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기둥인 척추에 문제가 생기면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통증 때문에 허리디스크 환자 10명 중 7명이 우울증을 호소한다는 보고가 나올 정도다. 그래서 디스크가 만성화되면 흔히 수술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모두 24개의 작은 뼈마디로 정교하게 연결된 부위가 척추. 이 마디들은 대체로 전후좌우 어느 방향으로든 유연하게 잘 움직이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갑자기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마디 사이의 완충장치인 연골질의 원반인 추간판 즉, 디스크가 중심축 밖으로 빠져나오는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불편한 자세로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몸을 무리하게 돌리다가, 출근길 전철 안 사람들 사이에서 심하게 밀리고 버티다가, 또는 자동차 추돌사고 등으로 척추가 심하게 흔들리는 경우가 그것이다.
물론 정상적인 척추라면 디스크가 잠깐 빠져나오더라도 곧바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복원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순간적인 충격으로 빠져나왔다가 뼈마디 사이에 물려 디스크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튀어나온 채 머무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척추를 따라 내려가는 신경이 압박을 받으면서 심한 통증과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목이나 허리에 흔히 나타나는 디스크 질환이다.
성인들의 경우에는 주로 디스크에 무리를 주는 나쁜 자세를 오래 취하는 경우나 과로,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이 원인이 된다. 주5일제가 보급되면서 교통사고나 무리한 운동 등으로 척추외상을 입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청소년들 역시 척추외상과 잘못된 자세가 가장 문제가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디스크가 생긴 것은 아닌지 쉽게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딱딱한 바닥이나 침대에 누워서 무릎을 편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보면 된다. 80° 이상 통증 없이 올릴 수 있으면 정상이지만, 30~70° 정도만 올릴 수 있다면 문제가 있다. 특히 허리에서부터 다리 방향으로 통증이 퍼지는 느낌이 든다면 디스크가 신경조직을 누른 상태가 의심된다.
또 서서 발뒤꿈치를 들고 발가락부분만 이용해서 걸어본 다음 발뒤꿈치로 걸어본다. 발가락 부분이 아프거나 걷지 못하면 4, 5번 척추의 신경이 눌린 상태일 수 있고, 발뒤꿈치가 아프거나 걷지 못하면 허리뼈와 엉치뼈 사이의 디스크다.
업무상 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거나 운전을 몇 시간씩 계속하는 경우엔 목디스크에 주의해야 한다. 5㎏ 정도 되는 머리의 무게를 받치고 인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목뼈는 물론 어깨 등 주변 근육이 계속 긴장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목뼈는 옆에서 볼 때 C자형이 정상이지만 목을 앞으로 기울이거나 머리를 숙인 자세가 지속되면 점점 앞쪽으로 기울어 흡사 거북이처럼 일자 목이 된다. 똑바로 선 상태에서 귀에서 내리 그은 가상선이 어깨 중심으로부터 앞쪽 2.5㎝가량 지점에 닿는다면 일자 목으로 진행 중이라는 신호다. 일자 목이 되면 목디스크가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삐져나온 디스크가 양쪽 어깨나 팔, 손으로 가는 신경을 누르면 목덜미가 아프고 뻣뻣해지며, 머리가 무겁고 집중도 떨어지게 된다.
▲ 바이오메카닉 척추치료법은 진단과 치료에 첨단 컴퓨터와 정밀기기가 이용되고 보다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다는 점에서 여타 물리치료법과 구별된다. 사진은 심정형외과의원 심제성 원장의 바이오메카닉 치료 장면. | ||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변형이 아니라 원상을 복구하는 일이다. 바이오메카닉 척추치료법이라고 해서 수술을 하지 않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척추를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치료하는 방법도 그중 하나다.
바이오메카닉 척추치료를 국내에 소개해온 정형외과 전문의 심제성 원장(서울 심정형외과의원·02-522-8275)은 “디스크 질환은 전통적으로 수술을 통해서만 통증을 없앨 수 있는 것으로 여겨왔지만, 바이오메카닉 척추치료법을 적용한 이후 수술을 하지 않고도 잘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디스크질환의 80% 정도는 수술 없이 완치가 가능하고, 목디스크의 경우에는 허리디스크보다 더 잘 치료돼 9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평균 30회 정도 치료를 반복한 결과다.
원래 바이오메카닉 척추치료법은 미국에서 개발돼 국내에 도입됐다. 다른 물리치료 방법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진단과 치료에 첨단의 컴퓨터와 정밀기기들을 이용하고 치료방법도 보다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다는 점이다. 척추 전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엑스레이 필름을 컴퓨터가 정확하게 분석해 각 부위의 전후좌우 뒤틀림을 3차원 좌표형식으로 보여준다.
척추의 출발점인 1번 경추(아틀라스) 교정으로 시작해서 척추 전체에 대한 물리치료, 찜질법, 인체역학을 응용한 견인치료 외에 근육이완체조, 개인별 체형조절치료가 이뤄지고 같은 증상의 재발을 막기 위한 특수부하 헬스요법 등 종합적인 치료가 이루어진다.
진통제 등 약물이나 주사는 치료 초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디스크 질환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20~30회 정도 반복적인 치료를 받으면 받는다.
심제성 원장은 “심하지 않은 디스크라면 1개월 정도면 치료효과가 나타난다”며 “비수술적 요법인 만큼 치료기간 동안의 통증이나 후유증의 위험이 없고, 어린이나 노약자, 심약자 등 수술이 어려운 사람도 안심하고 받을 수 있다.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더라도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최근에는 혈액정화요법이나 부족한 비타민·미네랄 등을 보충해주는 영양요법 등의 보완대체의학적인 방법을 병행해서 치료율을 더 높이고 있다.
물론 드물게는 수술이 최선의 방법인 경우도 있다.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효과가 없는 10% 정도의 환자들은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수술 후의 관리가 수술만큼이나 중요하다. 수술 후에도 적절한 약물 요법이나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을 병행해야 후유증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허리디스크 체크리스트 다음의 항목에서 3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리디스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① 양쪽 어깨의 높이가 다르거나 팔자걸음, 안짱걸음을 걷는다. ② 엎드려서 다리를 직각으로 올렸을 때 다리 길이에 차이가 있다. ③ 반듯하게 누워서 허리 부분에 손을 넣으면 잘 들어가지 않는다. ④ 한쪽 바짓단만 바닥에 끌리거나 한쪽 신발 밑창이 훨씬 빨리 닳는다. ⑤ 허리 통증과 함께 엉치가 시큰거리거나 다리가 저리고 당긴다. ⑥ 까치발을 하고 엄지발가락으로 걸었을 때 걷기 힘들거나 통증이 느껴진다. |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심정형외과의원(www.spin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