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는 불황의 그늘은 그들에게 정상적인 일자리를 가질 기회마저 주지 않고 있다. 당국도 사회도 그들에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언론들은 ‘대졸 백수’에 대해서만 연일 떠들어댈 뿐 ‘고졸 백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그들 중에는 사회 첫발을 ‘화류계’로 내딛는 경우도 없지 않다.
대졸자들은 ‘졸업이 실업’이라며 한숨짓고 있지만 고졸 백수들은 그들보다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그래도 대졸자들은 대학이라도 다녔고 눈높이를 낮추면 취직할 가능성도 있지만 자신들은 아예 기회조차 없다고 고졸 백수들은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고졸’ 학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정규직 일자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어쩌다 생기는 일자리라곤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임시직이다. 그러나 그나마도 잡을 수 있으면 행운이다. 대부분 백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일자리를 찾고 있는 김 아무개 군(20)의 말이다.
“석사학위 소지자도 구청의 청소공무원직에 응시하는 마당에 우리 같은 고졸 출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 일자리가 있겠는가. 그저 식당에서 설거지만 할 수 있어도 좋겠다. 하지만 그것마저 조선족 아줌마들이 다 장악해버렸다. 월급에 상관없이 무슨 일이든 해보려고 하지만 일자리가 없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일들은 주로 배달원이나 주유소 알바다. 그러나 이 정도만 돼도 그나마 ‘건전한 직업’이다.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일부 졸업예정 여고생 백수들은 화류계를 기웃거리고 있다. 수능 이후에 ‘아가씨 수급이 원활해졌다’는 강남의 한 룸살롱 영업상무의 이야기다.
“최근 일을 하겠다고 지원하는 아가씨들이 늘고 있다. 거의 대부분 수능을 마친 여고생이다. 물론 대부분 대학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성인이 되니까 법적인 문제도 없다. 룸살롱의 입장에서야 젊고 싱싱한 아가씨들이 많아지므로 대환영이지만 일자리가 이 정도로 없나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들 중에는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대딸방이나 안마 업소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독한 마음’을 먹고 대딸방에서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이 아무개 양(19)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차피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은 꿈도 안꿨다. 가정형편상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이다. 유흥가 쪽의 일을 알아봤다. 대딸방의 경우 잘만 하면 제법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들었다. 기왕 유흥가로 진출할 바엔 돈이라도 확실하게 벌 수 있는 곳이 낫겠다 싶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얼짱’ 소리를 들었던 조 아무개 양(19)도 강남 화류계로 진출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대학, 대학 하지만 나는 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공부 많이 하면 뭐하나. 특별한 학생들 외엔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 아닌가. 나는 이 바닥에서 최고의 에이스가 될 생각이다. 어차피 나이도 어리니 10년 정도는 뛸 각오를 갖고 있고, 그 기간 내에 내 인생을 바꾸고 싶다. 그런 점에서 ‘얼짱’이라 평가받는 내 외모가 감사하다. 외모 때문에 주변에 휘둘려 공부를 소홀히 한 측면도 없진 않지만 지금의 내겐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화류계 생활이라고 해서 무조건 백안시할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화류계 생활은 그들의 생각처럼 녹록지 않다. 독한 마음을 먹는다고 돈이 쉽게 모아지는 것도 아니다. 10년 전에 그들과 똑같은 마음을 먹고 화류계로 뛰어든 ‘선배’들이 살아있는 교훈이다. 애초의 계획대로 성공한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다는 게 화류계의 얘기다. 화류계의 환경 자체가 ‘독한 마음’을 이어갈 수 있게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한다.
북창동에서 일하는 현직 나가요 아가씨 구 아무개 양의 이야기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밑바닥생활이긴 하지만 한때는 희망을 갖고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러나 하루하루 살다보니 헌옷가지 좀먹듯 꿈은 사라져버렸다. 주변 동료들도 다르지 않다. 화류계 선배로서 그들에게 희망을 줘야겠지만 현실이 그러지 못하기에 그들에게 화류계로 투신할 용기와 배짱으로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생활도 중독성이 강해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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