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측정 모습. 사진제공=한국건강관리협회 | ||
생각난 김에 온가족 건강검진을 한번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강제성 있게 매년 정기검진을 받는 직장인이나 초중등 학생이 아니면 몇 년 동안 종합검진 한번 받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명절 연휴 모처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족과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건강에 눈길이 미친다면, 종합검진을 한번 받게 해주는 것도 실속있는 선물이다.
요즘은 기업들도 외국인 바이어들에게 술이나 골프 접대 대신 종합병원 건강검진권을 선물하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직장에서 정기 검진을 받는 경우라도 의례적인 검진이 형식적이기 쉬우므로 가끔씩은 개인적으로 정밀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단체나 의료보험상의 정기검진이 아닌 종합검진은 일단 비쌀 거라는 게 사람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정기검진 때도 특별히 부탁하여 걱정되는 부문에 대해서만 정밀검진을 추가할 수 있고, 추가되는 개인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정해진 검진 프로그램만 따라 하기보다 가족력이나 고위험 질환 등 개인 특성을 고려해 필요 항목만 정기적으로 맞춤검사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이 같은 검사는 시간 효율도 높고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꼭 값비싼 기기를 사용하는 개인병원에 가야만 특수정밀검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자신만의 ‘맞춤 검사’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의료검진기관들도 있다.
건강검진도 미리 상식을 갖고 받으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1. 건강할 때 검사받아라
이미 발생한 질병의 치료와 달리 건강할 때 미리 받는 것이 건강검진이다. 예를 들어 위암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위통,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체크를 받아야 한다. 위통이 지속되고 체중이 줄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조기가 아닌 경우가 많다. 자궁암 검사는 질출혈이 있기 전에, 유방암 검사는 무언가 만져지기 전에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아픈 증상이 시작됐다면 종합검진보다는 증상과 관련 있는 진료과를 찾아 진단과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2. 40세 넘으면 매년 받아라
검진은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할까.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최소한 2년에 한 번은 종합검진을 받는 게 좋다. 성인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40대 이후에는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받아야 한다. 직장 등 정기 검진의 기회가 없는 사람이라면 매년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기억하기 쉬운 날을 정해 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좋다.
3. 필요한 검사만 받는다
현재 개인적으로 종합검진을 받으려면 적게는 20만∼30만원에서 3백만원 이상까지 다양한 가격의 프로그램이 있다.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종합검진 프로그램대로 모두 검사를 받기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만 골라서 받는 것이 요령이다.
검사를 받기 전 자신의 건강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와 상의해 가족력이나 과거의 질병, 현재의 증상 등을 상의해 꼭 받아야 할 검사를 선정한다. 특히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경우, 집에서 가까운 병의원에 부모님의 주치의를 정해드리면 여러 모로 바람직하다.
주치의가 없다면 전문적인 검진센터의 상담 간호사와 상의해 자신에게 필요한 검진 프로그램을 정하고, 검진 당일 예진을 보는 의사와 빠진 항목이 없는지를 다시 체크하면 된다. 때문에 건강검진시 먼저 예진을 해주는 곳이 편리하다.
4. 검진 전 주의사항을 지킨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검진 2~3일 전부터 과로나 음주, 육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알콜 등 특정 성분들은 장기의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를 일시적으로 변화시켜 애써 돈과 시간을 들인 건강검진이 부정확한 결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에 따라서는 12시간 이상 금식을 요구하는 검사도 있으므로 전날 저녁부터 굶고 나오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는 밥뿐 아니라 물, 음료, 약, 껌, 담배까지 일절 금해야 한다. 평소 항고혈압제나 항경련제, 항응고제(아스피린, 와파린 등), 인슐린 등은 미리 의사의 특별 지시를 받아야 하는 약물들이다. 여성인 경우 생리기간이 검진날짜에 겹치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 위장조영 검사 장면. | ||
검진 후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은 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고 필요하다면 생활습관이나 식습관도 바꿔나가야 한다. 의사들은 검진 결과를 토대로 금연, 휴식, 운동, 수면관리, 영양관리, 그리고 스트레스 회피 등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 같은 검사 결과를 두고도 개인의 과거 병력, 체형, 체질, 가족력 등에 따라 주의사항이 다를 수 있다.
해마다 실시하는 정기 종합검진은 직장 등 단체에서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꼬박꼬박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직장 지역 관계 없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용을 부담하는 정기검진을 받을 권리가 있다.
지역의보 가입자(올해는 짝수년도 출생자가 검진 대상. 홀수년도 출생자라도 작년에 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올해 안에 받을 수 있다)와 사무직 직장가입자는 2년에 1회, 비사무직 직장 가입자는 1년에 1회 받도록 돼있다.
단, 지역세대주와 직장가입자는 연령에 상관없이 검진을 받지만 피부양자 자격의 가입자는 만 40세를 넘어야 무료검진이 시작된다.
1차 검사는 구강검사, 흉부방사선검사, 심전도검사 등 23항목. 이상이 있는 사람은 폐결핵, 당뇨질환 등을 알아보는 2차 검사를 추가로 받게 된다.
기본 검진 항목 외에 위암 유방암 대장암 간암 등 4대암은 비용의 50%를 본인이 부담하면 검사받을 수 있다. 위암 유방암은 40세 이상, 대장암은 50세 이상, 간암은 40세 이상이면서 고위험군(간경변, 만성간질환, 간염바이러스 보균자 등)과 검진결과 유질환자에 한한다. 그러나 건강보험료 부과액을 기준으로 하위 30%에 속하는 저소득층은 국가 암 조기검진 대상이므로 전액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검진 실시 시기가 되면 대개 직장이나 집으로 검진대상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오지만 자신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 무료 암 검진이 가능한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1588-1125 또는 www.nhic.or.kr)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건강보험 정기검진은 지정기관에서 받게 되는데 복지부 산하 비영리단체인 한국건강관리협회라는 전문기관도 있다. 일반 병원에서는 보험이 되지 않는다.
건강관리협회에서 검진을 받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돼 남성은 대략 18만원, 여성은 19만원 정도에 가능하다. 골밀도 검사나 내시경, 스케일링 등은 개인이 추가 비용을 내야 하고, 처음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만 선택해 받을 수도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개인부담 비용에서 20%를 할인해주고, 매년 5월에는 60세 이상 노인에게 20% 저렴하다. 1년에 1만원을 내고 특별회원에 가입하면 본인과 직계가족 모두의 검진료를 10% 깎아준다.
건진(건강검진)센터는 서울 강북·강서,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도시에 있으며 7∼10일 전 미리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것이 편리하다(서울 강서 02-2601-6171 강북 921-7161, www.kah.or.kr).
대형 종합병원의 건진센터는 일단 비용이 비싸지만 고가의 특수장비들이 갖추어져 다양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특정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해당 과로 찾아가면 곧바로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요즘에는 중소규모 종합병원이나 큰 개인병원도 검진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다.
무조건 비싼 검사, 유명 종합병원만 찾기보다는 자주 찾아가기 편하도록 집이나 회사에서 가까운 병의원을 이용하는 것도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런 검진에서 만약 이상이 발견되면 그때 대형 병원을 찾아가 필요한 정밀검사를 받으면 된다. 어디를 이용하든 예약은 본인이 직접 해야 건강상태에 맞는 검사를 선택할 수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건강증진센터 전성훈 교수, 을지대학병원 종합건강진단센터 양승오 소장,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 강서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