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여러 모임들의 단체미팅 홍보. 최근 인터넷 단체미팅은 초창기 순수한 의도가 변질돼 ‘상술’의 하나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 ||
싱글 남녀의 만남을 주선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인터넷 단체미팅은 많은 젊은 남녀들을 솔깃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단체미팅을 경험한 일부 사람들은 지나치게 상술이 개입됐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인터넷 단체미팅은 서울의 신촌 종로 강남 대학로 건대입구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중심상권에서 주로 이뤄진다. 우선 날짜와 장소가 결정되면 주선자들이 커뮤니티나 인터넷 채팅방을 통해 참석자들을 불러 모은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에는 회원 수가 3만~4만 명에 달하는 인터넷 단체미팅 전문 커뮤니티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참가비는 성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남성은 3만~4만 원가량, 여성은 5000~1만 원 정도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어차피 술값을 나눠 내는 정도로 여기고 흔쾌히 참가비를 주선자에게 지불한다.
이렇게 일단 단체미팅이 시작되면 돌아가면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게임을 한다. 일반 미팅과 다른 것은 거의 없다. 참석자 모두가 초면이기 때문에 주선자는 보다 적극적인 게임을 통해 분위기를 이끈다.
이 가운데 다소 성적인 농담이나 액션, 스킨십을 요구하는 게임도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여성 참석자들은 분위기상 용인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문제는 모두 초면이다 보니 지나치게 매너 없는 사람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신촌에서 열린 모 인터넷 단체미팅에 참석한 한 여성은 옆자리에 앉은 남성의 돌발행동에 화들짝 놀랐다.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받던 이 남성이 여성의 머리를 쓰다듬다 갑자기 재킷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등을 어루만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불쾌한 마음에 한동안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다. 주로 1차 모임이 끝나면 파트너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자신의 파트너인 여성과 2차 혹은 3차를 제안해 함께 술을 마신 다음 돌연 흑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술에 약한 여성이라면 자칫 본의 아니게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불미스런 ‘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터넷 단체미팅은 여성보다 오히려 남성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더 많다고 한다. 대부분 단체미팅의 경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이른바 ‘노예팅’을 한다. 참석한 여성 중에서 퀸카를 뽑아 그녀와의 데이트를 미끼로 노예팅을 한다. 늦은 밤 모두가 선망하는 여성과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유혹에 많은 남성 참가자들이 적지 않은 돈을 베팅하지만 목적을 이루기 힘들다는 게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노예팅에 나오는 여성들 중에는 주선자 측에서 투입한 ‘작업녀’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 여성은 1차가 끝나면 십중팔구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데이트를 거부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결국 이들이 노리는 것은 돈이다. 이들 작업녀들은 노예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을 주선자와 나눠 갖거나 주선자로부터 일당을 따로 받기도 한다.
주선자들은 왜 이런 인터넷 단체미팅을 개최하는 것일까. 이들은 겉으론 순수한 아마추어 모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목적은 결국 돈벌이에 있다. 이들은 단체미팅이 열리는 주점이나 호프집 등에 고용된 사람들이거나 그곳과 계약을 맺은 사람들이다. 계약 관계일 경우는 보통 4~5명이 조를 짜서 맺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단 단체미팅은 최소 30여 명 이상이 참석하기 때문에 주점 입장에서 보면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게다가 음식이나 술 등은 거의 대부분 주선자가 주문을 하기 때문에 계산서와 실제 매출이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고스란히 주선자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이러한 단체미팅은 주로 주말에 열리는데 하룻밤에도 수십 건씩 진행되다 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때문에 이들은 남녀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일당을 주고 작업녀를 고용하거나 야릇한 게임으로 참석한 남성들의 호주머니를 열게 만든다.
인터넷 단체미팅이 3만~4만 원 정도의 참가비를 받고 주로 주점이나 호프집에서 진행되는 서민적인 행사라면 참가비 10만 원 이상을 내고 유명 호텔에서 열리는 럭셔리 파티도 최근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채팅사이트보다는 메일링을 통해 참석자들을 끌어 모은다. ‘소수 정예 VIP’ 행사를 표방하는 이들은 참가를 신청한 사람들의 명단까지 알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 메일에 첨부된 명단을 보면 대부분 국내외 명문대 학력에 모델, 엔지니어, 항공기 승무원, TV 광고기획자, 영화감독 등 요즘 선망 받는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즐비하다. 또한 공연 퍼포먼스, DJ, 포토그래퍼, 영상촬영 등 행사를 도와줄 일일 스태프를 따로 구하는 등 매우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실제로 참가해보면 실속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호텔의 매출을 올리려는 상업적인 행사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게다가 행사 주최도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이들은 연락을 G메일과 같은 해외 메일 계정을 통해서 한다. 비상 연락처도 없고 사무실 같은 것은 더더욱 없다. 행사를 개최하는 호텔 측에 물어봐도 파티 주선자를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호텔 측은 대부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단지 계약에 따라 파티를 진행할 뿐”이라고만 답변한다.
때문에 피해를 당해도 마땅히 따질 데가 없다. 일부에서는 미리 참가비 입금을 유도해놓고 사라지는 피싱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