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가라오케 사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 의자 김아무개씨가 지난 7일 강남경찰서에 모 습을 나타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강남 M 가라오케 서 아무개 사장(45) 피살 사건을 둘러싼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사건이 발생한 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사건의 전모에 대한 궁금증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연예인 A양이 이 사건과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경찰에서는 피의자 김아무개씨(46)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 사건은 ‘돈 때문에 일어난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있다. 서씨로부터 빚독촉에 시달리던 김씨가 돈 갚을 기한을 연기하기 위해 서씨를 찾아갔다가 모욕을 당하자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숨진 서씨와 피의자 김씨를 잘 아는 연예계 관계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채무관계도 이 사건에 영향을 끼쳤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서씨와 김씨 사이에서 ‘애정의 핑퐁게임’을 벌인 연예인 A양이 연루된 세 사람의 삼각관계 때문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A양과 먼저 관계를 맺은 것은 김씨였다. 그는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인 지난 90년대 초에는 서울 용산에서 전자대리점을 경영하기도 했다. 영업부진으로 대리점을 접은 김씨는 그 뒤 판촉물 제작사를 차려 운영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던 김씨가 연예계로 눈을 돌린 것은 그로부터 얼마쯤 시간이 지난 99년이었다. A양을 만난 것도 바로 이때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예인과 스폰서의 관계로 관계를 맺은 두 사람은 이내 깊은 관계까지 발전했다.
문제의 섹스비디오를 촬영한 시점도 이 즈음.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비디오 촬영이 김씨의 주도가 아닌 A양 매니저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당시 두 사람은 밀애의 장소로 서울의 모 호텔을 주로 애용했는데 비디오 역시 매니저의 주선으로 이 장소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A양과 만남을 이어오면서 차츰 경제적 부담을 느낀 김씨가 관계를 청산하고자 했지만 A양의 반대로 쉽게 정리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김씨의 몇몇 측근들은 “그가 지금의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당시 A양에게 워낙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A양은 후원을 그만두려고 하는 김씨에게 비디오를 근거로 협박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 측근은 전한다. 지난 2000년 두 사람이 모 음반기획사를 찾아갔던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 피의자 김씨가 연예인 A양과 찍었다는 섹스비디 오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이런 가운데 지난 2001년 김씨가 A양과의 관계를 부인에게 들키는 일이 발생했다. 김씨가 사장직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폰테 엔터테인먼트의 신영학 사장에 따르면 문제의 발단은 휴대폰 때문.
실제로 김씨는 부인 명의의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그러던 중 이 해 여름 A양과 함께 해외 여행을 간 김씨가 휴대폰을 집에 놓고 갔다는 것. 불행히도 이 휴대폰으로 A양의 카드 대금에 대한 독촉전화가 왔다. 김씨가 A양의 카드를 대신 결제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화를 부인이 받았다고 한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부인은 카드사를 통해 사용내역을 모두 뽑았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두 사람이 애용했던 호텔에서 사용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이때 김씨와 그의 부인은 이혼 직전까지 이르렀을 정도로 위기를 겪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어지지 않던 A양과 김씨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 것은 지난해 말께였다. 이제는 더 이상 김씨가 스폰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만큼 재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A양이 알게 된 것.
실제로 지난해 10월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M 가라오케의 사장 서씨에게 두세 차례에 걸쳐 6천만원을 빌려쓸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다. 지난 10일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김씨의 측근에 따르면 그는 이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을 폰테에 투자했고 일부는 A양 등과 함께 서씨의 가라오케 M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A양과 서씨의 만남은 그 즈음 그녀가 김씨와 함께 M가라오케를 드나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A양과 서씨가 함께 다니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는 몇몇 연예관계자들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자신이 몇 년간 꾸준히 돌봐주던 A양이 서씨와 애정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김씨의 귀에 들어가면서 김씨와 A양, 김씨와 서씨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들어 김씨는 서씨로부터 심한 빚독촉을 받게 된다. 폰테 엔터테인먼트 신 사장의 증언.
“지난 4월20일 전후에 서씨로부터 ‘김씨를 혼냈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에는 이 말이 어떤 내용인지 몰랐는데 지금 알고 보니 서씨가 자신의 밑에 있는 건달들을 동원해 김씨에게 린치를 가한 것이었다.”
신 사장에 따르면 당시 서씨는 또 빚을 독촉하는 과정에서 심지어 “A양과의 관계를 당신 부인에게 폭로하겠다”는 등의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이미 김씨의 부인은 남편 김씨의 A양과의 관계에 대해 알면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감내하고 있었지만 서씨가 여기까지 알지는 못했던 것.
채무로 인한 갖은 독촉과 A양의 변심에 대한 맹렬한 분노, 이 두 가지 감정에서 고민하던 김씨는 그 즈음 주변 사람들에게 “(서씨를)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 결심이 굳어진 것으로 보이는 시점은 사건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지난 4월26일. 이날 새벽 서씨를 찾아가 채무 변제기한 연기를 요구한 김씨는 모멸만 받은 채 돌아왔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는지 그는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인기 댄스그룹 출신의 H양과 술을 마셨다. 이때 김씨는 H양에게 “내일이면 커다란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모종의 ‘암시’를 했다고 한다.
김씨의 결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또 있다. 김씨의 통화내역에 따르면 술자리를 마치고 나온 김씨는 사건이 벌어진 27일 새벽 1시55분부터 2시58분까지 모두 4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가운데 강남 모 룸살롱의 엄아무개양에게는 “내가 곧 외국에 나가니 오늘 하루만 함께 있자”고 부탁했다는 것. 그러나 김씨를 업소 밖에서 만난 일이 없는 엄양은 이를 거절했다.
사건은 그로부터 20여 시간이 흐른 뒤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 김씨는 이날 밤 11시30분께 서울 논현동에 있는 서씨의 아파트를 다시 찾아가 채무 변제 기한을 두달만 연기해달라고 했다. 서씨는 이 부탁에 김씨의 신체적 결함을 거론하는 욕설과 함께 거절했고, 이에 격분한 김씨가 흉기를 휘둘러 서씨를 살해했다는 것.
그러나 이는 사건을 담당한 강남경찰서에서 언론 보도용으로 만든 범죄사실일 뿐, 경찰이 상부 기관 보고용으로 작성한 문서의 내용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 문서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사건 당시 서씨는 분명 “○○들도 내가 전화하면 좋아해. 이 ××같은 ××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단순히 신체적 결함만을 거론한 것이 아니라 여자 문제가 거론됐던 것.
보고서에는 이어 “(김씨가) 심한 모멸감을 느낀 채 극도로 흥분하여 식탁 위에 있는 흉기를 들고 피해자에게 ‘꿇어’라고 소리치자 놀란 피해자가 뒷걸음치면서 양손을 내미는 순간 ‘넌 인간도 아니야 이 ××야’라며 피해자의 가슴과 배 등을 마구 찔러 살해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즉 경찰이 파악한 내용에도 서씨를 살해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에 분명 여자가 개입돼 있었다는 사실. 이를 뒷받침해주듯 경찰의 한 관계자는 “A양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는 아니더라도 비디오 존재 여부와 이를 둘러싼 김씨와 서씨의 관계는 이미 수사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도 당분간 뜨거운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사건과 관련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는 연예인 A양의 실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