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엔자임Q10을 넣은 각종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임상적 효능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맹신은 금물이다. | ||
코엔자임Q10 하면 다소 생소하게 들리지만 쉽게 설명하면 체내 미토콘드리아 세포 안에서 만들어지는 조효소다. 우리 몸 곳곳의 세포가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원인 ATP를 생성하는 데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자신의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것이 활성산소. 환경오염이나 화학물질, 자외선, 혈액순환 장애,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과잉 생산되기 쉽다. 불안한 화학구조를 가진 활성산소는 세포막이나 다른 내부 구조물을 손상시켜 동맥경화나 심혈관질환, 암 등을 유발한다.
활성산소가 줄어들면 당연히 피부 나이도 젊어진다. 30세 이후 연령대에서는 대부분 피부의 콜라겐이나 탄력섬유 등과 함께 코엔자임Q10 농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쥐를 이용한 실험이긴 하지만 면역계를 억제하면 코엔자임Q10이 감소하고, 반대로 코엔자임Q10을 보충하면 면역기능에 관계하는 IgG(이뮤노글로불린G)가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체내에서 만들어져 정상 수준을 유지하던 코엔자임Q10이 감소하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크게는 노화와 잘못된 식생활, 그리고 약물 복용 세 가지 요인이다.
△노화=코엔자임Q10은 체내에서 생합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코엔자임Q10의 생산력은 노화와 함께 약해지게 된다. 코엔자임Q10은 20세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심장이나 신장의 경우 40세에는 20대의 70% 정도로 감소한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보다 많은 코엔자임Q10 섭취가 필요하다.
△육식 기피 식생활=어떤 식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혈청 중의 코엔자임Q10의 양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고베대학의 오카모토 마사시 교수의 연구에서 밝혀졌다. 어류나 해양 포유류를 주식으로 하는 에스키모인의 혈청을 조사한 결과, 아시아인이나 덴마크인의 정상인군보다 코엔자임Q10의 양이 많았다고 한다.
코엔자임Q10은 육류 중에서도 특히 에너지 대사가 많은 심장, 근육, 간, 콩팥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채식을 주로 하는 경우에는 결핍되기 쉽다. 육식을 하는 사람이라도 심장이나 간, 콩팥 같은 부위를 매일 섭취하는 경우가 드문 만큼 부족해지기 쉽다고 한다.
△생합성 방해 약물=주로 고지혈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스타틴계의 콜레스테롤 저하제처럼 코엔자임Q10의 생합성 자체를 방해하는 약물이 있다. 코엔자임Q10의 생합성 과정은 콜레스테롤의 합성과정과 어느 단계까지는 동일하다. 따라서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복용하면 콜레스테롤과 함께 코엔자임Q10의 생합성까지 저해되는 것이다.
고혈압 약도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고혈압 약은 심장의 수축력과 박동수를 저하시켜 혈압을 내린다. 이때 심장 근육의 코엔자임Q10을 저하시켜 약물의 부작용인 심장근육 무력증이 생기거나 맥이 느려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코엔자임Q10이 부족하면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우선 에너지 생성이 원활하지 못한 만큼 신체 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발생한다. 수많은 세포들이 산화 스트레스에 저항하고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육 중의 코엔자임Q10이 감소하면 기운이 없고 나른하며 예민해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피로, 불면, 두통 등의 증상에 시달리는 만성피로 증후군을 보이는 경우에도 체내의 코엔자임Q10 농도가 꽤 낮다고 한다.
이때 코엔자임Q10을 보충해주면 혈액을 뿜어내는 역할을 하는 좌심실의 기능이 좋아져 심장의 펌프 능력이 개선된다. 따라서 호흡곤란이나 부종, 피로, 기침 등의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는 “이런 이유에서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심장병 특히 심부전 치료에 코엔자임Q10을 많이 처방한다”고 설명했다.
코엔자임Q10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식품으로는 정어리나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 뱀장어, 쇠고기·돼지고기 등의 육류, 달걀 등이 있다. 땅콩이나 현미 시금치 양배추 브로콜리 등의 야채에도 들어 있지만 육류나 생선류에 들어있는 양보다는 훨씬 적다.
한 가지, 코엔자임Q10은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성분이므로 이들 식품을 조리할 때 기름을 이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들 식품을 통해 코엔자임Q10을 섭취하면 체내에서 코엔자임Q10을 생합성할 때 필요한 나머지 영양소까지 고루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코엔자임Q10의 생합성에는 여러 가지 미량 원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우린이나 메티오닌, 비타민C·B2·B6·B12, 셀레늄 등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식사만으로 필요한 코엔자임Q10의 양을 채우기는 어렵다. 보통 하루 식사로부터 섭취하는 코엔자임Q10의 양은 약 4.2~7.2㎎에 불과하다. AG노화방지클리닉 권용욱 원장은 “하지만 활성산소를 퇴치해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매일 30~100㎎ 정도의 코엔자임Q10을 섭취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 필요한 코엔자임Q10 60㎎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매일 소고기 약 2000g, 땅콩을 약 2300g이나 먹어야 한다. 코엔자임Q10을 섭취하기 위해 이들 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면 필요 이상의 지방, 칼로리를 섭취하게 된다.
이럴 때는 제품화되어 있는 코엔자임Q10 제제를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코엔자임Q10 영양제의 경우 보통 두 달 분에 3만~4만 원 선이다. 이때 코엔자임Q10 복용 전후에 녹차, 홍차 같은 탄닌 성분이 들어간 차나 음료를 마시면 흡수가 억제된다.
지금까지 코엔자임Q10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된 바가 없다. 다만 고용량을 복용하면 구역질이나 구토 복통 속쓰림 피로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항혈전제인 와파린의 작용을 방해할 수 있고, 아드리아마이신이라는 항암제를 쓰는 경우에는 복용하면 안 된다. 임산부도 주의해야 한다”는 게 권용욱 원장의 조언이다.
코엔자임Q10의 임상적 효능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만큼 지나치게 효과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참고로 비타민E나 셀레늄, 해조류에 많은 아스타산친, 포도 껍질에 많은 레스베라트롤 등도 요즘 코엔자임Q10처럼 항산화제로 각광받는 성분들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 AG노화방지클리닉 권용욱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