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혈압은 보통 소리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중증이 되고난 후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면서 변화를 자주 체크한다면 평생고질이 되기 전에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 ||
고혈압은 순환기 질환 중 가장 흔하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의하면 성인의 15∼25%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국적인 조사 결과 30세 이상 성인의 20% 정도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연령의 증가에 따라 혈압이 상승해 70세 이상 노인의 고혈압 빈도는 40%를 넘는다.
문제는 고혈압이 있다 해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본인이 그 사실을 모르는 있어 자신도 모르게 잠정적 위험에 노출돼 있기 쉽다. 이 때문에 혈압관리를 잘 못하고 있다가 뇌졸중이나 협심증 심근경색 등으로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정기적으로 혈압을 점검하고 정상치보다 높은 것이 확인되면 평소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에서 발표된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성인 5명 중 1명 정도가 고혈압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중 절반가량은 자신의 혈압이 높은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어 합병증의 위험에 대책없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혈압은 합병증이 없는 한 대부분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혈압 측정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순환기내과 전문의들은 “고혈압은 젊은 사람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직장인 김인철씨(39)는 직장 정기검진에서 ‘혈압이 좀 높으니 다시 한번 검사를 받으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김씨는 ‘아직 젊은데’하고 무심히 지내다가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다시 고혈압에 대한 경고를 들어야 했다. 결국 기본적인 검사(X-ray, 심전도, 혈액화학검사 등)을 거쳐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김씨처럼 젊은 나이에도 고혈압인 경우가 많아 관심이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혈압이 있다. 혈압은 심장이 전신으로 혈액을 보낼 때 동맥의 벽이 받는 힘을 말하는 것으로 혈압이 높으면 심장에 많은 부담을 주고 말초혈관 등에 많은 장애를 일으켜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가장 흔하게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관동맥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의 중요한 위험인자이며 이런 심혈관계 질환은 곧바로 성인 사망의 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상적인 혈압의 범주는 일반적으로 수축기혈압(최고혈압) 140mmHg, 확장기혈압(최저혈압) 90mmHg 이내다. 이보다 높은 경우를 의학적으로 고혈압으로 판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120/80을 유지하는 경향이다.
고혈압은 특정 원인 질환에 의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이차성 고혈압’과 뚜렷한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일차성’ 또는 ‘본태성 고혈압’으로 나뉜다.
이차성 고혈압은 신장질환이나 대동맥, 신장동맥의 협착, 부신의 종양 등에 의한 것으로 전체 고혈압 환자의 약 2∼3%를 차지한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거나 제거하면 혈압이 내려가기 때문에 처음 혈압이 높다고 진단 받는 경우 한번쯤은 이차성 고혈압의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증상이나 진찰, 검사 소견상 특정 원인 질환이 의심되거나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 또 잘 조절되던 혈압이 다시 상승하는 경우, 고혈압이 갑자기 시작한 경우 등 일반적인 고혈압 환자의 양상과 다른 경우 이차성 고혈압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본태성 고혈압은 원인이 특정한 질환이나 이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경우다. 본태성 고혈압은 전체 고혈압 환자의 95% 이상을 차지해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라하면 본태성 고혈압으로 보면 된다.
본태성 고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인자로는 △조급한 성격 △비만 △염분 과다 섭취 △정신적 스트레스 △흡연 △음주 등이 있다.
고혈압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두통 현기증이 나타날 수 있고 전신피로감 불면 시력장애 코피 등 증상과 함께 간혹 실신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이 혈압이 높은 사실을 모른채 지낼 수가 있어서다.
순천향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성구 교수는 “40대 이상은 1년에 한 번씩의 정기적인 혈압체크가 필요하며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병, 관상동맥의 위험이 있는 사람은 6개월에 한 번씩 체크해야 한다”며 “혈압은 잴 때마다 다 달라 최소 한 번의 진찰시에도 2~3번 정도, 또 2~3회 방문해 반복측정을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히 단 한번의 검사에서 고혈압이 측정됐다고 하여 바로 강압제를 쓰지는 않는다.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일단은 본태성인지 속발성인지 구별해야 한다. 또 고혈압이 원인이 되어 심장이나 신장 등 장기에 유관 병변이 생겼는지 등 합병증 여부도 알아봐야 한다.
고혈압이라고 해서 다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이 심하지 않고 증상이나 합병증이 거의 없는 경우는 식생활 조절과 적당한 휴식 등으로 관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투약이 필요한 경우 일반적으로 혈압을 내려주는 강압제를 복용하게 된다. 강압제를 장기간 복용해 혈압이 조절되며 뇌졸중이나 고혈압에 의한 심부전 등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약에는 치료 효과가 있는 반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고 일정 간격으로 경과를 측정받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필요에 의해 복용한 경우 약효에 의해 일시 정상치로 돌아왔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약을 끊어서는 안된다. 혈압이 정상이 되고 몸의 상태가 좋아졌어도 정기적으로 검진하면서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중풍, 협심증, 심부전 및 신부전과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오병희 교수는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무리하지 않는 방법으로 수축기혈압을 140mmHg, 확장기 혈압을 90mmHg 미만으로 유지시키면서 혈압 상승으로 인한 이환과 사망을 줄이는 것”이라며 “그러나 환자에 따라 병력, 동반된 위험인자나 질환에 차이가 있으므로 모든 환자에서 동일한 목표 혈압을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는 개인의 특성에 따라 개별화된 목표를 세워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고혈압은 일단 생기면 완치가 거의 힘들다. 따라서 투약을 시작하면 약의 종류나 분량은 가감될 수 있으나 평생을 계속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 약을 복용중이라도 가정 내에서 본인이 혈압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혈압감소 효과가 있는 음식 섭취나 운동을 계속하면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될 수 있고 혈압약의 용량도 줄어들게 된다.
고혈압의 예방을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짜게 먹지 않는 식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허봉열 교수는 “고혈압은 평소 음식을 싱겁게 먹고 동물성 지방을 줄이는 습관과 함께 하루 30분∼1시간씩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표준체중을 변동없이 유지하고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그때 그때 푸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하는 것도 혈압 관리를 위한 비결이다.
혈압관리 생활수칙
▲ 체중 조절을 해야한다.
▲ 음식을 싱겁게 먹어야 한다.
▲ 염분이 많은 식품은 피한다.
▲ 담배를 끊는다.
▲ 과음을 피한다.
▲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 스트레스를 적절히 조절한다.
▲ 약을 꾸준히 복용한다.
박성주 보건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