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후보.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다행히 양측이 여론조사 방법에 합의한다고 해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박 전 대표 측이 경선 직전에 이 전 시장 측의 금품 살포를 주장하며 자칫 ‘경선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양측과 관련된 각종 고소 고발 사건도 경선에 마지막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운명을 가를 8월 19일까지 이 박 두 경선 후보 앞에 놓여있는 경선의 ‘지뢰밭’을 훑어보았다.
A(박근혜 전 대표 측 관계자): “한나라당 경선은 토끼와 거북이 경주와 같다.”
B(이명박 전 시장 측 관계자): “왜 그런가?”
A: “박근혜 전 대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고향이 경북 구미인데 ‘구’자가 거북이 구(龜)자 아닌가. 그런데 이명박 전 시장의 연고지는 경북 포항인데 포항이 우리나라 지도에서 보면 토끼 꼬리에 해당하니까 토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지금 이 전 시장이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어서 앞서고 있지만 결국 거북이 박 전 대표가 천천히 토끼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B: “허허, 재미있는 표현이긴 하지만…포항이 토끼 꼬리에 해당하는 것은 예전 식민사관에 근거한 것이다. 국가운이 비상하는 현 시대에는 우리나라를 토끼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포항은 웅비하는 호랑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심벌이 호랑이) 출신인 이 전 시장에게는 호랑이가 맞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 비유는 좀 억지스럽다.”
한나라당 경선이 바짝 다가오면서 양 캠프 관계자들은 실없는 농담을 나누면서도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현재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는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이 초반 국면에 토끼처럼 뛰어서 멀찍이 앞서가고 있지만 경선 막바지가 되면 부지런한 거북이 박 전 대표가 결국 그를 따라잡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박 전 대표 캠프 일부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지지율 역전극이 아직 일어나지 않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박 캠프 사람들이 하나같이 굳게 믿고 있는 것이 있다. 사실 박 전 대표 측은 “현재 이 전 시장에 비해 ‘조직과 자금’면에서 열세”인 것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그것이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경선 승리를 강하게 확신하는 ‘백’은 바로 ‘조직과 자금’을 넘어서는 박 전 대표의 ‘신비한 바람’이다. 박 전 대표 측이 경선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결국 ‘감성’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과연 박 전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울까’라는 물음을 계속 던지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는 경선 나흘 전인 오는 15일이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날이자 광복절이라는 점에 착안해 하루 전날(14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연고지이자 자신의 아성인 대구에서 열리는 합동연설회를 ‘눈물 바다’로 만들 것이라는 소문이 계속 나돌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후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작위적인 연출이다.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고 말하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에 따라 박 전 대표가 ‘매우 감상적인 포인트를 찾게 된다면’ 돌발상황 발생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박 전 대표가 대구 연설회에서 부모의 불행한 죽음을 상기시키면서 눈물로 TK(대구 경북) 정서에 호소할 경우 지난 대선에서 선보였던 ‘노무현의 눈물’에 못지않은 파괴력을 갖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박 전 대표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자신들의 ‘감성전략’에 대해 “지난 총선과 재보궐 선거에서 보여준 박 전 대표의 국민적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판세가 비관적이었던 곳도 박 전 대표의 바람이 지나가면 금세 지지도가 오르곤 했다. 박 전 대표가 방문하는 곳마다 그를 보려고 모여드는 사람들의 행렬에서 그의 잠재력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한국민들의 정서도 박 전 대표를 도와줄 것이다. 일방적인 강자 이 전 시장보다 여자이면서 ‘약자’인 박 전 대표에게 더 많은 표를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선 막판에 이명박 대세론이 굳어지면 굳이 투표장에 갈 필요가 없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투표율이 떨어지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열혈당원 중심의 투표율이 높아져 박 전 대표가 더욱 유리해진다”라고 말했다.
▲ 박근혜 후보 | ||
이 전 시장 캠프에선 매주 과거의 지구당에 해당하는 당원협의회별로 대의원과 당원 상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일종의 성적표다. 그런데 의원들을 독려하던 이재오 최고위원마저도 한때 10위권 밖으로 처져 긴장했었다고 한다. 이 최고위원은 그 뒤 ‘열심히’ 발로 뛰어 7위권으로 올랐다는 얘기도 돈다. 이처럼 캠프 2인자부터 하위직까지 조직 확장을 위한 경쟁심리가 퍼져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한다는 것. “무한경쟁을 해서 살아남는 사람의 논리가 받아들여지는, 철저한 기업논리가 캠프에 적용된다”는 게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 전 시장 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막판 전략에 대해 “현재 박 전 대표에게는 두 가지 악재가 있다.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북한 핵 위기 때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더욱 올라간 것에 비춰보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여성’인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갈 모멘텀이 별로 없다. 여기에 후보 검증 쟁점도 점점 ‘그게 그것이고 별 게 없다’는 반응이 많아지면서 그 열기가 식어간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검증 공방을 살려야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는 박 전 대표로서는 이 점도 불리한 점이다”라고 지적하면서 “반면 우리는 안정된 지지율 격차를 바탕으로 마지막 조직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막판 바람’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 노력이 그 결과를 말해줄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양측이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는 포지티브 분위기를 계속 만들 것이다. 하지만 경선 막바지라고 하더라도 박 전 대표 검증의 핵심인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이 있으면 꼭 짚고 넘어갈 것이다. 우리의 양면 공격에 박 전 대표가 아마 헤매게 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시장 측의 막판 전략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이 한반도대운하 공약 실책 등을 만회하기 위해 새로운 ‘깜짝 공약’을 들고 나오면서 분위기를 포지티브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도 계속 제기해 박 전 대표를 압박하는 ‘양동작전’을 쓸 것으로 본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런데 양 캠프가 필승 전략을 세우고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당 안팎에서는 계속해서 경선이 성공적으로 치러질지 염려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먼저 경선 여론조사 방법으로 ‘선호도’ 방식이 잠정 결정된 데 대해 박 전 대표 측이 “절대 승복할 수 없다”며 경선불참 등 ‘중대결심’ 가능성을 계속 내비치며 이 전 시장 측을 압박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 김재원 대변인은 “5000표 정도로도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데 지지도냐 선호도냐에 따라 5000표 이상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만큼 이 전 시장 측 주장대로 간다면 경선 참여가 맞는지 고려할 문제”라며 경선 불참 등의 강경책으로 맞설 것임을 밝히고 있다. 반면 이 전 시장측은 “박 후보 측이 불리하니까 경선 판을 깰 준비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 8월 1일 이명박(위) 박근혜 후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심성민 씨의 빈소를 방문해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
그럼에도 당의 공식 기구에서 결정한 사안을 다시 뒤집을 명분이 약하다는 게 박 전 대표 측의 딜레마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도 ‘일사부재리 원칙’을 얘기하며 번복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도 불리한 요소다. 이 전 시장 측도 박 전 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시장 캠프 한 관계자는 “양측이 합의해 만든 당 공식 기구에서 결정된 사안을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느냐. 우리도 불리한 게 있지만 무조건 수용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박 전 대표가 경선에 불참한다면 이 전 시장과 홍준표 원희룡 후보로 치러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해 쉽게 물러서지 않을 자세다.
금품살포 문제도 경선 국면의 핵심 쟁점 사항이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들은 이 전 시장 측이 광범위하게 금품 살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1인당 10만 원씩 뿌린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캠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의 한 사조직 관계자가 최근 이 전 시장에게 불만을 품고 양심선언을 할 것이라는 첩보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 측에서는 박 전 대표 측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에서 최근 선거부정 신고 전화를 개설해 금품 살포, 선거인단 매수 등에 대한 신고를 받겠다는 홍보를 하는 것도 막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박 전 대표 측이 경선일에 임박해 금품 살포를 주장하며 자칫 ‘경선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도 높다.
두 후보와 관련된 각종 고소 고발 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진행 결과도 여전히 경선 국면을 어떻게 뒤흔들지 모를 뜨거운 변수다. 남은 기간 중 어떤 폭탄성 발표가 있다면 상황은 또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에 대해서도 양 캠프는 시시각각 속보를 체크하는 등 위기대응 전략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아프간 인질 사태는 그 양상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여파가 경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추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경선은 정상을 바로 코앞에 두고도 도저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