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태 의장 부인 인재근 씨. 사진=우태윤 기자wdosa@ilyo.co.kr | ||
▶고건 전 총리의 부인 조현숙 씨는 수줍음을 많이 타 언론과의 인터뷰에 소극적이었다. ‘내조법’에 대한 인터뷰 또한 수차례 요청에도 고사 의사를 밝혀 공보담당자를 통해 한 단계 거쳐서야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고건 전 총리와 조 씨의 성격은 비슷한 면이 많다고 한다. 신중한 성격을 갖고 있는 조 씨는 ‘그림자 내조’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얼마 전 ‘희망연대’를 출범시킨 고 전 총리가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했음에도 부인 조 씨는 여전히 남편의 뒤에서 조용히 남편의 뒷바라지에만 힘쓰고 있을 뿐 공식행사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경기여고,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한 조 씨는 결혼 이후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내조에만 힘쓰다가 지난 99년 <안개같이 피어오른 삶이여>라는 에세이집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내년 초쯤 에세이집을 한 권 더 출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조 씨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내조에 대한 지론은 이런 것이다. “공직자의 아내로서 행동과 몸가짐에 늘 주의해야 합니다. 친구들과 만날 때도 제 속내를 드러내기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에요. 시장에 가서 들은 이야기를 남편에게 전달하는 것도 제 역할이었어요. 아주 오래전 전남도지사일 때부터 저는 ‘남편이 집에서는 내 남자지만 밖에서는 내 남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수많은 여성이 남편에게 다가가니까…(웃음). 섭섭해도 할 수 없죠.”
또 조 씨는 정치인으로서 ‘신중한 행보’를 해온 남편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 “남편은 평생 나랏일 생각뿐인데, 가끔 인터넷에서 남편을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글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그저 자신의 소임을 다해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남편을 불러들인 것인데…. 때로는 남편이 가엾게 느껴집니다.”
고 전 총리와 부인 조 씨가 처음 만난 것은 대학시절이었다. 고건 전 총리가 서울대 정치학과 1학년, 조현숙 씨가 이화여대 국문과 1학년일 때 ‘미네로스’라는 연합문학서클에서 만나 회장과 부회장으로 함께 활동했다고 한다. 조 씨에게 첫눈에 반한 고 전 총리는 대학 시절 4년간 조 씨의 ‘호위병’ 노릇을 했다. 친구들이 ‘어떻게 한 사람만 사귈 수 있느냐’며 신기해할 정도로 뜨거운 연애를 했다고 한다.
고 전 총리 부부는 아들만 셋 두었다. 벤처기업인 바로비전 대표를 맡고 있는 장남 진 씨(44),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휘 씨(43), 자영업을 하고 있는 위 씨(37)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인 인재근 씨(53)는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며 ‘적극적인 내조’를 펼치고 있다. 여느 정치인들의 부인들이 언론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것에 반해 인 씨는 ‘남편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알려진 대로 인 씨는 80년대 중반 김 의장이 고문받은 사실을 국제적으로 알려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남편과 함께 공동수상하기도 했다.
▲ 고건 전 총리 부인 조현숙 씨(위), 정동영 전 의장 부인 민혜경 씨. | ||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 지난 26일 인 씨가 운영하고 있는 한반도 재단 사무실에서 마주앉아 장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날은 의미 있는 날이기도 했다. 남편으로부터 고문사실을 처음 전해들은 날이 바로 85년 9월 26일이었던 것. 인 씨는 “우리 부부에게 참 중요한 날이다. 그래서 오늘 김 의장님하고 꼭 데이트해야 한다고 시간 빼달라고 했다”고 웃으며 전했다. 인 씨는 지금껏 살아오며 그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인 씨가 생각하는 내조란 어떤 것일까. “나는 적극적인 사람이고 내조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나누고 가끔은 남편이 망설이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하기도 해요. 하지만 가끔 안하느니만 못하는 일로 남편의 표를 오히려 깎는 이들도 있거든요. 그런 후배들에게는 꼭 하는 말이 있어요. ‘그렇게 할 거면 안하는 게 낫다. 차라리 가만히 있어라. 그냥 밥이나 잘해 주고 옷이나 깨끗이 빨아 입혀주어라’구요.”
김 의장의 표정이 딱딱하고 진지하다는 평에 대해 인 씨는 고민 끝에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밖에서 들은 재미있는 얘기나 유행하는 농담을 기억해 두었다가 꼭 얘기해 줘요. 요즘 드라마나 영화 등 모든 것들을 알고 있어야 어딜 가서도 대화에 동참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은 제가 챙겨야 할 부분이죠. 그래서 절 만나면 항상 풀어지고 많이 웃으시는데 평소에도 자주 좀 웃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김 의장이 지난 7월 말 ‘뉴딜정책’을 주장하며 ‘열린우리당이 주몽과 같이 소금산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바로 인 씨의 ‘귀띔’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 씨는 “평소 사극은 꼭 챙겨 본다. 요즘에는 밖에 있다가도 <주몽> 보러 급히 뛰어 들어가곤 한다”며 시원스레 웃었다.
결혼 당시 김 의장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에도 인 씨의 아버지는 오히려 사윗감을 맘에 들어 했다고 한다. 인 씨는 “아버지가 그런 분이 아닌데 어디서 궁합을 보고 오셔서는 좋다면서 믿고 하라고 말씀하시더라. 엄마도 크게 반대하지 않으셨다”고 회상한다.
“정치인으로서 남편으로서 점수를 매겨 달라”고 주문했더니 인 씨는 90점씩을 주었다. 이어 “다시 태어나도 김 의장과 결혼하겠느냐”는 우문을 던졌더니 예상보다 ‘센’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요. 다시 할 거예요”라는 답변이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인 씨는 “에이, 그럼 재미없잖아요”라며 진담반농담반의 ‘현답’을 내놓았다.
아들 병준 씨(27)와 딸 병민 씨(24)는 아직 학생 신분이지만 아버지를 돕는 일에는 적극적이라고 한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10월1일 두 달여의 독일 생활을 마치고 입국했다. 추석을 보내기 위한 ‘작은’ 이유와 연말 정계개편을 앞둔 정치권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큰’ 이유가 동시에 작용했다.
독일 체류 동안 정 의장에겐 누구보다 부인 민혜경 씨(50)의 존재가 중요했다. 지난 5·31 지방선거 참패 뒤 정 의장은 객지에 머물면서 오랜만에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한동안 못했던 데이트도 만끽했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부인 민 씨의 내조라면 ‘그저 조용히 남편의 수발을 드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측근들도 민 씨가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며 ‘조용한 내조’를 원칙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꼬박꼬박 챙기는 것은 남편이 가지 못하는 일정을 대신 나가는 것이다. 보좌를 맡고 있는 이재경 실장은 “여러 가지 행사나 잔치 등 주변 사람들을 챙겨야 하는 자리에 정 의장을 대신해 꼭 나간다”고 설명했다.
김상일 보좌관은 “성격이 워낙 자상하고 꼼꼼하셔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사모님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한 보좌진은 “평소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정치를 할까 싶을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다. 그런데 대중 앞에 나서면 백팔십도 돌변한다. 특히 연설에는 타고난 것 같다. 깜짝 깜짝 놀랄 정도”라고 설명하했다.
정 전 의장과 민 씨의 연애스토리는 유명하다. 민 씨 오빠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뜨거운 연애를 했다. 정 전 의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연애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기숙사 앞에서 이름을 부르며 소리를 지르기도 해 결국 민 씨의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이별을 통보한 민 씨는 2년 뒤 정 전 의장과 다시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고, 결국 정 전 의장은 ‘납치를 하다시피’ 민 씨를 데려갔다고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3학년인 큰 아들인 욱진 씨(23)는 지난 8월 초 입대했고 둘째 현중 씨(20)는 연세대 경영학과에 다니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