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업 후보 | ||
무안·신안 보궐선거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역시 김홍업 씨의 당선 여부다. 7명의 주자가 나섰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김 후보에 쏠리고 있다. 투표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종 지역 매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 후보가 초반 약세를 뒤집고 선두로 치고 나섰다. 선거구민들과 지역사회, 중앙 정계의 비판 속에서 주춤거리던 김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서서히 상승세를 타 한 달여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역시 ‘DJ 효과’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가 하면 아직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후보는 지난 달 말 선두를 달리던 무소속 이재현 후보에게 거의 절반 수준의 지지율로 뒤처져 있었다. 목포지역 신문인 <항도신문>이 지난 달 2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 후보는 11.1%에 그쳤고 이 후보는 20.7%였다. 그러나 민주당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과 김 후보의 읍소전략으로 지지율이 급격히 올라 후보등록 무렵엔 결국 이 후보를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이희호 여사까지 무안에 내려가 지지를 호소했던 다음 날인 지난 13일 <조선일보>와 <광주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결과는 김 후보 26.6% 대 이 후보 19.6%가 됐다. 물론 오차범위 내(95% 신뢰수준에서 ±4.0%P)이지만 대세가 역전됐다고 봐도 무방할 상황이다.
김홍업 후보가 이 여세를 몰아 당선된다면 한국 정치사에는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사건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대통령까지 지낸 아버지의 정치적 고향에서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잇따라 금배지를 달기 때문이다. 물론 DJ는 목포에서였지만 정치적 뿌리가 같은 곳이라고 볼 때 한 지역구에서 3부자가 국회의원을 지낸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DJ는 목포에서 6대의원을 지냈고, DJ 장남 김홍일 씨는 지난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목포·신안 갑에 출마해 81.2%의 득표율로 당선됐으며 16대까지 국회의원을 했다.
향후 정치판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등이 후보를 내지 않고 연합공천 형식처럼 모양새를 만들었듯이 대선을 앞두고 ‘새판짜기’를 시도하는 범여권 입장에선 김 후보 당선 여부가 몰고 올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가 낙선할 경우 DJ의 영향력은 큰 손상을 받을 것이며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 모두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휩싸일 것이 분명하다. 당선될 경우는 민주당의 위상이나 동교동계의 영향력도 커질 것이며 DJ의 민주당에 대한 애정도 돈독해질 것이다.
김홍업 씨 출마는 처음부터 해당 선거구는 물론이려니와 광주·전남 지역 정계, 나아가 중앙 정계까지 논란거리이자 관심사였다. 김홍업 씨가 출마의사를 피력하자 무안이나 신안, 나아가 호남지역 전체적으로도 우려와 반발이 거셌다. 무엇보다도 김홍업 씨 개인적으로도 비리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을 지닌 ‘부적격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아버지, 형의 선거구를 사실상 그대로 물려받는 ‘선거구 세습’이라는 나쁜 정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비판의 초점이었다. 특히 해당 선거구민들로서는 시대상황, 시대의 흐름을 무시하고 ‘DJ 효과’를 실험해 보려는 정치권의 피험자로 전락한 듯한 자괴감까지 겹쳐 크게 반발했다. ‘DJ로서도 당선돼도 본전, 낙선하면 창피’인 이런 모험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광주·전남지역, 그리고 무안·신안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김홍업 출마 반대 광주·전남, 무안·신안 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수감생활을 했던 김홍업 씨가 민주세력의 재통합 시점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출마 자체를 강력히 반대했다. 전략공천에 대해 민주당 무안·신안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 150여 명이 집단 탈당, 반 김홍업 전선으로 돌아섰는가 하면 신안군의회 황두남 의원(45)은 아예 한나라당에 입당해 지역 분위기를 읽을 수 있게 했다. 유권자들의 의견도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사실상 DJ 아성인 이곳에서 홍업 씨에 대한 지지율이 20%대인 점만 봐도 이런 사정을 알 수 있다.
김홍업 씨의 당선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광주일보> 정치부 정후식 차장은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무소속 이재현 후보와 경합은 하겠지만 민주당의 대대적인 지원유세와 DJ 정서에 의존한 선거운동으로 지역표심이 그리 돌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박지원씨 등 동교동계의 전폭적인 지원, 특히 지난 12일 이희호 여사가 직접 찾아 “내 아들을 국회로 보내 달라”는 식의 유세가 오히려 지역민심을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무안지역 한 기초의원은 “홍업 씨의 전력, 일방적 전략공천에 이어 이 여사까지 나서는 등의 행태를 주민들이 좋지 않게 본다”며 “특히 무안지역에서는 우리 지역 출신을 뽑자는 정서까지 더해져 결과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층이 많은 것도 변수다. 각 여론조사를 보면 30~40% 정도가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 유권자 수가 많은 무안주민의 선택도 관심사다. 무안은 5만 899명, 신안은 3만 9741명으로 무안이 9000여 표가 많다. 17대 때 한화갑 전 의원도 무안에서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나타내 무안 정서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재현 후보 측 백경훈 공보팀장은 “인물이나 참신성면에서 이 후보가 낫다는 게 유권자 판단이고, 자체조사 결과 절대 뒤지지 않다”며 “특히 말은 않지만 부동층의 향배는 우리 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무안·신안 보선의 또 다른 관심 축은 한나라당 후보의 선전 여부. 강성만 후보를 내세운 한나라당도 연말 대선을 앞두고 호남 풍향을 읽는다는 점에서 전폭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역대 호남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지지율 한 자리 숫자를 넘어보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 지지율이 10%를 넘고 있어 한나라당은 희색이다. 한나라당 전남도당 안태욱 대변인은 “지금 지지율은 기존 선거결과의 2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기대를 걸고 있다. 강 후보 측이 노리는 득표율은 20%대. 만일 이 목표가 이뤄진다면 한나라당도 향후 호남에 대한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구애작전에 나설 전망이다.
무안·신안=김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