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률 전 청장 | ||
5급 이상 대상자들에 대한 인사의 특징을 보면 한 전 청장 색깔 지우기로 정리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전 청장은 취임 초기부터 신성해운 사건 등 각종 루머에 휩싸이며 순탄치 않은 임기를 보냈다. 때문에 비서진이나 감찰실 등이 한 전 청장을 위해 적지 않은 고생을 해야 했고,이들은 자연스럽게 외부에 ‘한상률의 사람’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결국 한 전 청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이들도 한 배를 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
먼저 한 전 청장 낙마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골프파문에 동참했던 인사들은 예외없이 좌천됐다. 1월 20일 국세청이 단행한 국·과장급 인사내용에 따르면 경주 골프파문과 관련 서울청 L 과장은 그동안 초임 세무서장들이 임명돼 왔던 강원지역 일선 세무서장으로 발령났다. 또 지난 81년 7급 공채로 국세청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30년 가까이 대구지방국세청 관내를 거의 떠나지 않았던 S 세무서장은 충청지역 세무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골프회동에 연루됐던 K 세무서장도 연고가 없는 지역의 세무서장으로 전보됐다.
본청 소속 과장들이 지방 세무서로 좌천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관내로 이동하는 것은 그나마 나은 편. 수도권에서 제법 떨어진 곳으로 가는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감찰이나 대변인실 등 외부와 접촉이 잦은 라인의 교체 폭이 큰 것은 이번 인사의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단행된 인사에서 국세청은 소속 세무공무원들의 비위행위를 감시·추적·적발하는 감찰담당관, 국세청장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대변인 그리고 국세청의 살림살이와 인사업무를 맡고 있는 운영지원과장(총무과장)을 교체했다. 이들 3인방은 국세청장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으며 지근거리에서 국세청 안팎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보고·전달하는 그야말로 ‘수족’에 해당하는 요직이다.
인사이동 폭도 전례없이 크다는 것이 국세청 직원들의 전언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전반적으로 조직을 쇄신하겠다는 것이 국세청 수뇌부의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한 전 청장 취임 초기 당시 한 전 청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소문이 났던 모 인사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인사는 현재 국세청 내부에서 가장 힘있는 실력자로 통하고 있으며 곧 임명될 청장에 이은 차차기 국세청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도 내부에서 파다하다.
한 전 청장 후임과 관련해서는 현재 청와대 등에서 2~3명의 복수 후보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으나 이들 모두 한 두 가지 정도의 결격사유가 있어 이명박 대통령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