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내 조사에 따르면 요즘 같은 봄철에 요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가장 많다고 한다. 날이 풀리면서 갑작스럽게 운동을 시작하거나 대청소를 하느라고 집안에서 힘을 쓰다가 삐끗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게다가 겨울동안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장기간 관절, 근육이 뭉쳐있어 갑작스런 운동에 쉽게 무리가 올 수 있다. 이밖에 교통사고 후유증 같은 사회적 요인도 늘고 있다. 요통이라면 흔히 척추와 요추의 디스크 증상을 떠올리기 쉽지만 디스크는 요통을 일으키는 수많은 원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허리가 아플 때 의심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순수한 근육통이다. “요통의 70% 정도는 잘못된 자세 등으로 허리 근육이나 인대가 늘어난 경우다. 이 때는 물리치료 같은 보존치료만으로도 쉽게 좋아진다. 또 평소 바른 자세로 생활하고 복근, 허리강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고 우신향병원 정형외과 김연상 과장(전문의)은 말한다.
요통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연령층은 20~30대다. 사회적으로 활동량이 많고 스트레스도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과도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근육을 긴장시키는 것이 요인이다. 잘못된 자세나 과격한 운동으로 요통이 생기는 경우도 흔하다. 디스크도 30대에서 가장 많이 생긴다.
요즘은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일 경우에 허리나 목 주변의 근육이 경직되는 근막통증 증후군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0대에서도 게임이나 채팅 등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근육 긴장으로 인한 요통이 흔해졌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거나 운동부족이 되기 쉬운 사람, 오랫동안 앉아 일하거나 고정된 자세로 일하는 직장인일수록 요통의 위험이 높다.
40~50대에 이르면 퇴행성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허리염좌, 추간판탈출증 등으로 생기는 요통이 상대적으로 흔해진다. 퇴행성 질환에서 오는 요통은 나이가 들면서 척추뼈의 칼슘 감소 , 척추 주변 근육 또는 인대조직의 퇴행성 변화 등으로 척추신경공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거나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로 발생된다. 이 시기에는 비만이나 운동부족이 겹치기 쉽다.
요통의 양상은 다양하다. 허리에만 통증이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요통을 동반하여 다리가 저리고 쑤시는 하지방사통, 감각기능의 저하, 다리근력의 약화 등이 따라오는 요추추간판탈출증으로 심하면 배변 또는 배뇨 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요통은 원인과 증상이 다양하므로 필요한 경우 X-ray나 CT, MRI 등의 정밀 검사를 하기도 한다.
단순방사선 촬영으로는 척추의 퇴행성 변화와 골절 유무, 척추의 만곡에 따른 구조적 변화를 알 수 있다. CT나 MRI촬영을 하면 추간판탈출로 인한 신경압박의 정도, 염증, 종양 등의 척수내 질병 유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요통이 생기면 허리근육의 긴장을 줄이기 위해 절대 안정해야 한다. 안정을 취하면서 원인과 상태에 따라 물리치료, 근육강화운동, 약물치료, 수술치료 등을 선택한다. 견인요법, 열치료, 전기치료, 운동요법 등 통증을 줄이는 다양한 치료방법이 사용된다.
바이오메카닉(생체역학) 치료라고 해서 특수한 치료기구와 장비를 이용하기도 한다. 척추 각 마디의 수평, 수직, 회전의 축을 분석해 인체역학적으로 고안된 각종 압력조절기(패티본 건)로 환부에 일정한 압력을 가해 척추뼈를 바로잡아 통증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치료 후에도 남아있는 체형의 불균형은 체형조절 치료기기를 이용해 잡아주어 재발을 막는다.
흔히 소염진통 목적의 주사제나 약을 일시적으로 통증만을 없애기 위해 복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아파도 먹지 않고 참으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증이 계속 남아 있으면 주변 근육이 변형돼 치료기간이 더 길어지고, 환자의 고통이 심하므로 전문의가 처방하는 주사제나 약은 제대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보조기를 착용할 때는 장기간 착용하면 근육이 약해지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근육강화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요통 때문에 수술까지 받게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심스척추클리닉 심제성 원장은 “특히 요통 외에 다른 증상이 없을 때는 물리치료만으로도 잘 낫는다”며 “수술은 물리적 방법으로 효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심한 신경증상이 동반된 디스크나 척추전방전위증, 척추관협착증, 척추결핵, 디스크염증 등도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미 증후군이라 해서 요통과 함께 하지의 방사통, 양쪽 하지의 마비, 방광마비를 일으키는 경우에도 수술을 고려한다.
드물게는 허리가 아닌 내부 장기의 이상으로도 요통이 생긴다. 내장을 지배하는 신경들도 척수신경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허리가 계속 아픈 데도 허리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고 물리치료, 약물치료 등으로 별 호전이 없는 경우에 의심할 만하다.
이 때는 요통을 일으킨 원인질환을 치료해야 요통이 사라진다. 갑상선 또는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쿠싱 증후군, 비타민D 결핍증, 동맥경화증, 심장기능 저하, 전립선 질환, 자궁질환, 골반내의 염증, 위궤양 등이 그것이다. 요로결석이나 신장병, 요로결핵, 요로종양 등의 비뇨기 질환도 허리를 아프게 한다. 유행성 감기나 폐렴, 뇌막염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내부 장기로 인한 요통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디스크, 염좌 등으로 인한 요통은 자세를 앞으로 구부릴 때나 재채기를 할 때 통증이 더 심하고 눕거나 안정을 취할 때에는 증상이 덜하다. 반면 내부 장기의 이상으로 인한 요통은 특별히 어느 부위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위가 막연하고 열이나 배뇨곤란 같은 동반 증상이 있다.
예를 들어 위궤양 등 소화기 질환에 관계된 요통은 식후나 공복, 변비, 배변시에 잘 생기고, 비뇨기 질환일 때는 배뇨시 통증이나 배뇨곤란, 혈뇨 등이 나타난다. 간이나 담낭, 췌장 질환에서는 오른쪽에 요통이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심스척추클리닉 심제성 원장, 우신향병원 정형외과 김연상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