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러나 ‘불안’이 정도를 넘어서 일상에서 행동이나 생각에 평온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면 정상이 아니다. 취업난, 경제사정 등 안심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불안증후군’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자신에게 직접적이고도 뚜렷한 불안요인이 없는데도 지나치게 불안해서 참을 수 없거나, 늘상 신경이 곤두서 있다면 불안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질식할 것 같기도 하고, 식은땀이 절로 나거나 뒷목이 뻣뻣하게 당기는 긴장성 두통과 소화불량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불안증후군이 있을 때 사소하게 생각하여 치료하지 않고 놓아두면 이 같은 신체증상뿐 아니라 우울증 같은 정신적 증상으로 발전되어, 충동적 언행이나 자살 같은 이상행동으로 이어질 위험도 높아진다. 따라서 지나친 불안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면 정신과 의사나 전문 심리상담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시 내 자신이나 가족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어떤 불안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증상을 체크해 보자.
[대인공포증]
윗사람이 진행하는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긴장되어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는 L씨(32). 처음에는 상사 앞에서만 나타나던 증상이 이제는 회의에만 들어가면 나타나 괴롭다. 어려서부터 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직장에서도 발표를 잘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집착한 나머지 생긴 불안이 문제였다.
이처럼 직장 상사나 거래처 등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공포감을 갖는 대인공포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성을 대하기가 두려운 경우도 있다. 사회적 관계에 대하여 나타나는 불안감이기 때문에 사회공포증이라고도 부른다.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거나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땀을 흘리기도 한다. 대인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특히 대인 관계가 많은 업무에서 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지나치게 내성적이거나 회피적인 성격, 너무 완벽주의적이고, 강박적인 성격에 흔한 편이다. 어려서 주변으로부터 받은 놀림이 큰 충격으로 남은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모의 과잉보호나 지나친 간섭, 기대가 너무 크거나 자녀의 의견을 거부하는 경우, 남의 의견을 너무 중시하는 경우에도 어린 자녀에게 대인공포증이 생기기 쉽다. 친구나 친척 등 다른 사람들과의 왕래가 적은 가정의 자녀들도 대인공포증이 생기기 쉽다고 한다.
기질적으로는 대뇌의 편도에 문제가 있거나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 관련되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는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을 이용할 수 있다. 대인공포증의 원인이 되는 환자의 오해와 잘못된 사고방식, 행동 등을 여러 수단을 통해 바로잡아주는 것이 인지행동치료에 속한다. 이때는 일대일 치료보다 집단치료가 더 효과적이다.
L씨처럼 회의에만 들어가면 제대로 말을 못하는 경우 회의 전에 항불안제를 복용하는 등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등 약물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공황장애]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숨이 막힐 듯한 느낌을 받은 J씨(여·38). 그러다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도중에 내렸더니 30분 정도 지나 진정이 되었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자 병원을 찾기에 이르렀다. 내과에서는 별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정신과에서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공황이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공포감. 지하철처럼 폐쇄된 장소나 높은 장소, 사람들이 많은 광장 같은 환경에서 일어나기 쉽다. 심한 불안과 함께 두통 현기증 질식감 호흡곤란 오한 마비감 등의 발작이 갑자기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린 나머지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고 곧 맥박이 멈출 것 같은 답답한 증상도 생긴다. 때문에 처음에는 심장병을 의심해 내과부터 찾는 경우가 많다. 최근 지하철 기관사들은 하루종일 혼자서 운행하는 일인운행제의 영향으로 공황장애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
||
| ▲ 을지병원 김선욱 교수의 상담 진료장면. | ||
직접적인 조건으로는 스트레스가 많고 과음하거나 수면이 부족한 경우, 생활이 불규칙한 경우에 나타나기 쉽다. 환자들 가운데는 어려서 부모와 헤어지기 힘든 분리불안을 겪은 경우, 부모와 이별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보고도 있다. 직계가족 가운데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8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황장애 역시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훈련과 사회와 주변환경에 대해 안전하다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는 공황발작 자체를 억제하며 우울증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벤조다이아제핀계 약이나 세로토닌 흡수차단제, 베타 블로커 등의 약이 주로 사용된다.
[강박장애]
외출할 때마다 현관문을 제대로 잘 잠갔는지, 가스불은 껐는지 몇 번씩 확인하는 버릇이 있는 B씨(여·30). 스스로도 이런 행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계속 불안하다.
결혼한 후로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 성적인 생각이나 단어가 떠오르는 성적인 강박증까지 생겼다. 다니던 수영장에서 남자들의 사타구니에 자꾸 시선이 가고 성기 모습이 연상되더니 점차 일상생활중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자신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을 자꾸 반복해서 생각하게 되는 강박적인 생각,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인데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강박 행동을 보이는 불안증후군을 강박장애라 한다.
손을 너무 자꾸 씻는 청결 강박, 문은 잠갔는지 가스불은 껐는지 확인하는 확인 강박행동 외에도, 물건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경우, 이와는 반대로 불필요한 것도 필요할 것 같아 버리지 못해 항시 주변이 지저분해지게 되는 경우도 강박행동에 속한다.
‘4’나 ‘13’ 같은 숫자를 보면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아 이런 숫자가 연상되는 모든 일을 피하는 숫자에 대한 강박사고도 있다.
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의 강박증상이 있다면 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해 치료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강박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된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를 사용해 신경을 안정시킨다.
행동치료는 노출요법과 반응방지법, 사고 중지법이 많이 쓰인다. 노출요법은 환자가 강박적으로 기피하는 행동에 의도적으로 더 노출을 시킴으로써 그렇게 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어 강박증을 없애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손을 자주 씻는 사람은 일부러 더러운 물이나 휴지통에 손을 넣은 후 손을 안 씻고 참게 하는 식이다. 사고 중지법은 성적, 공격적인 생각이 자꾸 들 때 마음 속으로, 또는 소리내어 스스로에게 “그만”이라고 말하거나, 좀더 강한 다른 생각을 떠올려 강박적인 생각을 멈추게 하는 훈련방법이다.
[범 불안장애]
A씨(45)는 심한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처방받기 위해 정신과를 찾았다가 범불안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매사 걱정이 많고 긴장하는 그를 보고 주변에서는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야근도 자주 하지만 일을 썩 잘하는 편은 아니다. 일할 때도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라 효율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기 때문.
항상 두통이 잦고 뒷골이 쑤시곤 했다. 또 어깻죽지가 뻐근하며, 쉽게 피로해 혹시 몸에 무슨 이상이 있나 싶어 종합검진을 받은 후 스트레스성(신경성) 위염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범불안장애는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로 고치게 된다. 약물로 치료할 경우 6∼12개월 정도 지속하게 된다.
정신치료는 환자가 습관적 불안을 갖게 된 무의식적 원인 또는 현실적인 곤란에 대해 분석하고 치료하는 방법이며,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환자의 부정적인 생각을 점차 바꾸어 나간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 을지병원 정신과 김선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