정품과 유사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화학구조가 변경·합성돼 있고, 일부 성분은 함유량 자체가 진품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제품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진품의 경우 제약회사들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 임상실험을 하고 이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됐지만 가짜 제품들은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생산된다. 이미 알려진 대로 ‘가짜’는 두통, 소화불량 등을 일으키고 협심증 치료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 가짜들은 혈압상승, 저혈압 쇼크, 망막 혈관의 파열에 의한 시각 장애 등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에도 가짜들은 너무나 쉽게 유통되고 있다. 자동차 유리 틈새에 끼어 있는 폰팅 광고처럼 전단지가 거리에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고, 거기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를 통해서 거래가 성사되고 퀵 서비스를 통해서 배달된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 내의 화장실이나 성인 사이트의 게시판에서도 관련 제품들의 광고 홍보성 글들을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은 겉으로는 ‘미국에서 직접 들여온 진품이다’라고 고객들을 안심시킨다. 대체로 한 통에 6만~10만 원선에 거래되고 많게는 30알까지 들어있다고 한다.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서는 ‘서비스’로 손님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어차피 손님들의 술값에 비하면 가짜 비아그라 약값이야 별것 아니고 하나쯤 끼워주면 손님들이 좋아해 오히려 매출이 오른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손님들도 ‘가짜 아니냐’고 하면서 손사래를 치지만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면 대부분 관심을 갖는다. 가짜라고는 하지만 독약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일 복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술기운이 오르면 경계심이 풀어져 ‘한번쯤…’ 하는 유혹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비아그라 때문에 다시 우리 업소를 찾아오는 손님도 있을 만큼 효과는 나쁘지 않다.”
강남의 룸살롱 영업상무로 있는 P씨의 얘기다.
가짜 비아그라의 유통에 대해서 잘 아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한 명에게 많은 양을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남용과 부작용을 우려해서 이런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고 또다른 ‘하부 판매책’이 양산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라고. 따라서 공급책이 아닌 하부 판매책은 대부분 많아야 한 통 정도를 판매할 수 있을 뿐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한 통을 몇알 단위로 나눠서 판매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점조직을 통해서 물건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단속하는 경찰도 애를 먹고 있다. 어쩌다 하부판매책 한두 명이 단속에 걸려들긴 하지만 이들은 유통구조상 최하위의 피라미들일 뿐 그 위의 공급책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물론 이들도 경찰의 추적에 대비해 거래를 대포통장으로 하고 전화도 대포폰을 쓰고 있다.
이들은 가짜 비아그라 외에도 그 정체와 효능을 알 수 없는 ‘여성 흥분제’와 ‘최음제’ 등도 광고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실상을 잘 모르는 남성들로, 이들은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이들 제품들을 구입해 끊임없이 여성에게 약효를 시험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남성들이 몰래 차나 술에 타서 상대 여성에게 먹이기 때문에 상대 여성은 영문도 모르고 피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가짜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남성들은 ‘가짜지만 효과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자영업자 L 씨는 “아는 사람이 가짜 비아그라를 먹고 ‘실전’에서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가짜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진품과 같은 성분이 들어있는 것 아니겠냐”며 “어차피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진짜는 구경하기도 힘들지 않느냐. 가짜라도 기회가 닿으면 써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L 씨의 생각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언급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는 “자신의 몸을 상대로 인체 실험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짝퉁 비아그라 밀수는 해마다 수십 배씩 증가하고 있다. 2007년의 경우 2006년에 비해 무려 40배가 넘는 밀수가 적발됐다. ‘적발’된 건수만 그렇다는 이야기다. 적발되지 않고 밀수에 성공한 양까지 합치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경찰도 이를 단속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이들 밀수 및 판매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도 “일부 경찰의 힘만으로 통제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대대적이고 전면적인 단속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heymantoday@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