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가까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는 불 보듯 뻔한 일. 한나라당은 과거 두 번의 패배를 통해 이번만은 네거티브 공격에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 ||
또한 이명박 후보 측은 한나라당이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검증 문제로 역전을 당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여권 대권주자에 대한 ‘꺼리’를 찾아 ‘맞불작전’을 펴는 적극적인 대선 전략을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선을 앞두고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야의 ‘검증 전쟁’을 따라가 봤다.
제 17대 대통령 선거는 ‘모 아니면 도’가 될 것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1년 가까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여권의 파상 공세를 여유 있게 물리치고 ‘싱겁게’ 청와대로 직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반대의 전망도 만만치 않다. 막판 대형 변수 때문에 그동안의 지지율이 물거품이 되면서 결국 여권 주자에게 역전을 당할 것이라는 것이다. 1년 동안 ‘모’만 내던 이 후보가 마지막 판에 ‘도’를 내는 참담한 결과다.
그런데 여야의 대선 후보 관계자들은 ‘모 아니면 도’의 결과가 나올 것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이명박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신정아 씨 사건이 ‘게이트’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대선을 앞둔 마지막 추석의 민심도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단 전국적 여론이 이 후보의 재산 의혹에 관한 것이 아니라 신정아 게이트 등 정권 권력 비리에 대한 비판으로 모아질 경우 이 후보에게 반사 이익이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런 계산을 하는 게 아니라 전국 투어를 통해 민심 청취와 정책 개발 등 자신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형 비리가 계속 터진다면 이 후보가 대선에서 확실하게 이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아직 후보도 정해지지 않은 사상 최악의 대선 환경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지금 이래도 간다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도’를 내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은 크게 두 가지의 변수를 ‘기대’하고 있다. 먼저 후보 단일화 부분.
여권은 지난 2002년 대선 때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단일화’를 통해 막판 지지율 급상승을 이뤄낸 바 있다. 이번에는 더 높은 기대치를 바탕으로 ‘어게인 2002’를 노리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10월 14일까지 전국 순회방식의 경선을 치러 분위기를 띄울 예정이다. 여기에 친노 주자인 이해찬 전 총리가 한명숙 전 총리와의 후보 단일화 대결에서 승리한 것도 점차 국민적 관심을 끌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10월 16일 민주당이 후보를 확정하면 민주당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간에 다시 여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2차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장외에서 기회를 엿보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이 막판 결선리그에 합류할지, 아니면 내년 총선을 목표로 독립적인 정치 결사체로 남을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또 다른 변수를 더 기대하는 소리도 높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의 경우 이미 지난 대선에서 한번 쓴 전략이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는 그 파급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역시 최대 변수는 후보 검증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특히 여권은 이명박 후보를 거꾸러뜨릴 ‘한 방’을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올해 3월 12일 당시 열린우리당 1차 탈당그룹인 범여권 통합신당모임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이강래 의원은 기자간담회 때 “한나라당 후보들은 ‘네거티브 한 방’이면 갈 수 있는 취약한 후보들”이라고 말해 여권 전략의 일단을 드러낸 바 있다.
이해찬 전 총리도 “이명박, 박근혜 후보는 플라이급이나 라이트급밖에 안 된다. 한 방이면 간다”, “이명박 후보가 TV토론에서 나한테 걸리면 박살난다. 한 번만 맞아도 10분 만에 간다”고 주장하는 등 여권에는 후보 검증이 일종의 ‘도깨비 방망이’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때 여권이 ‘김대업 병풍 조작’, ‘이회창 후보 측의 기양건설 뇌물 수수 의혹’ 등을 제기했지만 선거 후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던 만큼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네거티브 ‘한 방’에 속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러한 ‘효력’을 잘 알고 있는 여권은 이명박 후보 검증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 예정이다. 또한 추석 전 국회 상임위 활동을 통해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 등을 전면적으로 제기해 나가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김효석 대통합민주신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도곡동 땅, BBK 주가조작, AIG 특혜,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 관련 의혹 등이 고구마 뿌리처럼 얽혀있고, 그 뿌리에는 이명박이 자리잡고 있다”라며 이 후보 검증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특히 여권은 BBK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도곡동 땅과 함께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사안이 많은, 매우 폭발력이 강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정동영 후보 측이 김경준 사건에 대해 광범위하게 ‘스크린’을 하고 있고 그를 10월 중순경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얘기가 유포되고 있다. 또한 여권 A 의원의 경우 김경준 사건에만 매달려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A 의원은 미국에 이명박 후보의 호화별장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 그에 대한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그런데 김경준 씨의 경우 10월 초 미국 재판 일정이 잡혀 있어서 10월 귀국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를 이미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톡톡히 경험한 바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여권 후보들에 대한 의혹 제기를 하고 저쪽에서 방어하는 구도가 됐다면 훨씬 선거가 쉽게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에서 그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선제공격을 기본 전략으로 삼을 예정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권력형비리조사특위 위원장은 최근 이에 대해 “(여권에서) 네거티브가 나올 시간을 안 줘야 우리가 (대선에서) 이긴다. 융단폭격을 해야 한다. 1997년이나 2002년처럼 방어만 해서는 안 되고, 선제공격해서 저쪽이 방어하는 데에 신경을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명박 후보 측의 한 관계자도 “대선이 기본적으로 정책대결이 되어야 하지만 저쪽에서 김경준 귀국 작업을 하는 등 네거티브에만 집중할 경우 우리도 똑같이 맞설 것이다. 여권 후보들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권의 비리도 광범위하게 제보를 받고 있다. 확실한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의혹을 제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 측과 공조하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와 권력층 인사들의 각종 개발사업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홍준표 위원장은 노무현 후보 대선자금과 관련해 “지난번 대선 자금 수사를 이 시점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 당시 노무현 후보 진영에 대한 수사는 상당 부분 은폐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도 얼마 전 당시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이런 언급을 했다가 논란이 된 적도 있지 않느냐”고 말해 향후 대선자금 재수사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신정아 게이트’에 이은 ‘제 2의 게이트’가 터질 가능성도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두세 건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제보를 받고 조사 중이다. 필요에 따라 추가로 조사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정국을 뒤흔들 또 다른 게이트가 어떤 것인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나 구체적 팩트가 있는 제보들을 모두 종합해서 국정 감사 기간 동안 종합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이는 이번 국감이 ‘이명박 때리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에 대한 ‘맞불작전’이자 ‘선제공격’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의 ‘검증 전쟁’은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