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으로 가려진 경선 후보 5인. 왼쪽부터 손학규 정동영 한명숙 이해찬 유시민 후보. | ||
이들 5인은 본 경선 주자로 확정되자마자 6일 밤 첫 TV 토론회를 갖고 날선 공방을 펼쳤다. 친노주자들은 1위 손학규 전 지사를 겨냥해 “사랑방 손님이 아닌 문간방 손님인 것 같다” “한나라당에서 지지율이 안 나오니까 만만하게 보고 여기 온 것 아니냐”는 등의 직격탄을 날렸고 손 전 지사는 “친노가 똘똘 뭉쳐 따로 놀겠다는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그런가 하면 정 전 의장에 대해서는 “타이타닉호를 보면 선장은 다 탈출시키고 자기는 마지막에 죽어버리지 않느냐”며 공격을 했고 정 전 의장은 “우리당에서 뭉개고 있던 분들은 대통합을 위해 무슨 기여를 했느냐”며 반격했다.
이들은 7일 전남 지역을 시작으로 16개 시도를 돌며 본 경선을 펼칠 예정이다. 10월 15일 대선후보를 최종 확정하기까지 이들의 공방은 어디까지 갈까. 본 경선에서 최대 이슈가 될 후보 5인의 아킬레스건을 미리 짚어본다.
손학규||| 손학규 전 지사가 가진 가장 큰 ‘급소’는 ‘한나라당 탈당 전력’과 정체성 시비 논란이다. 이 점에 관해 손 전 지사 측에서는 ‘지겨우리만치’ 반복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손 전 지사 측 우상호 대변인은 “한두 번 정도라면 모르겠는데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는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비효율적인 싸움 아닌가”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이 점에 관해서는 ‘논리적’ 답변이 소용없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손 전 지사는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었다. 노동운동 전력을 가진 손 전 지사는 1993년 민자당에 입당했고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까지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을 세 번(3선) 하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이런 사실은 다른 주자들로서는 공격의 호재다. 이들은 손 전 지사가 민주화 운동의 과정에서 과연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과연 손 전 지사의 이념적인 노선이 진보와 참여라는 현 범여권과 일치하는지를 집중 추궁할 태세다. 6일 TV 토론에서 이 전 총리가 “평화개혁세력의 정책 노선에 맞는 후보가 돼야 하는 데 ‘정상회담 노탱큐’, ‘광주는 털어버려야 한다’ 등의 발언을 보면 아직 한나라당 의식이 많은 것 같다”며 공격한 것은 그 일환이다. 더구나 ‘손학규 필패론’을 주장하는 천정배 의원 같은 이들은 “손 전 지사로서는 대선에서 승리하지도 못할뿐더러, 대선 패배 뒤 민주개혁세력은 존재기반마저 잃어버릴 것”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경선이 정책 대결로 가지 않고 이런 정체성 논란으로 흐를 경우 손 전 지사는 전반적으로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더구나 세 명의 친노 주자가 단일화 할 경우 공격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친노주자 3인의 예비경선 지지율 합계가 34%로 손학규 전 지사(24.75%)를 10% 이상 앞선다는 점이 손 전 지사로서는 큰 부담이다.
더구나 당심의 소재를 확인한 손 전 지사로서는 경선 룰이 여론조사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초미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론조사가 10% 이하로 반영될 경우 범여권내 조직력에서 밀리는 손 전 지사가 위험하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정 전 의장도 손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탈당 전력’이 문제다.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만든 데 이어 다시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전력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신기남 의원은 예비경선 이전부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다. 신 의원은 “당 의장을 두 번이나 해놓고 상황이 어려워지자 대통령과 당을 탓하며 탈당한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몰아붙인 바 있다. 다른 친노주자들도 작심한 듯 정 전 의장의 탈당 전력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참여정부의 황태자였고 참여정부가 통일부 장관을 아낌없이 지원해줬기 때문에 정동영이 있다”고 공격했고 이해찬 전 총리 역시 “큰 국가를 이끌어가려고 하는 지도자의 자세는 언제나 마지막을 내가 지킨다는 자세로 해야지, 조금 흔들린다고 먼저 뛰어내려서야 되겠느냐”며 비난에 가세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은 자신의 탈당에 대해 ‘대통합을 위한 것이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으나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 해명 방법’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마저 듣고 있다.
정 전 의장으로서는 현재로서는 범여권의 유일한 호남 주자라는 것이 강점이기도 하지만 또한 약점이 되기도 한다. ‘호남 불가론’이 늘 따라 다니고 있는가 하면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지지율이 늘지 않는 고민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정 전 의장에게는 2004년 총선 때 했던 ‘노인 폄훼 발언’도 아킬레스건이다. “진의와 달리 전해졌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국회의원직을 포기해야 했고 줄곧 정치적 짐이 됐기 때문이다.
이해찬||| 이해찬 전 총리가 가진 ‘친노 대표 주자’라는 타이틀은 향후 범여권 대선구도에서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의 힘이 커질 경우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나 그 반대의 경우엔 ‘아킬레스건’이 될 공산이 크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친노주자라는 이미지는 상황에 따라 이 전 총리의 강점으로, 혹은 약점으로 평가되며 대선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꼬리표를 뗄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이 전 총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친노세력을 결집시키고 노 대통령의 영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성격이 모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면도날’, ‘송곳’, ‘독사’ 등으로 불렸고 최근에는 ‘버럭 해찬’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다 이런 의미다.
불법 유턴을 하다 적발된 자신에게 “왜 규정대로 스티커를 발부하지 않느냐”며 교통의경을 경찰서에 넘기도 했으며 국회 대정부질문 때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별 꼴 다 본다”,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고 말해 국회 파행을 빚은 일도 있다.
이런 직선적이고 거침없는 말투와 친근감이 부족한 이미지도 대중들이 느끼는 이 전 총리의 약점이다. 더구나 그동안 3·1절 골프 파동을 비롯한 몇가지 논란에 휩싸였던 점도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일
유 의원이 듣고 있는 또 하나의 별명은 ‘노 대통령의 이념 경호실장’이다. 누구보다 노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평을 들어온 유 의원은 그동안 노 대통령 편에서 싸워왔고 이는 비노 진영의 공격에 노출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노세력에 지지기반을 둔 유 의원으로서는 이해찬 전 총리와의 관계도 부담이다. 유 의원은 이 전 총리의 보좌관 출신이다. ‘정치적 사제관계’인 두 사람이 대선주자로 경쟁하고 있는 구도 때문에 언론에서는 양 주자를 종종 비교한다. 유 의원 측은 “(이해찬 후보와 유 후보는) 총리와 장관의 관계로 보는 것이 맞다. 20년 전에 보좌관을 했는데 둘의 관계를 의원과 보좌관으로 규정하면 두 사람 모두에게 인격모독”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둘은 이제 친노세력의 지지를 두고 싸워야하는 처지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한나라당 구도 만들기 작업에 들어간 노 대통령이 이해찬 전 총리를 밀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유시민 만큼 노 대통령의 복심을 잘 알고 있는 인물도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명숙||| 한나라당 경선 이전엔 여성지도자로서의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 이미지를 부각시켰던 한명숙 전 총리는 박 전 대표의 낙마 이후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 전 총리 측은 ‘부모의 리더십’ ‘어머니의 리더십’을 대표적 이미지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피가 튀는 대선 판에서 이러한 이미지만으로 대권을 차지하기에는 약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한 전 총리가 강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이명박 후보와의 대결구도에서는 승산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한 전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공약’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것은 온화한 이미지와 함께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했던 전략이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스스로도 주장하듯 그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다른 주자들과는 다른 ‘세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화합의 지도자’라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자칫 ‘센’ 모습을 내보이는 것이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는 “부드럽다는 것과 강하다는 것은 대척점에 놓인 것이 아니라고 본다.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갖춘 후보로서의 한명숙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구도에 ‘기대고’ 있는 타 후보에 비해 지지층의 충성도와 결집력이 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조직이나 계파에서도 다른 친노주자에게 취약한 면을 보이고 있다.
‘큰 목소리’와 ‘공격성 발언’을 자주 하지 않았던 탓인지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적게 받았다는 점도 한 전 총리 측이 가지고 있는 불만 사항이다. 그래서인지 한 전 총리를 연상하면 대중들에게 얼른 떠오르는 정책이나 공약이 없다. 한 전 총리 측은 “정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알릴 기회가 부족했다”며 앞으로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친노후보 단일화’를 먼저 제안한 것 역시 낮은 지지율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시각이 많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