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에이즈 감염자 수는 4천만 명이며 매일 1만6천 명 꼴로 새로이 에이즈에 감염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2~3년 사이에 과거 평균 증가율보다 훨씬 높게 급증하는 추세다.
국립보건원 방역과에 따르면 올들어 HIV(인면역결핍바이러스-증상을 갖고 있지 않은 보균자) 감염자는 3분기에 1백1명이 새로 확인돼 지난 9월 말까지 2백77명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HIV 감염자는 1985년 처음 감염자가 발생한 이래 모두 1천8백88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실제 감염자수는 이 수치의 최소 6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국내 에이즈환자도 치료를 중단하고 잠적하는 경우가 많 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사진은 외국인 에이즈 환자와 발 병후에 나타나는 증상. | ||
지난해 미국 한 지역의 포르노배우 전용진료소에선 11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었다. 또 우리나라 국정감사에서는 국내 외국인 감염자 2백25명 중 19명이 잠적한 상태며 국내 생존 감염자 1천4백4명 가운데 행방이 불명한 사람도 40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AIDS 방비망은 무방비로 뚫려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에이즈 바이러스는 감염인이 감기기운 같은 첫 증상이나 에이즈 항체검사로 감염을 확인하기 전까지가 가장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하고 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권관우 총장은 “감염자에 대한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와 불법 체류자를 포함한 국내 외국인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이즈의 문제점으로는 실제 감염원의 파악 부족과 관리의 허점, 대국민 홍보 부족 등 많은 점이 지적되고 있다. 수혈•모자감염은 극소수 이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에이즈 감염자가 자신이 감염자인지를 모르고 있어 강력한 전파매체가 된다는 점이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아는 감염자는 10명당 1명에 불과하다. 에이즈 퇴치기구 UNAIDS는 개발도상국가의 감염자 약 95%가 자신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춘 여성들이 많은 후진 아시아지역의 경우 감염의 심각성은 그만큼 높다.
에이즈는 수혈이나 모자감염 등에 의한 감염도 있으나 대부분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과의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 국내의 에이즈 감염자 중 약 97%가 성접촉으로 인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돼 있다. 에이즈는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세포성 면역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에이즈 바이러스의 주된 공격목표는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T세포 중의 보조 T세포(helper T cell)다. 보조 T세포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돼 괴사를 일으키면 인체의 면역기능이 망가져 면역결핍상태를 일으킨다.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급성 감염기, 무증세 감염기, 발열, 오한, 설사, 심한 피로감 등 전신적 증세를 보이는 시기를 거쳐 피부증세, 신경증세, 치명적인 감염과 악성종양 등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
에이즈 감염은 특히 동성연애(남성간)의 성적 접촉에서 감염이 더욱 높다. 동성연애는 대부분 항문 성교가 이뤄지는데 그때 직장이 손상되면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에이즈는 또 매독, 클라미디아 등 다른 성병에 감염돼 있는 사람이 감염되기 쉽다.
따라서 성관계시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콘돔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정액 또는 질 분비액은 주요 감염매개물이므로 상대방에게 직접 접촉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콘돔을 사용해도 100% 안전하다고는 할 수는 없다.
에이즈검사는 HIV항체 검사를 말한다. 다시말해 에이즈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즈 바이러스에 의해 체내에 형성된 항체를 검사하는 것으로, 이 항체를 검사하기 위해서는 성관계 후 6~12주가 경과돼야 한다. 가장 정확한 결과를 알기 위해서는 12주가 지나야 한다.
에이즈 진단은 보건소와 전국 의료기관에서 가능한데 일반적으로 혈액을 통한 ‘엘라이자 검사’가 기본이다. 그러나 에이즈 말기에는 항체를 만드는 세포가 거의 없어져 항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엘라이자 검사만으로는 확인이 힘들다.
울산의대 미생물학과 조영걸 교수는 “감염내과 전문의가 봤을 때 에이즈가 의심돼 검사를 했는데도 항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차 스크링 검사결과에만 의존하지 말고 에이즈 유전자 검사까지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이즈 치료는 현재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3~4가지 이상 약을 섞는 칵테일요법이 가장 일반화돼 있으나 독성이 문제다.
다행히 최근 퓨전 억제제 계통의 약이 FDA의 승인을 받아 내년쯤 실용화될 것으로 보여 좀 더 부작용이 적은 치료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지금으로선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에이즈 백신도 단시간 내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변이가 가장 심하기 때문이다. 중단하면 내성 강해져 ‘에이즈는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 연구한 학자들의 견해다. 그러나 그 위험 행위가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감염 확률도 크게 변할 수 있다.
감염자와 몇 차례 관계를 가졌어도 걸리지 않을 수 있는 반면 단 한 차례의 성교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가톨릭의대 감염내과 강문원 교수는 “에이즈 환자에게 정부에서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지원방법의 문제점 등으로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해 내성을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에이즈는 예방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에이즈는 가장 무서운 질병이지만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다. 박성주 보건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