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40대 초반의 남성 이아무개씨는 손떨림 증상이 나타나자 신문에서 본 내용을 떠올리며 바로 파킨슨병을 의심했고, 바로 신경과의 전문의부터 찾아간 결과 약물조절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파킨슨병(파킨슨씨병, Parkinson’s disease)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세계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걸렸다해서 유명해졌지만 아직도 중풍 등 다른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증상들은 도파민(dopamine)의 결핍으로 인한 것이다. 운동기능과 관련되지 않은 증상으로는 배뇨장애 및 변비, 체위성 저혈압, 경미한 기억장애나 집중장애, 수면장애 등을 동반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인구 1천 명당 1명 정도 비율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방치되거나 다른 질병으로 잘못 치료받고 있는 환자까지 합치면 그 수가 더욱 많으리란 추산이다.
주로 노년층에 많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많아지는 파킨슨병은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하나로 도파민이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의 결핍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질병의 원인으로 떠오르면서 간혹은 파킨슨병과 스트레스의 연관성도 의심되고 있지만 아직 전문의들은 “파킨슨병은 스트레스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파킨슨 질환은 대부분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며 속도에 차이는 있지만 대개 매우 느리게 진행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오랜 기간 큰 불편 없이 일반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가 있다. 적절한 약물 처방으로 초기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초기 진단이다. 초기에 제대로 발견해 전문의를 찾아가면 적절한 약물 조절만으로 ‘다른 만성질환처럼 평균수명을 다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진단이 빠르면 빠를수록 신체활동을 연장할 수 있는 중요한 조치를 조기에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떨림이나 운동기능의 장애 때문에 곧잘 중풍이나 디스크, 혈액순환 장애 등으로 잘못된 진단을 받고 엉뚱한 치료에 매달리다 뒤늦게 전문의를 찾는다.
강남성모병원 신경과 이광수 교수는 “내원자의 50%는 한의원에서 중풍으로 진단받고 오랜 시간을 보낸 후 찾아와 안타깝다”며 “이 질환은 무엇보다 처음부터 파킨슨병 전문의를 제대로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약물이 기본이다. 초기에 파킨슨병 치료약을 복용하면 하루 종일 약효가 꾸준하게 나타나 일상생활을 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병이 진행하면서 뇌 안의 수용체에 변화가 나타나 약효에 변화를 보일 수 있는데, 이것은 온오프 현상(On/Off)으로 파킨슨병의 고유한 증상으로 보기도 하고, 약물에 의한 부작용으로 보기도 한다. 대개는 3기 이상 4기 정도의 중증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문제도 약을 바꿔가며 치료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전범석 교수는 “파킨슨병의 치료는 약물로 증상을 조절한다고 생각하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약으로 조절이 불규칙할 때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파킨슨병 수술은 과거엔 문제 부분을 파괴시키는(지지기) 방법이 많이 이용됐으나 최근엔 뇌정위술을 이용한 DBS(Deep Brain Stimulation, 심부전기자극술)이 많이 쓰이고 있다. 수술은 사용하는 약물의 용량을 줄일 수 있고 투약 스케줄을 간편하게 할 수는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명종 교수는 “이제 파킨슨병은 약물 치료가 많이 발달해 병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평균 수명을 다 지킬 수 있는 질환”이라며 “약은 다른 만성질환처럼 장기적으로 필요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강남성모병원이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 ‘파킨슨교실’을 여는 등 대학병원에서 건강강좌가 늘고 있고, 파킨슨질환 전문 클리닉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오는 10월엔 서울에서 ‘아세아·태평양 파킨슨 국제학회’가 열려 국내 파킨슨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소현 건강전문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