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도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박근혜 의원의 복당으로 생기는 단순한 득표에서의 플러스 효과보다도 박 의원이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는 효과가 더 크다고 보는 것 같다.
▲ 지난 11월19일 합당환영식에서 이회창 후보가 복당한 박 근혜 의원을 반갑게 맞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 ilyo.co.kr | ||
그런데, 한나라당 대선전략팀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복당 효과’를 다른 각도에서 분석했다. 이 후보가 박 의원을 끌어들이게 된 진짜 배경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박 의원의 복당에 그토록 공을 들인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한나라당 대선전략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한 핵심당직자는 “이 후보가 박 의원을 끌어들임으로써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회창 집권저지 책동’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물과 기름격인 이회창-김정일 관계가 박근혜라는 촉매로 융합될 수 있다는, 상당히 새로운 분석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의원의 한나라당 복당을 이회창과 김정일 위원장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함수로 보는 시각은 실제로 최근 국정원과 경찰청 등 정보기관에서 첩보사항으로 다뤄질 정도였다고 한다.
내용인 즉, 지난 5월 방북으로 김 위원장과 친분관계를 쌓은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에 복당함으로써 김 위원장이 이회창 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박 의원은 지난 5월10일 3박4일의 일정으로 전격 방북했다. 박 의원은 당초 베이징에서 고려항공을 탈 예정이었으나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전용기를 보냈다. 백화원초대소에서 하룻밤을 묵은 박 의원은 다음날인 11일 저녁 김 위원장의 방문을 받았다.
박 의원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찾아온 것은 정말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박정희 딸과 김일성 아들의 만남’이라는 역사적인 회동에서 김 위원장은 “고통스런 일을 겪은 것을 안됐다 생각합네다”라고 말했다고 박 의원이 전했다.
아마 74년 8•15 광복절 경축식 때 문세광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육영수 여사를 두고 한 말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은 또 69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기도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하면서 “당시 관련자들을 다 처벌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9월 남북축구대회의 서울개최와 금강산댐 남북공동조사에 합의,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 오해받을 정도였다. 박 의원은 5월13일 당초 베이징을 거쳐 서울로 오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김 위원장의 배려로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 지난 5월 방북한 박근혜 의원이 김정일 위원장과 환담을 하는 모습. | ||
그 이후 박재규 통일부장관, 임동원 특사 등 방북하는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박 의원 안부를 물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바로 이 점을 중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관심을 받고 있고, 김 위원장과 말이 통하는 박 의원이 이회창 후보의 대선을 돕는다는 것 자체가 이회창-김정일의 긴장관계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대선을 앞두고 김정일 위원장의 방해공작을 염려하고 있었다. 북한은 11월 초까지만 해도 관영언론은 물론 일본의 총련기관지까지 동원, 이 후보 부친의 친일경력을 공격하는 등 이 후보에 적대적이었다.
특히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 후보에 대한 북한의 테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제 이회창 집권의 마지막 걸림돌은 북한에 의한 테러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과거 안기부에서 요직을 지냈던 이 후보의 한 측근은 97년 이한영씨 피격사건까지 거론하면서 “북한은 워낙 예측불가한 집단이어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며 테러 위험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의 복당으로 이 같은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게 이 후보 측근들의 생각이다. 박 의원 복당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후보가 박 의원을 끌어들임으로써 김정일 위원장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박 의원 복당작업이 도중에 약간 차질을 빚었을 때, 이 후보는 무조건 박 의원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받아들이라고 지시했다”면서 “이때부터 이 후보는 박 의원 복당을 김 위원장과 연관짓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 복당은 이 후보의 대북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북인식에 있어 박 의원은 이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적극적이다. 따라서 이 후보가 박 의원의 도움을 얻어 대북정책에 신축적인 대응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구냉전이라는 이미지를 완화시켜 대선전략상 도움이 될 호재임에 틀림없다. 물론 햇볕정책 전면 수정이라는 이 후보의 기본적인 대북정책은 바뀌지 않겠지만, 적어도 박 의원을 통해 김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는 셈이다.
이 후보가 집권했을 경우에도 박 의원은 대북특사 영순위로 남북의 긴장관계 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한나라당은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집권 이후 대북정책까지 고려해 박 의원을 복당시켰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복당하기 전 이 후보와의 만남에서 박 의원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만남을 상세히 전하면서 대북정책에 신축성을 가져줄 것을 요구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이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무슨 말을 나눴는지 이 후보가 얘기하고 있지 않지만 두 분이 대북문제를 깊숙이 논의한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삼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