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이렇게 간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간의 기능이 떨어지면 영양분과 약물 대사, 독소 배출에 하나하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인체 내의 화학공장’으로 불리는 간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간 해독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우리 몸에서 간은 우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합성과 분해에 꼭 필요한 장기다. 글리코겐을 저장해서 필요에 따라 포도당으로 변환시켜 혈당을 유지하기도 한다. 또 면역 글로불린이나 콜레스테롤, 인지질 등 혈액 중에 존재하는 많은 물질을 합성하고, 지방을 소화시키는 데 필요한 담즙을 만들어 낸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독작용이다. 간은 체내에서 만들어지거나 외부에서 유입된 나쁜 독소를 분해, 해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가 먹는 식품 속에는 재배와 가공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첨가된 화학성분이 많고, 오염된 환경에서 들이마시는 유해물질도 모두 독소로 작용한다. 이들 독소는 대부분 지용성으로, 물에는 잘 녹지 않고 지방조직이나 세포막에 잘 달라붙는다. 그러다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운동을 하면 혈액 속으로 이동해서 두통, 피로, 어지럼증, 복통, 기억력 저하,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 등의 증상을 만든다. 하지만 간이 건강하면 독소가 지방조직에 달라붙기 전에 수용성으로 바꿔서 담즙, 소변 등으로 배설되도록 제 역할을 다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간을 해독하는 것일까. 양방에서는 올리브오일이나 과일산, 허브, 지사제, 미네랄 성분 등을 주로 마시거나 주사제로 주입하는 방법을 쓴다. 한방에서도 간의 지방이나 담석을 녹이는 한약을 복용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병행한다.
보통 양방이든 한방이든 해독 전날은 술, 고지방식을 피한 가벼운 식사를 하거나 굶는다. 그런 다음 당일에는 병원에서 준 해독음료나 한약을 시간에 맞춰 복용하면 된다. 주로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한꺼번에 흘러나오게 함으로써 막힌 담도를 뚫어 준다. 만약 담즙 찌꺼기나 담석에 의해 담도가 막히면 담즙 배출이 원활하게 못해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한다.
담즙은 혈액 중의 지방·콜레스테롤과 대사 후 남는 노폐물을 원료로 해서 만들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을 마신 다음날 화장실에 가면 돌같이 딱딱한 칼슘 담석이나 말랑말랑한 콜레스테롤 담석이 나온다.
또 담관이 깨끗해지면 담즙의 원료가 되는 콜레스테롤이 잘 처리돼 콜레스테롤 수치와 지방간 수치가 떨어진다. 이런 변화는 검사를 통해 수치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해독 분야의 전문가인 리압구정클리닉 이왕림 원장(가정의학 전문의)은 “간을 해독하기 전과 후에 혈액과 소변, 머리카락 등을 통해 간기능 검사와 간의 독성검사, 해독유전자 검사 등을 실시하면 해독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몸을 해독해야 면역력이 높아지고 노화방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간의 해독작용이 활발해지면 중년의 고민인 뱃살이 몰라보게 들어가는 등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하나로 간 해독을 실시하고 있는 운산한의원 김기범 원장에 따르면 간 해독을 하면 지방을 연소하는 간의 기능이 원활해져 요요현상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뱃살이 들어가면 지방간 걱정도 함께 줄어든다. 배가 나온 중년 남성이라면 대부분 지방간이라고 봐도 된다. 지방간일 때는 쉽게 피로하고 무력한 경우, 오른쪽 윗배가 답답하고 통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간이 있어도 별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와 함께 체내 독소가 피부로 나오면서 생기는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도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종합병원에서는 거의 하지 않고 개인병원에서 주로 간 해독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대학원장은 “간의 독소를 잘 배출해주면 만성피로나 장누수증후군 등의 만성질환에 분명히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관련 연구데이터가 거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차병원의 경우 차바이오메디컬센터에서 만성피로, 심장병, 아토피, 소화기질환 환자 등을 대상으로 간 해독요법에 관한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간 해독에 관심이 있을 때는 사우나실 등에서 마음대로 시판되는 간세척 음료를 마시기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 각자의 상태에 맞는 해독프로그램을 짜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변비,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간 해독만 하면 안 된다. 간 해독을 하기 전후에 장 해독을 병행해야 간의 독소를 말끔히 배출시킬 수가 있다.
이왕림 원장은 “맹장이나 복부수술을 한 경우, 여성들은 제왕절개 분만이나 자궁수술을 한 경우에는 장의 모양이 변형된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는 장의 변형을 바로잡으면서 간 해독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간·장 해독을 할 때는 장 해독 4번에 간 해독 1번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해독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몸 안으로 새로 들어오는 독소의 양도 줄여야 한다. 가능하면 저농약 또는 유기농 식품을 사용하고, 칼로리만 높을 뿐 비타민과 미네랄이 거의 없고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가는 라면·햄버거 같은 인스턴트식품은 삼가는 게 좋다. 적절한 단백질과 함께 비타민, 미네랄 등을 고루 섭취하는 식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간 해독 이후에도 깨끗한 간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동물성 지방,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당질 식품 섭취를 줄여야 한다. 또 폭음, 폭식, 편식, 과식을 하지 않고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간 해독을 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임산부나 담석 또는 담낭제거 수술을 한 경우, 간질환 환자 등 질환이 있는 사람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이런 경우 간 청소하라]
최근에 다음과 같은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면 간의 건강상태에 보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독소가 차곡차곡 쌓여 간의 기능이 떨어져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는 게 좋다.
[1] 늘 피로해서 의욕이 없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2] 눈이 피곤하고 시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3] 소화가 안 되고 배에 가스가 차며 구역질, 변비도 있다.
[4] 평소 술을 좋아해서 과음을 자주 한다.
[5] 기억력과 집중력이 자꾸 떨어지는 느낌이다.
[6] 매사에 별일 아닌데도 짜증이 잘 난다.
[7] 병원에서 고지혈증, 지방간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8] 뱃살이 많이 쪄서 고민이다.
[9] 피부가 가렵고 가슴, 등에 붉은 반점이 생긴다.
[10] 자주 팔다리가 저리고, 어깨와 목이 뻐근하다.
[11] 가끔 오른쪽 윗배가 답답하고 통증이 있다.
[12] 얼굴에 기미, 실핏줄이 보인다.
우리 몸의 해독기관 | |
간 외에도 우리 몸에서 해독작용을 담당하는 곳이 여러 곳이 있다. 그래서 해독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병원 중에는 간만 해독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간과 장, 신장, 폐, 혈관까지 해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 |
기관 | 이상 증세 |
간 | 배가 더부룩하고 속이 메스껍다. |
장 | 변비가 생기고 가스가 찬다. 방귀냄새가 심하다. |
폐 | 콧물, 재채기가 나오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
피부 |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충혈된다. |
림프 | 면역력이 저하돼 감기에 잘 걸린다. 피곤하고 잘 붓는다. |
신장 | 소변이 시원하지 않으면서 뿌옇고 냄새가 심하다. |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리압구정클리닉 이왕림 원장, 운산한의원 김기범 원장,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