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구속된 채 2년 간 재판을 받아온 김 교감은 지난 10월 파기환송심을 통해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그러나 김 교감과 그의 문제를 다뤄온 원린수 형사문제연구소 소장은 경찰·검찰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CCTV 화면 영상 등 과학적 증거가 확보됐음에도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제대로 된 법의 판결을 받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규진)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로 구속 기소된 포천 A초등학교 김 교감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 교감은 지난 2011년 12월부터 9월초까지 자신이 교감으로 있는 A초등학교 6학년 학생 8명을 상대로 뒤에서 껴안고, 어깨를 다독이며 브래지어 끈을 만졌으며, 가슴부위를 손가락으로 찌르는 등 16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아 구속기소됐다. 심지어 강제추행 사실을 감추려고 김 교감이 학생을 협박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1심 법원은 김 교감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고, 2심에서는 협박부분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 6월을 판결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여학생 1명에 대한 성추행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 의견으로 파기환송시켜 3년으로 감형됐다.
그러나 김 교감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특히 김 교감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2년째 조사하고 있는 원린수 형사문제연구소 소장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과정, 재판부의 공판 과정에서 초등학교 내 CCTV 화면 등 과학적 증거를 받아주지 않아 제대로 된 법의 판결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리어 증거 채택은커녕 CCTV 화면을 확보하고도 경찰과 검찰이 허위수사와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증거로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원 소장은 강조했다.
사진=원린수 소장이 증거 채택을 위해 사건 당일을 재구성한 CCTV 화면 분석자료.
실제 포천경찰서는 김 교감의 성추행 및 협박에 대한 고소가 들어온 직후인 지난 2012년 9월 7일 학교 CCTV 화면을 증거로 확보했다. 이후 9월 27일 경찰 수사보고서에서는 “A초등학교 행정실 직원 서 아무개 씨가 본건이 문제가 된 후 녹화돼 있는 자료를 검색해 보았으나 교감이 피해아동을 추행하는 장면은 없었다며 자료를 제출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원린수 소장이 서 씨에게 “당신이 아이들 성추행 장면은 CCTV 상에 사각지대에서 일어나 촬영이 안됐다고 경찰에 보고했다는데, CCTV를 다 보았느냐”고 묻자, 서 씨는 “나는 CCTV를 자세히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경찰과 전화를 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서 씨는 파기환송심 재판에서도 CCTV 화면을 본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서 씨가 화면을 모두 확인한 것으로 적은 것이다.
또한 CCTV 화면을 제출받은 의정부지검에서도 수사보고서에 “복도에 설치된 CCTV가 바닥면을 촬영하고 복도 전체를 촬영하지 않은 CCTV가 많았다”며 “CCTV 녹화자료 상 피의자가 피해자들을 추행하는 장면이 전혀 촬영돼 있지 않은데 이를 보면 CCTV가 촬영되지 않은 사각지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CTV 화면을 보면 12개의 CCTV 중 바닥면을 비추는 것은 1개에 불과하다. 또한 바닥면을 비추는 CCTV 화면 역시 바닥의 그림자를 통해 사람이 지나 가는 것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원 소장은 CCTV 화면을 확보해 아이들이 교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CCTV 화면을 재구성했다. 그러자 진술 속 날짜와 시간에는 김 교감과 학생들이 같은 장소에 없고, 동선이 겹치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성추행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원 소장은 “현재 확보된 지난 2012년 8월 22일에서 9월 7일까지의 CCTV 화면을 보면 그 기간에 김 교감의 성추행 혐의는 모두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김 교감에 대한 앞서의 혐의들 역시 무죄가 될 수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교감과 원 소장은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CCTV 화면을 명백한 과학적 증거이기 때문에 검증·감정해달라고 몇 차례 신청서를 제출했지다. 하지만 재판부는 CCTV 녹화화면에 대한 검증 및 감정을 실시하지 않았고 증거로도 채택하지 않았다.
김 교감은 현재 안양 교도소에 구속돼 대법원에 상고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원 소장은 최초 사건을 담당했던 포천경찰서 원 아무개 경위와, 의정부지검의 최 아무개 검사, 강 아무개 검찰주사를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 고발건은 의정부지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원 소장은 김 교감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학생들 중 CCTV 화면을 통해 거짓이 확인되는 4명에 대해서도 무고죄로 고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 소장은 “학생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김 교감을 성추행 혐의로 허위고소했는지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학생들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이들을 고발해야지만 법원에 출석시킬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고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