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연구관의 사건 회고]

‘체면’ 지키려 ‘최악’ 선택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사고 피의자들을 보면 전혀 예기치 않은 인물이 상당히 많아요. 무려 50년 전에 벌어진 이 사건도 마찬가지예요. 온화하고 기품 있는 성품으로 재력까지 갖추고 있었던 교회장로가 그런 짓을 저질렀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겠죠. 사건을 직접 다루지 않은 데다가 피의자가 조사도 받기 전에 사망한 터라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수사기록을 보면 황 장로가 피의자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원배 연구관은 이 사건을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른 황 장로가 자신의 가정과 사회적 신분을 지키기 위해 저지른 치정사건이라고 해석했다.
“그 당시는 신분갈등이 심했던 때였죠. 장로가 유흥업소 종업원을 애첩으로 두고 딴 살림을 차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황 장로의 행동으로 볼 때 본인 스스로 김 씨와의 관계에 대해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껴왔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황 장로는 김 씨를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었던 듯합니다. 잃을 게 너무 많았을 테니까요. 불륜 관계에 있던 동거녀를 살해해 자신의 집에 암매장한 이유도 부적절한 행각에 대한 외부의 시선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하죠.”

이수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