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2011년 9월 고등학생이던 A 씨 등은 같은 동네에 사는 중학생 B 양이 친구 C 양과 함께 맥주 한 캔을 나눠 마시는 것을 보고 이를 빌미로 성폭행을 모의했다.
A 씨와 동네 친구 10명은 B 양에게 연락해 “밤에 학교 뒷산으로 오지 않으면 학교에 술 마신 것을 알려 잘리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9일 오후 9시 가해자 7명은 B 양과 C 양을 불러내 술을 먹여 정신을 잃게 했고 취한 B 양을 4명이 번갈아 성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황에서 일부는 성폭행을 시도하다 피해자의 반항에 미수로 그치거나 주위를 살피며 범죄를 방관했다.
8일 뒤 A 씨 등 22명이 피해 학생들을 뒷산으로 다시 불러내 술을 먹였고 그 중 6명이 B 양과 C 양을 같은 방법으로 성폭행했다. 이 중 지난번 성폭행을 주도했던 4명을 포함해 6명이 B 양과 C 양을 성폭행했고 16명은 이를 지켜봤다.
당시 이들의 범행은 묻히는 듯 했지만 2012년 8월 가해자 중 3명이 다른 성범죄로 경찰에 구속되며 드러났다. 가해자 중 한 명이 과거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경찰은 피해 여중생들에게 가해자들을 고소하고 사건의 구체적 내용 진술을 요구했으나 피해자들은 성폭행 후유증으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여서 진술을 완강히 거부했다. 실제로 두 학생 중 한 명은 학업을 중단한 상태였으며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올해 3월 초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피의자 4명은 당초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 “기억이 안 난다”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경찰이 이들을 분리해 신문하고 광범위하게 조사하며 혐의를 입증해 나가자 대부분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D 군의 어머니는 오히려 “어릴 때 한 일 가지고 경찰이 너무한다. 출근을 할 수 있게 해줘야하는 거 아니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왔고 경찰의 수사에 불만을 표하며 “아들을 빨리 풀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 도봉경찰서는 A 씨 등 3명을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했고 D 씨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주범 외 공범 6명은 특수강간 미수 및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피의자 12명은 조사를 마치고 각 소속 부대 헌병대로 인계할 방침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