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7월 3일 이명박 서울시장의 아들 이시형 씨(히딩크 감독 왼쪽)와 사위가 히딩크 감독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제공=오마이뉴스 |
(주)다스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검증 과정에서 ‘이상은 씨가 아닌 이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을 일으킨 곳이다. <일요신문>은 최근 정치권 관계자로부터 시형 씨가 이 회사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확인결과 실제로 시형 씨는 이 회사핵심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 이후 줄곧 세간의 관심을 모아왔던 시형 씨의 행보와 (주)다스 입사 배경을 추적해봤다.
시형 씨는 2008년 10월 자신의 매형(이 대통령의 사위)이 부사장으로 있는 한국타이어에 입사했다. 그는 국제영업 부문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뒤 불과 한 달 뒤 정사원이 됐다. 얼마 전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외교부 특채에 합격한 것이 논란이 된 것처럼 당시 시형 씨의 경우도 특혜 논란이 일었으나 회사가 사기업이었던 관계로 유야무야 넘어갔다. 그러나 그는 정사원으로 업무를 시작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11월 회사를 그만뒀고, 퇴사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그가 중국 쪽 자원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행적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 측은 유 전 장관 특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형 씨와 관련해 ‘이런 저런 오해를 살 수 있어 취업을 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의 이런 설명과는 달리 시형 씨는 큰아버지와 돌아가신 외삼촌이 공동운영했던 회사인 다스의 핵심부서에 과장급으로 근무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지난 10일 본사 인사팀에 전화를 걸어봤다.
기자가 ‘이시형 씨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요청하자 인사팀 관계자는 “이시형 씨와 통화를 원하면 서울 사무소 쪽으로 전화를 해야 한다”며 서울 사무소 연락처를 가르쳐줬다. 기자가 ‘근무하는 부서가 어딘지 말씀해 주시면 그쪽으로 바로 전화를 하겠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이시형 씨의 경우는 부서를 알려드리기가 곤란하다. 지금 알려드린 번호가 일하는 부서이니 그쪽으로 전화하시면 통화가 된다”고 말했다.
인사팀에서 가르쳐준 번호로 전화를 걸자 시형 씨의 비서실로 연결됐다. 전화를 받은 여직원에게 기자임을 밝히고 시형 씨와의 통화를 요청했다. 그러자 여직원은 경계심을 나타내며 “(정확한 근무부서는) 말씀 드리기 곤란하다. 다시 전화를 걸면 확인시켜 주겠다”는 말만 남기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이후 기자가 다시 전화를 걸자 “어느 부서에 근무하시는지 모르겠다. 전화 건 번호는 이제 사용되지 않는 번호니까 걸지 말라”고 답변한 후 다시 전화를 끊었다. 기자는 재차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이후부턴 통화중 수신음만 울렸다.
<일요신문>은 시형 씨와 직접 통화하지는 못 했지만 위와 같이 몇몇 관계자들을 통해 시형 씨가 다스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시형 씨의 다스 입사 사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이 회사가 이 대통령 친인척의 회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스란 회사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검증 과정에서 실소유주 논란을 빚었던 곳이다. 다스는 이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 씨가 49%, 친형 이상은 씨가 46%, 그리고 친구 김창대 씨가 4%의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의사결정을 못하는 특이한 구조다. 세 사람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인물로 이 대통령이 지목을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다스는 역시 이 대통령 소유라는 의혹을 받았던 금융회사 ‘BBK’에 190억 원을 투자했다 손실을 보기도 했다. 다스는 또한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에도 등장한다. 이 대통령이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현대건설은 도곡동 땅 4000㎡를 개인으로부터 사들여 1985년 이를 다스의 공동대표인 김재정·이상은 씨에게 되팔았다. 당시 두 사람은 15억 원에 이 땅을 사들였으나 10년 뒤 무려 260억 원에 매각해 특혜 논란을 부추겼다.
다스는 이 대통령 후보 검증 과정에서 의혹의 중심에 섰던 회사였으나 검찰 수사에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 당시 이 대통령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은 “다스가 ‘이 후보의 소유가 아닌 것 같다’가 아니라 다스가 ‘이 후보의 소유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라고 애매모호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 도곡동 땅에 대해서도 “이상은 씨의 지분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즉 실소유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이 대통령의 외아들인 시형 씨가 이 회사에 근무하게 된 셈이다.
따라서 시형 씨가 다스에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또 다시 정쟁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을 다시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
‘MB 일가’가 경영진 독점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입사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주)다스에는 이 대통령의 친인척이 다수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다스 경영진은 사실상 이 대통령 일가가 독점하고 있다. 현재 다스의 회장은 이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씨다. 그리고 매제인 김진 씨가 부사장을, 조카(이상은 씨의 장남) 이동형 씨가 경영본부장을 맡고 있다.
또한 다스는 현재 노조 관계자들이 포항노동청과 갈등을 빚고 있어 또 다른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경주지부 다스지회는 지난 6월 말 전임자를 비롯한 노조활동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가 포항노동청 개입으로 합의가 파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대통령 일가에 잘 보이기 위해 포항노동청이 ‘과잉충성’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노동청은 “타임오프제 위반을 시정했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조 측은 “유달리 포항노동청에서만 다른 지역과 다른 잣대를 갖고 개입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