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아나운서 - 버저비터] 삼성 만능 가드, 강혁

‘별’이 뜨든 지든 그는 늘 빛이 난다

	▲ 올 시즌 처음 팀의 주장을 맡아 솔선수범을 보이고 있는 강혁. 그의 리더십 덕분인지 삼성의 질주가 무섭다. 임준선 기자 [e-mail]

비록 전주 KCC에 아쉬운 패배를 당함으로써(1월 13일 경기) 서울 삼성의 연승 행진은 ‘7’에서 멈췄지만 7연승을 질주하는 동안 삼성이 보여준 파이팅은 농구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지난 12일 KT&G전에서 극적인 3점 버저비터로 팀 승리를 이끈 주장 강혁(32)의 리더십은 삼성이 상위권으로 도약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항상 조용하고 겸손한 강혁과 7연승을 견인해 온 강한 리더십의 상관관계.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지난 10일, 용인 삼성썬더스 농구단 숙소에서 주말 혈전을 앞두고 있는 강혁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며 그 실체에 접근해 봤다.

정지원(정): 프로에서 첫 주장을 맡았는데 어떤가요?

강혁(강): 경희대 4학년 때 주장을 했었고 올 시즌 처음으로 ‘완장’을 차게 됐어요. 처음에는 무척 힘들더라고요. 지금은 팀원들이 잘 따라 줘서 많이 적응했어요. 특히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컸었죠.

정: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세요.

강: 예전에는 훈련할 때 다칠까봐 살살 하기도 했지만 주장이 되고 나서는 실전을 방불케 할 만큼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요. 예정된 운동 시간보다 더 빨리 나와서 몸을 풀고 사생활도 깔끔해 졌어요. 그래서인지 팀 훈련 분위기가 훨씬 좋아지더라고요.

정: 최근 삼성이 초반의 부진을 떨치고 상승세를 펼치고 있는, 그 비결이 궁금해요.

강: 시즌 초반만 해도 팀워크가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력이 살아나고 있어요. 특히 ‘4라운드는 정말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팀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죠. 이젠 자신감이 붙었고 팀플레이도 원활해졌답니다.

정: 초반에 팀워크가 좋지 않았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강: (서)장훈 형이 떠나고 이상민 형이 오면서 팀 컬러가 많이 바뀌었어요. 특히 상민 형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정: 대다수 언론에서 이상민 선수와 강혁 선수의 역할 중복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어요.

강: 물론 처음에는 경기 스타일이 비슷해서 서로 걸리는 부분이 많았죠. 하지만 상민 형에게 배우면서 따라가다 보니까 점점 좋아지게 됐어요. 제가 욕심만 안내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부상 중인 상민 형이 복귀하면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올 겁니다.

정: 팬들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실제 생활에선 어떤 사이인가요?

강: 사실 상민 형과 저의 관계는 남들이 생각하듯 껄끄러운 관계가 전혀 아니거든요. 일단 상민 형은 전혀 신경도 안 써요(웃음). 아시다시피 형 성격이 너무 착하고 후배들도 잘 챙겨주고 저한테도 무척 잘해줘요.

정: 이상민 선수와 역할 중복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을 것 같은데….

강: 훈련하면서 상민 형과 대화를 많이 하고 있어요. 주로 제가 형한테 배우는 입장이라 매끄럽게 잘 풀려가고 있어요. 특히 형이 긴박한 상황에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플레이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습도 열심히 하는 선배라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죠.

정: 이상민 선수가 팬이 많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팬들이 이상민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몰리다 보니 다른 팀원들이 위축되는 일은 없나요?

강: 물론 그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전 그냥 부러워하면서 웃어넘기는 편이에요. 다른 팀원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팀에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다들 좋은 쪽으로 생각합니다. 가령 예전 삼성의 안티 팬들이 우리 팬들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민 효과’가 크다고 느끼죠.

정: 이제 과거 얘기 좀 해볼까요? 제가 강혁 선수를 경희대 시절부터 봐왔는데 대학시절 김성철(전자랜드) 선수와 쌍두마차로 팀을 이끌었었죠?

강: 성철이와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계속 함께 농구를 해왔어요. 어렸을 때는 성철이가 훨씬 농구를 잘 했어요. 성철이의 플레이를 보면서 닮고 싶었고 롤 모델로 삼기도 했었죠. 성철이가 대학생 대표팀에 뽑혔을 때 진짜 부러웠어요. 그래서 열심히 노력한 끝에 저도 다음 해 그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성철이는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거예요. 닿을 듯 닿을 듯하면서 닿지 못했던 사람이 성철이었어요.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성철이와 함께 국가대표팀에 뽑히는 영광(?)을 안게 됐었죠. 하지만 둘 다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출전을 하지 못했어요(웃음).

정: 그 당시 2, 3학년 때는 김성철 선수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다가 4학년 때부터 강혁 선수의 활약이 더 두드러졌던 기억이 나요.

강: 그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경희대 최부영 감독님은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하시잖아요. 키가 작은 가드들보다는 키가 큰 포워드 또는 센터들에게 조금 더 혹독한 훈련을 시키셨어요. 전 덕분에 성철이보다 조금은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고 그런 면에서 성철이는 부담이 컸을 거예요.

정: 강혁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소개한다면?

강: 영화광이에요. 특히 러셀 크로우가 주연으로 나온 ‘글래디에이터’에게 필이 꽂혀서 10번도 넘게 본 것 같아요. 그런 장엄하고 스케일이 큰 전쟁 영화를 아주 좋아해요.

아직도 소년 같은 생김새의 강혁은 외모와 전혀 다른 강인함을 풍긴다. 출발은 빠르지 않지만 결국 결승선에는 먼저 들어올 것 같은 선수가 강혁이다. 서장훈이라는 스타플레이어가 팀에 있을 때도 강혁은 핵심전력이었고 이상민이라는 ‘별’이 합류했을 때도 강혁의 비중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대스타들의 공백이 생겼을 때 그의 능력은 진가를 발휘한다. 전력의 누수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강혁의 역할이야말로 삼성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엑스포츠 아나운서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