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아테네올림픽 개최에 드는 총 비용은 약 66억유로로 추산되고 있다. 당초 예정됐던 46억유로를 20억유로나 초과하는 셈. 하지만 이같이 엄청난 소요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번 올림픽이 ‘장밋빛’ 대회가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라크 무장 세력의 테러 위협과 일부 올림픽 경기장 공사 지연, 홍보 미비 등의 이유로 관광객 및 경기 입장객 수입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유수 경제지들도 그리스가 올림픽을 통해 큰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리스 재무부 부장관의 말을 빌어 그리스가 올림픽 수지를 맞추려면 앞으로 9∼11년 동안 돈을 갚아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그리스가 아테네올림픽 개최에 소요된 비용을 메우기 위해서는 앞으로 15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같이 엄청난 비용 지출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올림픽을 유치하고, 또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과다 출혈’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바로 올림픽이 국민의 결속, 국가 이미지 상승을 가져옴과 동시에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투자된 ‘돈’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당연히 메달 하나의 가치도 크게 올라가기 마련.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지원비용을 알아보고, 올림픽 선수단 지원 비용에 따른 금·은·동메달의 가치를 평가해봤다.
이번 아테네올림픽에 파견되는 우리나라 선수단은 선수 2백67명과 임원 1백9명으로 총 3백76명에 달한다. 출전국 중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다. 때문에 파견 비용도 상상 수준을 넘어선다. 오는 8월13일부터 29일까지 16일간 열리는 올림픽에 쓰여 질 돈의 액수는 무려 27억원. 이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15억원보다 무려 80%나 늘어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자. 우선 항공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선수단은 정부에서 마련해준 특별 전세기편으로 아테네로 이동하는데, 왕복 2회 운행하는 항공료만 무려 8억원이 넘는다.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것은 아테네 체류 비용이다.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하다보니 아테네에 머무는 동안 사용하는 비용도 꽤 크다. 선수들에게는 하루 20달러, 코칭스태프나 임원들에게는 하루 30달러의 여가비가 지급되는데, 그 비용만 해도 6억원에 달한다.
옷값도 무시할 수 없다. 개·폐회식이나 경기 중 착용하는 단복과 훈련복 등 개인 의복비만 1백20만원. 총 4억5천만원이 넘는다. 이밖에 결단식 행사비용과 기념배지 등 기타비용을 모두 합하면 파견 비용은 27억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 비용은 이른바 올림픽 출전 준비 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대표 선수 선발, 구성, 훈련 과정에 투입되는 준비 비용이 수십억도 아닌, 수백억원에 이르기 때문. 이 비용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벌어들인 체육기금으로 지원되는데, 그 중 무려 2백46억원이라는 거액이 지원된다.
내역 별로 보면, 경기력 향상비 90억원, 메달 포상금을 포함한 선수 격려 비용 57억원, 후보 선수 육성비 46억원, 경기 단체 운영비 27억원 등이다. 이는 시드니올림픽 때보다 1.5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체육기금 지원 액수가 늘어난 이유는 경기 침체로 인한 각계각층의 격려금이 줄어든 이유가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 자치단체장, 가맹경기단체장, 기업인 등이 최근까지 태릉선수촌에 제공한 격려금은 총 9억4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드니 올림픽 때의 22억원보다 현저히 줄어든 수치.
공단측으로서는 시드니올림픽에서 13위에 그친 후 10위권 재진입을 노리는 상황에서 지원금을 늘려서라도 반드시 격려금 부족분을 채워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국민체육공단의 이종인 이사장(56)은 “금메달을 따낸 선수를 보며 국민들에게 얻는 기쁨을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으로 본다면 수백억원을 지원하는 것이 그리 아깝지만은 않다고 보며, 비난받아야 할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거액 비용 지출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수들이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보답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정서. 그렇다면 금메달 하나를 따는 데 드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선수단이 이번 올림픽에서 따낼 것으로 예상하는 금메달 수는 13개. 국고로 지원되는 아테네 올림픽 파견 비용 27억원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2백46억원을 합쳐 올림픽 선수단에게는 모두 2백73억원이 투입된다고 보면, 금메달 한 개는 21억원의 가치로 평가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올해 지원된 예산으로 추산되는 가치. 올림픽 준비 기간인 4년 동안 대한체육회가 각 체육단체에게 지원한 총 비용으로 계산하면 수치는 달라진다. 실제 체육과학연구원(부장 현재천) 팀이 각 체육단체 연간 지원예산을 기준으로 시드니올림픽 금메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했는데, 금메달 하나당 들어간 비용이 무려 1백88억원이었다. 지원액 증가와 물가상승 등을 감안한다면 이번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은 2백억원을 훌쩍 넘기지 않을까.
단순히 메달을 따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느냐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폭염으로 온 국민이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우리 선수단이 선전을 보며 얻는 희망은 투자한 돈의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체육관계자 들의 공통된 견해다.
최혁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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