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어벡 감독은 아시안컵의 최대 기대주로 이근호를 꼽았다. 사진은 이근호가 지난 6월 6일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올림픽 예선전에서 골을 성공시킨 후 기뻐하는 모습. 연합뉴스 | ||
핌 베어벡 감독과 선수들은 우승을 향한 야망을 조심스럽게 밝힌다. 베어벡 감독은 “현재 팀 상태로 보면 원칙적으로 우승을 내다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상식(성남 일화)은 “대표팀의 차포가 빠졌다는 기사를 읽었다”며 “졸들이 힘을 내서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7월 11일 오후 9시35분), 바레인(7월 15일 오후 9시35분), 인도네시아(7월 18일 오후7시20분)와 함께 D조에 속해 있다. D조 1위로 8강에 오를 경우 C조 2위와, 2위로 8강에 진출할 경우 C조 1위와 맞붙는다. C조에 있는 팀은 이란, 중국,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이다.
베어벡 감독은 한국이 중동 축구에 약하다는 지적에 “그런가? 나는 몰랐다. 내가 알기로는 올림픽팀이 각종 대회에서 거의 모든 중동팀을 꺾었다”며 사우디와 바레인을 누르고 조 1위로 8강에 올라 우승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것임을 알렸다.
젊은 해야 솟아라
축구대표팀 홍명보 코치는 지난 6월 10일 A3 챔피언스컵 2007을 보러 중국 지난을 방문한 자리에서 “2007 아시안컵은 2002년 한·일월드컵 같은 대회로 한국 축구사에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월드컵 세대가 어느덧 대표팀의 선임이 된 만큼 이제는 새로운 선수들이 팀을 이끌 ‘뛰는 군번’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
홍 코치는 “한·일월드컵 때 ‘젊은피’로 꼽혔던 김남일이 이제 30세다. 거의 막내였던 박지성도 27세(빠른 81년생 박지성의 ‘한국 나이’)나 됐다”며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어서 성장해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코치의 바람을 이뤄줄 선두주자는 이근호(대구 FC)다. 지난해만해도 인천 유나이티드의 후보 선수였던 이근호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뒤 대구로 이적하며 훨훨 날아올랐다. 이근호는 24일 현재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한국인 선수다.
베어벡 감독은 이근호를 재활 중인 박지성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폭발적인 돌파력과 날카로운 골 감각을 높이 평가하며 “근호는 날마다 성장하는 선수”라고 극찬한다. 베어벡 감독은 아시안컵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기에 앞서 올림픽대표팀 선수 중 대표팀에 합류할 만한 선수를 묻는 질문에 이근호의 이름을 맨 처음 언급한 뒤 김진규와 강민수(이상 전남 드래곤즈)를 추가한 바 있다.
이근호, 김진규, 강민수 외에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비상할 만한 또 다른 선수는 김정우(나고야 그램퍼스)와 염기훈(전북 현대)이다.
독일월드컵 대표팀에 들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던 김정우는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화려하게 재기했다. 기존에 맡았던 수비형 미드필더는 물론 6월 2일 네덜란드전을 통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재능도 뽐냈다. 베어벡 감독은 김정우를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을용(서울)과 ‘서른을 넘긴’ 김남일(수원)의 뒤를 이을 적임자로 본다.
측면 공격수 염기훈은 재활 중인 설기현(레딩FC)의 자리를 넘본다. “선배들의 공백을 메우며 내 존재감을 알리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 (왼쪽부터) 김진규, 김정우, 염기훈 | ||
베어벡 감독은 지난 6일 대전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가 끝난 뒤 “아시안컵 4강에 못 들면 물러나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여기저기서 불거진 자질론에 대해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베어벡 감독의 ‘조건부 사퇴’ 발표에 대해 일부 축구인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성남 일화 김학범 감독은 “우승을 못하면 물러난다는 것도 아니고 4강 꼬리표를 다는 저의가 뭐냐. 한국 축구가 아시아 4강에 드는 것도 힘들다는 말 같은데 무슨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며 비판했다. 베어벡 감독은 자신의 결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일자 “사람들은 아시안컵을 쉽게 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왜 47년 동안 한국이 우승을 하지 못했는가”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내가 비난을 받을 일이 생기면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다. 이것(비난을 받아들이는 것)도 내 직업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며 아시안컵에 자신의 감독직을 걸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 결과에 따라 베어벡 감독의 거취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지난해 6월 베어벡 감독과의 국가대표 감독 계약을 발표하면서 “계약 기간은 2년이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성적은 거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2007년 아시안컵은 중간 평가 무대가 될 것이다. 아시안컵 직후 여론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베어벡 감독이 대표팀을 4강 이상에 올려놓을 경우 지금과 같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생각이다. 4강 진출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여론과 언론의 비판 수위를 살피며 몇 가지 대표팀 지원 안을 내놓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조별예선 탈락 같은 최악의 사태가 올 경우에는 ‘극약 처방’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초대받지 못한 자
아시안컵 출전 명단이 나왔을 때 적지 않은 축구팬이 놀랐다. 독일월드컵 대표 선수인 안정환(수원 삼성), 박주영(FC 서울), 김영광(울산 현대)이 명단에 없었기 때문이다.
베어벡 감독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축구팬들에게 이들의 불합격 이유를 밝혔다. 안정환은 경기력이나 골 감각이 예전만 못하고 박주영은 부상과 부진에 발목을 잡혀 제 기량보다 처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광은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국가대표팀 기준으로 보면 ‘NO 4 골키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창 나이인 박주영, 김영광과 달리 안정환은 아시안컵 대표 탈락으로 국가대표 은퇴의 기로에 섰다. 무엇보다 31세의 안정환이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에 복귀할 기회는 별로 없다. 아시안컵이 끝난 뒤 올해 예정된 A매치가 없다. 더욱이 베어벡 감독은 당분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에만 온 신경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대표팀을 소집할 때도 올림픽대표 선수 위주로 부를 생각이다.
물론 안정환이 예전 기량을 회복해 베어벡 감독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는다면 내년부터 열리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 출전할 수 있다. 본선 출전까지는 기약할 수 없지만 대표팀의 월드컵 7회 연속 진출을 이끈 뒤 명예롭게 태극마크를 반납할 수 있다.
안정환은 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7월호와의 인터뷰에서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픈 속내를 내비쳤다. “베어벡 감독의 결정을 이해한다”며 대표 탈락을 겸허히 받아들인 뒤 “6개월을 쉬었으면 (제 기량을 찾는 데) 6개월이 필요한 법”이라며 재기 의지를 밝혔다.
▲ (왼쪽부터) 안정환, 박주영, 김영광 | ||
박주영은 부상만 말끔하게 털어낸다면 당분간 올림픽대표팀에서는 주전으로 뛸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에 합류하려면 박지성, 설기현, 최성국, 이천수, 염기훈 등 쟁쟁한 선배들을 넘어서야 한다.
김영광의 처지도 박주영과 다르지 않다. 김영광은 현재 밑으로는 정성룡(포항 스틸러스), 위로는 이운재(수원 삼성)와 김용대(성남 일화)에 밀리는 처지다. 당분간 올림픽대표팀 경기만 있는 터라 김영광이 태극마크를 달 일은 한동안 없을 전망이다. 내년부터 열리는 월드컵 지역 예선을 통해 대표팀 복귀를 노린다고 해도 상황이 쉽지 않다. 이운재와 김용대의 아성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다. 다만 김용대가 내년 시즌부터 군 복무를 하는 게 대표팀 복귀를 위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K리그 명문팀 울산에서 꾸준하게 주전으로 출전할 김영광과 그렇지 못할 김용대의 처지가 뒤바뀔 확률이 있다는 얘기다.
<조별예선>
A조(방콕)
7월7일(토) 21:35 태국 vs 이라크
7월8일(일) 19:20 호주 vs 오만
7월12일(목) 19:20 오만 vs 태국
7월13일(금) 19:20 이라크 vs 호주
7월16일(월) 21:35 태국 vs 호주
7월16일(월) 21:35 오만 vs 이라크
B조(하노이)
7월8일(일) 21:35 베트남 vs UAE
7월9일(월) 19:20 일본 vs 카타르
7월2일(목) 21:35 카타르 vs 베트남
7월13일(금) 22:35 UAE vs 일본
7월16일(월) 19:20 베트남 vs 일본
7월16일(월) 19:20 카타르 vs UAE (호치민)
C조(쿠알라룸푸르)
7월10일(화) 21:35 말레이시아 vs중국
7월11일(수) 20:20 이란 vs 우즈베키스탄
7월14일(토) 19:20 우즈베키스탄 vs 말레이시아
7월15일(일) 19:20 중국 vs 이란
7월18일(수) 21:35 말레이시아 vs 이란
7월18일(수) 21:35 우즈베키스탄 vs 중국
D조(자카르타)
7월10일(화) 19:20 인도네시아 vs 바레인
7월11일(수) 21:35 대한민국 vs 사우디
7월14일(토) 21:35 사우디 vs 인도네시아
7월15일(일) 21:35 바레인 vs 대한민국
7월18일(수) 19:20 인도네시아 vs 대한민국
7월18일(수) 19:20 사우디 vs 바레인 (팔렘방)
전광열 스포츠칸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