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간의 건강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특히 자주 마시는 술은 과음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고 한다. | ||
백전백승. 술을 알아야 술을 이길 수 있다. 요즘처럼 술자리가 많을 때는 그 자리를 즐기면서도 술독에 빠지지 않은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하는 지혜와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우리의 간은 어떻게 혹사를 당하고 있을까.
잘못된 술 문화는 간에 손상을 주고 결국에는 간경변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물론 간 질환의 발병 가능성은 유전적 요인과도 관계가 있다. 개인차가 심해 술을 마신다고 누구나 다 간 질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술을 오랫동안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서 알코올성 간 질환의 빈도는 현저히 높아진다.
또 술 마시는 사람의 영양상태, 음주량, 음주방법에 따라서도 간 손상의 정도에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B형 또는 C형 간염이 있는 사람들은 음주로 인해 간염이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어 음주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이 지적이다.
알코올성 간 질환의 종류에는 지방간, 간염, 간경변증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이들 병들은 각 환자에서 겹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처음 단계는 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수일간만 연속적으로 마시면 생기게 된다. 증상은 거의 없고 우연히 신체 검사 등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경희의대 내과 이정일 교수는 “최근 지방간이라는 진단을 받고 상담하러 오는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20~40대며, 체중이 표준체중을 상회하거나 사업상 음주량과 횟수가 많은 환자로 대다수 회사의 정기 신체검사나 건강검진중 간 수치(AST, ALT)가 약간 증가하거나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 의심 소견을 듣고 알게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일부 환자에서는 전신쇠약감, 피로감, 나른함, 권태감,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혈액검사상 중성 지방이 증가되고 간기능 검사중 AST(GOT), ALT(GPT)에 비해 γ-GT가 증가되며 초음파 검사 등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본인이 알코올을 자제한다면 충분히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다른 치료 없이 술을 끊는 것만으로도 정상 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주와 함께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주를 해도 간 기능 검사가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간장약을 복용할 수 있다.
중성지방이 높은 환자는 중성지방을 저하시키는 약물을 복용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은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에서부터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다. 알코올성 간염이 가벼운 경우에는 증상이 전혀 없으며 간 기능 검사에서만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심한 경우에는 입맛이 없고 구토를 하고 몹시 피로하며, 복부 불쾌감과 황달이 동반된다.
▲ <바이러스 감염후 진행과정> | ||
알코올성 간경변증의 증상은 몇주 혹은 몇달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전신피로감과 식욕 감퇴가 있다. 다른 원인에 의한 간경변증과 마찬가지로 진행되면서 복수, 식도 정맥류와 출혈, 간성 뇌증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다.
문제는 간경변으로 진행되면 정상적인 간으로 되돌아 올 수 없다는데 있다. 이때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이 상태에서라도 알코올을 자제한다면 급속한 진행을 억제할 수는 있다. 알코올성 간 질환은 얼마나 많은 양의 술을 얼마나 오랫동안 마셨느냐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알코올성 간 질환 환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오랜 기간 동안 음주한 사람들이다.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은 어떤 술을 마셨느냐에 따라 차이가 없다. 술의 종류보다는 얼마나 많은 양의 술을 얼마나 오랫동안 마셨느냐가 중요하다.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 서양의 경우 알코올을 하루 80g(소주 300~400cc, 양주 150cc, 맥주 1,500~2,000cc, 포도주 750cc) 이상을 15년 이상 마신 사람의 약 1/3에서 간경변이 발생했다.
또 다른 보고에서는 간경변 환자의 알코올 평균 섭취량을 조사해 본 결과 하루 160g의 알코올(소주 2병정도)을 약 8년 동안 매일 마신 정도였다고 한다. 연세의대 내과 이관식 교수는 “성인은 일반적으로 하루 약 40~80g의 알코올 즉 소주 1병 이내의 음주는 소화할 능력을 갖고 있고 일주일로 보면 210g 정도의 범위 이내다”며 “그러나 적은 양의 술이라도 매일 마시게 되면 간이 휴식할 시간이 없어 재생력을 막고 간 손상이 유발되는 만큼 많아도 1주일에 1~2회 정도로 음주 횟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술과 간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음주 방법이 중요하다. 술을 마실 때는 안주를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술은 ‘속 빈 강정’ 같아 칼로리는 있으나 저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본적인 음식을 소홀히 하고 술만 마실 경우 영양결핍이 올 수 있다.
간에는 알코올 등 체내 독성물질을 방어하는 단백질이 있는데 영양이 부족하면 이 단백질이 부족하게 돼 간 손상도 더 빨리 진행된다. 그러나 영양이 충분하더라도 과음하면 간이 상하게 되는 만큼 과신은 금물이다. 술 흡수 억제를 돕는 드링크류도 오히려 이를 믿고 과음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몸에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한다.
특히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실 때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흡수가 가속될 수 있다. 한번에 급하게 들이키는 ‘원-샷’과 술잔 돌리기, 2차 3차 등의 음주문화는 음주량도 많아지고 흡수도 빨라져 간 손상도 커진다. 술에 덜 취하겠다고 콜라와 사이다 등을 섞어 마시는 습관도 해롭다. 탄산거품이 섞인 술은 보다 빠른 속도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특히 술자리에선 금연하던 사람도 한두 개피씩 담배를 물게되는데 술과 담배는 몸을 망치는 최악의 궁합임을 알아야한다. 술자리에서 피우는 담배는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시키며 알코올 역시 니코틴의 흡수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알코올을 해독하기 위해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 간에 흡연으로 발생되는 일산화탄소가 공급되어 해독을 방해하기도 한다.
술과 담배는 식도암의 발병률을 높일 뿐 아니라 성대에 무리를 주어 음성장애를 가져오는 등 건강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기왕 술자리에 갔다면 대화를 많이 하여 스트레스도 풀고 가끔씩 노래도 부르며 그 자리를 즐기는 것이 술을 덜 먹고 건강을 지키는 한 방법이다.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은 ‘해장술’. 다음날 술을 깬다며 마시는 해장술은 ‘독주’임을 알아야 한다. 해장술은 숙취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게 아니라 뇌의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두통이나 속 쓰림을 못 느끼게 할 뿐이다.
숙취해소를 위한 최고의 묘약은 술을 줄이는 것이다. 주독에서 벗어나는 데는 이보다 좋은 약이 없다. 그 다음의 보조 수단이 저혈당과 유해산소의 발생을 줄여주는 야채나 과일의 보충. 식은땀이 나고 몹시 허기지며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심한 저혈당인 경우, 설탕이나 꿀물이 도움이 될수 있다.
심하면 포도당 주사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따뜻한 된장국이나 콩나물국, 차 종류도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알코올성 간 질환의 치료는 어떤 간장약보다도 알코올을 자제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박성주 보건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