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기엔 이식술을 모낭이 완전히 사라진 말기의 남성형 탈모는 약물로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 고 이식술로만 재생될 수 있다. 사진은 경희대 병원 심우영 교수의 시술장면. | ||
기온 습도가 낮아지는 가을철에는 여름동안 강한 자외선에 노출됐던 두피에 각질층이 형성되면서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지기 때문이라는데…. 만약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비듬이 많아지고 두피에 가려움 염증이 나타난다면 나도 혹시 탈모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혹시 다른 원인이 있지는 않는지 잘 체크해 보자. 바람부는 가을철. 두발 관리법을 알아봤다.
어느 정도 심해야 탈모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을까. 이미 탈모가 눈에 띄게 진행되어 두피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 탈모증이 확실하고, 두피가 보이지 않더라도 하루에 일정량 이상 머리카락이 빠지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보통 건강한 사람이라도 하루에 50∼100개 정도씩은 머리카락이 빠지기 마련이다. 특히 머리를 감을 때는 머리에 자극이 가해지므로 많이 빠진다. 그러나 빠지는 양이 이보다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 탈모증을 의심해 보고, 적절한 치료 대책을 세워야 한다.
탈모증 자체가 의학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없지만 탈모가 생기는 배경에 의학적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을 먼저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대개는 유전적 원인이거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탈모증의 가장 흔한 유형은 유전적 요인에 따르는 남성형 탈모증이지만 그 외에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자신의 면역체계가 모낭을 공격해 생기는 원형 탈모증에서부터 갑상선 질환이나 빈혈, 내분비 질환 등의 질병이 있을 때,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심한 식이요법을 했을 때, 여성의 출산 직후 나타나는 일시적 탈모증도 늘어나고 있다.
탈모증이 주는 크고 직접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외모의 문제일 것이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탈모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약 6대 4 정도며, 20대 중반∼후반에 치료를 받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말한다. 취업이나 결혼을 앞둔 시기에 탈모로 인한 외모 콤플렉스에 그만큼 많이 시달린다는 이야기이다.
남성형 탈모는 크게 양쪽 이마의 가장자리를 따라 머리가 빠지기 시작해 앞머리 선을 따라서 M자형으로 진행되는 초기, 앞이마의 선이 뒤로 물러나면서 이마의 머리카락은 거의 없어지고 정수리 부분의 탈모와 만나는 중기, 옆머리 뒷머리와 목 부위를 덮는 ‘U’자 모양으로만 머리카락이 남는 말기의 세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남성형 탈모가 나타나는 시기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보통 20대 중반에서 30대에 걸쳐 시작된다. 유전성이 강하지만 약 20%의 경우는 아버지에게서 탈모가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탈모 형질이 아버지 대에서 잠시 나타나지 않았거나 외가 쪽에서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탈모를 치료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는 이미 상황이 심각해진 뒤가 아니라 탈모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다. 심우영 교수는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남성형 탈모에 대해서도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면 약물치료만으로 탈모 시기를 늦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전의 머리가 많았던 상태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효과가 입증된 탈모증 치료제는 바르는 미녹시딜과 경구제인 프로페시아 정도다. 이밖에 한방이나 민방의 전통에 따라 발모효과가 전해지는 몇몇 천연재료들이 보조제 형태로 시판되고 있지만 공인돼 있지는 않다.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이 있는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미녹시딜을 경구 투여한 환자의 약 70%에서 얼굴 팔 다리 등에 잔털이 많이 나는 다모증이 발생하자 탈모증 치료를 위한 국소 도포제로 용도를 바꾸어 개발됐다. 국소 도포형 발모제로는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공인을 받았다. 국내에서 발매된지 약 1년이 지난 프로페시아 역시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심 교수는 “치료를 시작하는 연령이 낮을수록 더 효과가 크다”고 부연한다. 18세부터 41세까지 남성형 탈모증을 보인 남성을 대상으로 프로페시아를 2년간 투여한 한 연구에서 약 80%의 환자가 머리카락의 수가 증가하고, 탈모 부위의 크기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남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남성형 탈모가 뒷머리까지 진행되지 않는 것은 이 부분의 모낭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뒷머리 부분의 모낭은 앞머리 탈모 부위에 이식한 후에도 탈모가 되지 않는다. 모발을 이식하면 3개월 정도까지는 심은 머리카락이 한차례 빠지고 나서 다시 나기 시작한다. 새로 자란 머리카락이 정착되는 6개월 뒤에는 머리 상태가 정상인과 같게 된다.
한방에서는 모발을 물을 댄 논의 모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물이 가물면 시들어서 빠지고, 반대로 너무 많으면 뿌리가 썩어 모가 빠지듯 탈모 증상도 논의 상태가 부적절할 때 생긴다는 것이다. 자생한방병원 남창욱 과장은 “스트레스 등으로 몸에 화기(火氣)가 많아지면 머리 위로 올라가는 상화(相火)가 발생한다. 그러면 물이 부족해 모가 시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탈모가 된다. 우리 몸의 수기(水氣)를 조절하는 신장의 양기가 허약해져도 모의 뿌리가 썩는 것처럼 탈모가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화를 아래로 끌어내리거나 신장의 기운을 보해주는 것. “검은콩을 식초에 불려서 먹으면 신장의 수기를 강화시켜 상화를 막을 수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원형탈모증 역시 화기에 의한 증상이므로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잘 풀어주고, 수기를 더해주는 육미지황탕이나 육공단 등의 전통적 처방을 가감하여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흰 머리카락을 없애고 다시 검은 머리카락을 나게 한다는 하수오를 주재료로 한 하수오탕도 탈모를 치료하는 데 많이 쓰이는 처방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