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민주당 노무현후보 통합21 정몽준 후보 | ||
우선 선거 양태가 대규모 유권자들을 연설회에 동원하는 조직선거보다는 미디어 선거로 많이 바뀔 기세다. 스타 선수나 체육계 유명 인물들을 동원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얼굴이 더 잘 알려진 연예인들이 체육인보다 홍보 효과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체육인의 경우 금메달을 따도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또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정몽준 의원측에게 밝힌 상태이기 때문에 스스로 운신의 폭을 줄여놨다는 평가도 나온다. 각 당의 체육계 인사 영입작업도 더디기만 하다. 한나라당 직능단체 소속 체육위원회는 이제 출범한 지 20일 남짓.
체육위원회에서는 주로 아마추어와 학교 체육인들을 영입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일하는 체육인들은 약 1백명 선으로 알려져 있다. 한 체육위원회 인사는 “현 정부 들어서 학교 체육이 많이 쇠퇴해 아마체육 관련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체육부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 현재 감정”이라며 “체육계 표를 정치판에서는 약 3백만으로 잡는데 이중 1백만 표 정도는 결집 가능하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쇼트트랙 간판스타 김기훈씨, 복싱챔피언 문성길씨,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양정모씨, 88서울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한명우씨 등 ‘홍보’에 일조하는 메달리스트 그룹은 현재 별다른 활동도 하지 않는 상태다. 다른 스포츠 스타들은 찾아볼 수 없다.
또 다른 체육계 인사는 “메달계 스타들도 거의 이름만 빌려 주는 형식이고 딱히 선거운동을 발벗고 나설 사람은 아직 없다”고 내부 사정을 전했다. 이회창 후보 곁에서 체육특보로 뛰고 있는 안종복 이플레이어 사장이 그나마 스타들과 이 후보의 유대를 이어주고 있다.
안정환이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안 특보의 주선으로 이 총재에게 인사를 하고 갔다. 이밖에 스타 플레이어들의 에이전트도 주 접촉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사위인 최명석 변호사도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기훈, 한명우, 황영 조, 이회택 | ||
민주당은 체육 관계일을 직능국의 생활체육분과와 체육지도자분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김운용 의원을 필두로 대한체육협회 전 임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지만 당의 내분과 김 의원의 정치적 입지 약화로 개점휴업상태라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메달리스트 중 민주당 행사에 참여했던 황영조 마라톤 감독(국민체육공단)도 “체육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느꼈고 이번에는 선수들 훈련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의 이름이 정치쪽에서 거론되는 것조차 꺼렸다.
국민통합21은 당이 생긴 지 얼마 안돼, 직능국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 하지만 정몽준 후보가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상태라 체육계 인사들과 광범위한 교류를 가지고 있다. 체육계 출신 인사라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체육계 인사와 접촉만 해도 타당에서 ‘체육을 정치에 이용한다’고 이의를 제기해 역시 조심스럽다.
또한 이번 국민통합21의 발기인으로 참여한 체육계 인사들 일부가 ‘내 이름을 도용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해 물의를 일으킨 바가 있다. 발기인으로는 이만기(인제대 교수) 박찬숙(전 국가대표 농구선수) 신충식(전국테니스연합회 회장) 최희암(모비스 감독) 이충희 (전 LG 감독) 유진선(전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 최부길(전 국가대표 테니스 감독) 이회택 (전남 감독) 박종환(대구시민구단 감독) 김정남(울산 감독) 등이다.
이중 이충희 박찬숙 박종환 감독은 크게 반발하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충희 감독은 “전화통화도 한 번 안 했는데 내가 현대 감독을 지내서 이름이 올라간 것 같다. 국민통합21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 밖의 인사들은 지지와 보류로 나뉘어 있다.
이만기 교수 역시 “현대씨름단에 있어서 연이 닿아 있지만 뭐라고 말하기 곤란하다”며 입장을 밝히기를 꺼려했다. 이만기 교수는 16대 총선 때 한나라당에서 마산 합포구 공천을 받으려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었다.
울산 김정남 감독은 “정몽준 후보를 강력히 지지한다. 시합이 끝나면 캠프에도 합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남 이회택 감독은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정몽준 회장이 국내 축구계에 기여한 바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각 당의 관계자들은 스포츠 스타들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지만 지난번 대선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고 한다.
당에서 영입을 전담하고 있는 한 당의 체육계 인사는 “사실 당의 입장에서는 간판이 될 만한 스포츠 스타도 ‘홍보’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스타는 어느 정도 상응하는 대접이나 자리를 원하기 때문에 영입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