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은 9일 공직선거법과 국가정보원법 정치관여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과 함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하며 징역 3년 실형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 원세훈 전 원장은 선거법 위반은 무죄 판결 받으며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선거법 위반을 유죄로 선고한 것은 국정원의 댓글활동을 선거운동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012년 8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선출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 활동은 특정 후보자 당선 및 낙선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운동으로 인정된다”며 “심리전단 활동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활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용인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국정원이 사용한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트위터 계정 175개와 인터넷 게시판 117개를 통해 작성된 11만 7000여 건의 글, 댓글, 찬반클릭을 국정원 정치관여로 위법할 뿐 아니라 여당 후보 선출 이후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이 매일 시달 받은 이슈 및 논지에 따라 사이버 활동을 수행했지만,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라거나 선거에 개입하라는 지시는 없었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세훈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6월 14일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단을 통해 정치·선거 개입을 지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기소됐다.
한편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서도 유죄가 선고되면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의 인터넷 게시판과 트위터에서 댓글활동이 사실상 대선개입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어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