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서 이종격투기 대회(스피릿MC 인터내셔널 아마추어 챔피언십)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제발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이후 국내 이종격투기의 대표 선수로 급부상하며 인기몰이를 해왔다.
그러던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K-1대회에서 데니스 강은 무명의 태국 선수에게 1라운드에서 ‘기절 KO패’를 당하며 무참히 무너졌다. 한국 데뷔 후 첫 번째 시련. 그러나 데니스 강은 포기하지 않고 절치부심 끝에 지난 11일 열린 스피릿 MC 5차대회에서 다시 예전의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우승,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알렸다.
평범하지 않은 가족사로 인해 ‘사적인’ 인터뷰를 꺼려했던 데니스 강을 지난 14일 만나 ‘사적인’ 내용을 위주로 인터뷰했다. 데니스 강은 다음날 캐나다로 떠날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먼저 “스피릿MC 5차대회 우승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평소 궁금하던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종격투기 선수로서는 비교적 작은 체구(182cm)인데 덩치 큰 선수를 보면 겁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데니스 강은 덩치가 크면 클수록 체력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물론 반데레이 실바 같은 실력이 엄청난 선수라면 겁나겠지만 그런 부분은 이미 극복했다”고 답했다.
화제를 지난 7월 말 있었던 K-1대회로 슬쩍 돌려보았다. “당신(데니스)이 1회전에서 혼절하며 KO패 했을 때 팬들이 많이 놀랐다. 현장에서 같이 관전하던 내 마누라도 놀라서 울더라. 당시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나?”
그러자 데니스는 의외로 밝은 표정으로 당시를 회상했다. “일단 당신 부인에게 나 괜찮다고 안부 전해주라(웃음). 너무 큰 펀치를 맞아 당시 무슨 상황이 일어난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렇게 무릎 꿇고 다운당하며(기자 앞에서 당시 상황 재연)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하고 생각하는데도 몸이 말을 안 듣더니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상대방을 너무 깔보다 카운터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에 데니스는 “결단코 아니다”며 “진지하게 경기하다 제대로 맞았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태국 선수들은 워낙 실전경험이 풍부해 그날 경기뿐 아니라 늘 긴장하며 링에 오른다고. 실제로 카오클라이 선수는 실전 전적이 무려 80전을 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며 결국 K-1 서울대회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데니스는 자신이 이종격투기 선수라는 것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진 듯했다. “이종격투기는 너무 폭력적이라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이 있다”는 일부의 지적을 전해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반격을 가했다. “권투, 유도 등과 이종격투기가 무엇이 다른가. 난 TV나 영화 등이 더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땀 흘린 만큼의 결과가 그대로 나온다는 점에서 이종격투기야말로 순수한 스포츠라고 자부한다.”
“좀 쉬운 얘기 좀 하자”며 화제를 돌렸다. 기자가 평소 궁금했던 또 다른 질문. 도대체 링에 오를 때마다 돈을 얼마나 받는지 ‘파이트 머니’를 물어보았다. 데니스는 정색을 하며 “쉬운 얘기 하자더니 이게 더 어려운 얘기다. 절대 비밀이다. 나 그거 얘기하면 링에 못설지도 모른다(이때 옆에서 통역을 도와주던 스피릿 MC 박광현 이사의 눈치를 살짝 살피는 데니스).”
다소 머쓱해진 기자가 취미생활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영화를 많이 본다. 한국에 있을 땐 케이블TV에서 중계하는 이종격투기 경기도 자주 본다. 역사책 읽기도 굉장히 즐겨한다”고 대답한다. 기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영화를 자주 본다고? 솔직히 에로영화 아니냐?”며 다그치자 데니스가 마지못해 “그렇다”라고 실토하는 바람에 웃음보가 터졌다.
전에 일본에서 발행된 격투기 선수와 관련된 책자에 “데니스 강은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한다”는 내용이 게재돼 화제를 낳은 적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웬걸, 데니스의 대답이 더 걸작이다.
▲ 지난 11일 스피릿 MC 5차대회에서 챔피언이 된 데니스.(아래)지난 11일 열린 스피릿 MC 5차대회 경기 장면. | ||
그러면서 데니스는 “물론 인간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외적인 면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여자를 보느냐는 질문에 “얼굴보다는 몸매를 중시한다. 잘 다져진 몸을 가진 여자에게 눈길이 간다”며 “말은 이렇게 해도 아직 여자친구 한 명 없다. 은퇴 후에나 결혼할 생각”이라고 여성팬들을 겨냥한 ‘준비된’ 멘트를 흘렸다.
이날 인터뷰에서 건져 올린 ‘작은 특종’ 하나. 데니스의 프랑스계 캐나다인 어머니가 지난 7월 K-1대회 때 극비리에 한국 땅을 밟았다고 한다. 워낙 ‘사연’ 많은 가족이라 어머니의 방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길 꺼려한 데니스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 한국까지 찾아오신 어머니였지만 정작 경기장에는 오지 않았다고. 아무리 경기라고 해도 아들이 다른 선수에게 맞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일고 있는 일부 팬들의 ‘귀화 요구’에 대한 견해를 물어봤다. 데니스는 “현재 프랑스와 캐나다의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한국으로 귀화하려면 현실적으로 굉장히 복잡하다”고 운을 띄웠다. 특히 아주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귀화하면 병역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툭 터놓고 말해 이 또한 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알려진 대로 데니스의 주특기는 브라질 주짓수(유술). 그렇다면 태권도를 배운 적이 없었을까. “당연히 어린 시절 태권도를 배웠다”고 말하는 데니스는 한 1년 정도 배우다 입단은 못하고 그냥 노란띠에서 멈췄다고. 찬스를 잡았다고 생각한 기자. 군대에서 ‘피눈물’ 흘려가며 억지로 유단자가 된 사연을 들려준 뒤 “당신이 원한다면 태권도 한수 가르쳐 주겠다”고 의기양양하게 농담을 건넸다. “아이쿠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데니스의 유쾌한 답변.
또다시 이성에 관한 얘기를 끄집어냈다. “한국 여자와 캐나다 여자 중 어느 쪽이 더 예쁜가. 솔직히 말해봐라.”
“당연히 한국 여자다. 잘보이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한국 여자들 얼마나 예쁘냐. 남자에 대한 배려도 캐나다 여자보다 뛰어난 것 같고.”
한국 여자와 결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당연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모든 종족의 여성(all races women)을 사랑한다”고 답했다.
데니스는 한국 음식을 잘 먹는다. 삼계탕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고, 소주도 한 병 정도는 자신있다고. 다만 아직 보신탕을 시식해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에 대해 물었다. ‘파란 눈의 한국인’은 자세를 곧추세우며 이런 내용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우선 스피릿 MC 챔피언 자리를 지키는 게 급선무다. 이후 점차 큰 무대로 옮기고 싶다. 은퇴 후에는 내 이름을 내건 도장도 하고 싶고 이종격투기와 관련된 영화도 만들어 보고 싶다. 한국 생활? 아직 장담은 못하지만 먼 훗날 기회가 온다면 한국에서도 살아보고 싶다.”
이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