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에는 이재용 전무의 사촌형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탤런트 고현정 씨의 이혼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들 부부가 당시 법원에 제출한 사유는 ‘성격 차에 따른 가정불화’였지만 둘의 이혼을 두고 온갖 루머가 돌기도 했다. 고 씨가 받은 위자료 액수는 정확하진 않지만 15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최근 고 씨는 다시 연예 활동을 시작했고 정 부회장 역시 신세계에서 후계자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LG그룹에서도 이혼의 아픔을 찾아볼 수 있다. 고 구인회 창업주 조카인 구자원 LIG손해보험 명예회장의 장녀 지연 씨는 지난 1989년 결혼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5년 뒤 그녀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맏사위인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의 친형과 다시 백년가약을 맺었다.
구자원 명예회장의 여동생 구 아무개 씨(작고)는 특이한 이혼 경력의 소유자였다. 구 씨는 지난 1963년 다섯 살 연상의 정 아무개 씨와 결혼, 2남 1녀를 뒀지만 결혼 17년 만인 1980년 1월 이혼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혼서류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그 해 7월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5년 후인 1985년 두 사람은 다시 이혼신고를 했고 1992년에 혼인신고를 다시 했다. 이들 부부는 총 ‘3번의 혼인과 2번의 이혼’ 기록을 남긴 것이다.
SK그룹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 기원 씨가 이혼 전력을 가지고 있다. 최기원 씨는 ㈜선경정보시스템 차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다섯 살 연상의 김 아무개 씨와 만나 결혼에 골인했지만 2000년 파경을 맞았다. 이혼 뒤 김 씨 명의로 돼있던 SKC&C 지분이 기원 씨에게로 이전돼 ‘헤어지면 남’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도 이혼하고 현재 독신으로 살고 있다. 결혼 전부터 뛰어난 미모로 무수한 스캔들을 일으켰던 신 사장은 지난 1967년 대구 유지였던 장오식 전 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 1남 3녀를 뒀지만 1979년에 파경을 맞았다. 신 사장의 장남 재영 씨와 장녀 혜선 씨도 이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원석 동아그룹 전 회장도 재벌가 이혼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최 전 회장은 1976년 인기 여성듀엣 ‘펄시스터스’ 멤버 배인순 씨와 결혼했지만 1998년 이혼했다. 이혼 소송은 최 전 회장이 제기했고 배 씨는 350억 원에 이르는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위자료 소송은 양측의 합의로 마무리됐지만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동아건설 파산 관련 소송 과정에서 최 전 회장이 배 씨에게 회사 돈으로 위자료를 준 것으로 밝혀져 법원이 5억 3000만 원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최 전 회장은 지난 2003년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장은영 씨와 재혼했다. 당시 둘의 나이차(스물아홉 살)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같은 해 배인순 씨는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 잔>이라는 자서전을 통해 최 전 회장의 여성 편력 등을 공개해 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다.
코오롱그룹에도 이혼 스토리가 있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동생 이동보 전 코오롱TNS 회장은 지난 1974년 고 육영수 여사의 주선으로 당시 정권 실세였던 김종필 전 총리의 장녀 예리 씨와 혼인했다. 이 결혼으로 코오롱 가문은 박정희 대통령과 ‘한 다리 건너’ 사돈이 됐지만 둘은 성격 차이로 파경을 맞았다. 이 명예회장의 다섯째 딸 경주 씨도 광명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장남 태훈 씨와 결혼했지만 가정불화로 헤어졌다.
최근 연예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이는 아나운서 출신 한성주 씨도 한때 재벌가의 며느리였다. 지난 1999년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과 결혼했지만 10개월 만에 이혼했다. 당시 둘의 결혼은 한 씨 아버지인 한석봉 부성학원 설립자(12대 국회의원)와 장영신 회장과의 친분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정략결혼’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 씨는 이혼 후 방송에 출연해 “부모님을 설득해 간신히 결혼했다”며 이를 일축했다.
김석원 쌍용그룹 전 회장의 이혼 소식도 한때 화제가 됐다. 김 회장은 첫 번째 부인과 결별한 뒤 지난 1981년 박문순 성곡미술관장과 재혼했다. 김석원-박문순 부부는 지난 2007년 신정아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밖에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장녀 상경 씨도 ‘아폴로 박사’로 유명한 조경철 박사와 결혼했다가 1967년 이혼했다.
늘어나는 ‘황혼이혼’에 재벌가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지난 2006년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1년여의 소송 끝에 부인 박정재 씨와 이혼했다. 당시 강 회장 나이는 79세. 박 씨는 강 회장을 상대로 재산분할청구소송을 냈지만 53억 원에 합의했다. 그 이후 동아제약은 이복형제 간 경영권 다툼에 시달리기도 했다. 황혼 이혼에 있어서 강 회장보다 ‘선배’가 있다. 바로 이종환 삼영그룹 회장. 지난 2003년 이 회장 부인인 신 아무개 씨는 73세 나이에 이혼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당시 신 씨는 1000억 원의 위자료를 요구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50억 원을 받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들은 2007년 재결합했다.
동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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