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증은 여러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며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풀어주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한다. 이미 우울증 증상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이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 ||
최근 일반인 6천 명을 상대로 한 국내의 한 정신장애 관련 조사에서 일반인의 평생 유병률은 30.9%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3명 중 한 명꼴로 어떤 형태로든 정신적 장애를 경험하는 셈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타 질병에 비해 정신장애 발병 비율이 높음에도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며 “현대인의 정신장애 중에는 불안장애가 가장 흔해 평생 유병률이 8.8%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2002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분석에 의하면 자살에 의한 사망이 7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는 각기 두 번째로 큰 사망원인으로 나타났다. 자살은 우울증과 연관성이 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인의 정신건강은 지금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 지금 나의 정신건강은 정상일까. 이상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정신장애는 치열해진 생존경쟁과 취업난 실직, 그밖에 늘어나는 사회적 불안요인들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요즘처럼 불투명하고 우울한 사회 현상이 우울증 환자를 직접적으로 높인다는 조사 결과는 없지만, 예전보다 커진 사회적 스트레스가 개개인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개연성이 높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 교수는 “북핵문제라든가 경제 저성장, 노사갈등 등 우리나라의 사회적 불안은 한국 사회에 대한 회의와 함께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우울증을 깊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우울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같은 질문은 상대에게 묻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산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은 일시적이든, 우울증의 시작이든 정신건강에 이상이 생겼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신과를 찾는 환자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우울증이라는 생각을 못한 채 삶을 회의적으로 이끌어 가는 사람이 많다는 데 그 심각성이 크다.
일반적인 정신장애의 대표격인 우울증은 증상이 경미한 기분부전 장애에서부터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심한 우울증까지 다양하다.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살의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임상적으로 자살하는 사람의 90% 정도가 우울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자살률은 해마다 높아져 올해는 교통사고를 제치고 한국인의 사망원인 7위에 올랐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는 자살이 각기 2위의 사망원인으로 떠올라 그 심각성이 높다. 우울증은 모든 연령, 계층, 문화권에서 나타나며 누구든지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발병률이 2배 정도 높으며 나이는 20~40대에서 발병률이 높다. 가족이나 친척 중 우울증을 앓은 사람이 있는 경우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2∼3배 정도로 발생 위험이 높다.
우울은 구체적인 어떤 사건을 계기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했거나 이별, 별거, 이혼상태에서 2∼4배 더 높게 나타난다. 출산 후 6개월까지도 발생 위험이 높고, 실직이나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우울증의 위험인자로 꼽힌다.
우울증 환자는 혼자의 힘으로 치료방법을 실행하기 어려우므로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족들은 우선 이 사람이 거부감 없이 병원에 찾아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우울증에 대해 좀더 알고 이해하려고 관심을 가져야 하며, 환자로 하여금 취미 운동 종교 문화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우울증 환자들은 적극적인 행동을 미루거나 이런 저런 핑계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게으르다거나 꾀병을 부린다며 비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과장된 자신감을 보인다. ▲수면에 대한 욕구가 감소해 몇 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는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지껄인다. ▲사고의 비약 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잇따라 떠오르는 주관적 경험. ▲주의가 산만해 외적 자극에 너무 쉽게 휩쓸린다. ▲직무나 학업 사회적 활동이나 성적 활동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며 정신적 초조감을 보인다. ▲쾌락에 지나치게 몰두해 값비싼 물건을 사들이고 성에 탐닉하거나 터무니없는 투자를 한다.
비정상적으로 과장 혹은 고양된 기분이 적어도 1주 간에 걸쳐 지속되는 것을 조증이라 한다. 같은 기간에 위 일곱 가지 증상 중 세 가지 이상이 지속되면 이미 심각한 상태다. 조증은 흔히 우울증과 겹쳐 나타나 조울증이 되는데, 아주 변덕스럽게도 금방 흐렸다가 금방 소란스럽게 변하곤 한다. 우울증 없이 조증만 나타나는 경우는 10~20%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조증은 갑자기 명랑하고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하는 등 고양된 기분이 다른 사람에게까지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사람들은 이상행동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변화로 오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불안 초조한 듯 끊임없이 일을 만들고 설쳐 마침내는 낭패를 보기 쉽다. 지나친 고집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고 다투기도 한다.
[공황장애]
갑자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지 못해 당황하고 땀을 흘리며 망연자실해지는 공황장애는 30대 여성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일종의 패닉 상태가 되는 것인데, 가슴이 뛰거나 숨이 벅차고 땀을 흘리기 때문에 심장질환이나 갑상선기능 이상, 저혈당 등 내과적 질병과 혼동되는 경우도 흔하다.
다음의 전형적인 조증 증상 가운데 적어도 4개 이상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고 점점 심해져서 10분내에 최고조에 이르면 공황장애라고 할 수 있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줄줄 땀이 흐른다. ▲몸이 떨리거나 흔들거린다. ▲숨이 막히거나 답답해진다.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가슴(심장)에 통증이 오거나 불쾌감이 생긴다. ▲오심 또는 복부 불쾌감 ▲현기증, 어지러움 또는 기절할 것 같은 느낌 ▲익숙하던 주변이 뭔가 바뀐 듯 생소하게 느껴지고 자기 자신이 달라진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자기 행동을 조절하지 못해 안하던 행동을 하고, 갑자기 미치거나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감각이 둔해지거나 따끔거리는 느낌이 있다. ▲주변 온도와 상관없이 덥거나 추운 느낌.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은 ▲호흡조절(숫자를 세면서 천천히 아랫배까지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복식호흡을 하루 두번 10분씩 훈련한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명상하는 기분으로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근육이완(어깨 팔 배 다리 순으로 각각의 근육을 수축시켰다가 이완시킨다. 수축 이완 때마다 천천히 다섯을 세면서 한껏 힘을 모으고 뺀다) ▲단축법(복식호흡 3~4회, 손과 발의 근육이완, 다시 복식호흡 순으로 긴장이 줄어들 때까지 반복한다) ▲상상훈련(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장소를 천천히, 집중해서, 상세하게 눈에 보이듯 상상한다) 등의 훈련을 반복하면 크게 나아진다.
강박장애는 원치 않는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몹시 불안해지는 증상이다. 손을 너무 자주 씻기도 하고 집안이 어지럽혀졌거나 먼지가 있는 것을 못참아 끊임없이 쓸고 닦는다. 불안장애는 계속 걱정이 떠오르고 안절부절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때로는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거나 쉽게 피곤해하기도 한다.
이런 장애는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장애는 약물치료, 심리치료(인지, 정신분석 등), 행동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가장 효과있는 정신장애 예방법으로 신체활동을 꼽는다. 신체활동은 기분전환에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밝은연세정신과 박지환 원장은 “현대사회는 경쟁, 비교 등으로 행복지수, 만족도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생기고 우울한 기분이 들기 쉽다”며 “하루 한 시간 운동이든, 음악이든, 십자수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정신건강을 위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주 보건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