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대규모 수혈 여파 실적 악화…IPO 차질시 재무적투자자 지분 매입도 부담
#역대 최대 규모 유상증자 단행
지난 5월 26일 케이뱅크는 이사회를 열고 1조 2499억 원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발행가는 액면가 대비 30% 할증된 6500원이며, 주금 납입일은 6월 29일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단일 증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기존 주주가 5429억 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7250억 원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규 투자자들이 낸다.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이 각각 2000억 원, MG새마을금고가 대표 출자자(LP)로 참여한 사모펀드가 1500억 원, JS프라이빗에쿼티와 신한대체투자운용이 공동 결성한 사모펀드가 1250억 원, 게임회사 컴투스가 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당초 6000억 원 규모에서 2배 이상 늘어났다. 케이뱅크가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의 계좌 개설을 독점하고,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등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끈 덕분이다. 케이뱅크 가입자는 올 초 247만 명에서 4월 말 537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4월 말 수신 잔액은 12조 1400억 원으로 한 달 만에 3조 4200억 원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여신 잔액은 8000원이 증가한 4조 6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케이뱅크는 외연 확대에 고삐를 죌 전망이다. 케이뱅크 납입 자본금은 9017억 원에서 2조 1515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 1위 카카오뱅크 자본금(약 2조 482억 원)과 대등해진 셈이다. 케이뱅크는 확충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여·수신을 확대할 수 있다. 또 신규 상품·서비스 개발, 대형 플랫폼과의 협력 등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대주주 BC카드 출혈 감당 가능한가
케이뱅크에 대한 기대와는 별개로 BC카드에 대한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 금액 중 기존 주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5429억 원의 대부분을 최대주주인 BC카드가 감당해야 한다. 2·3대 주주인 우리은행(19.9%)과 NH투자증권(10%)은 이번 유상증자에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한화생명보험(3.82%)이 배정된 물량 규모(350억 원) 정도로 참여한다. 나머지 주주들이 유증에 참여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금융업계에선 불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KT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자회사 BC카드에 케이뱅크 지분 10%를 363억 원에 넘겼다. 이후 BC카드는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34%까지 확대했다. 당시 BC카드가 투입한 자금만 1950억 원으로 절반가량을 부담했다. 당초 케이뱅크는 5949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하지만 주주들이 출자 결정을 미루면서 3대 주주(BC카드·우리은행·NH투자증권)만 참여하는 것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BC카드는 케이뱅크 수혈을 위해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을 단행했다. 지난해 유상증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17년 만에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또 마스터카드 보유 주식 145만 4000주 중 95만 주를 3508억 원에 매각했다. 나머지 마스터카드 보유 주식 50만 4000주도 매각해 이번 케이뱅크 유상증자 자금으로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BC카드의 케이뱅크 지원은 실적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전업 카드사 8곳 중 BC카드와 롯데카드만 순이익이 감소했다. BC카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2% 감소한 97억 2124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마스터카드 주식을 매각하면서 법인세 비용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1분기 법인세 비용은 18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48.49% 떨어진 596억 원을 기록했다. 전업카드사 8곳 중 BC카드만 역신장했다. 이동면 BC카드 사장은 실적 부진으로 1년 만에 경질됐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유상증자 규모가 2배로 늘어났지만, 보유 현금과 마스터카드 지분 등을 고려하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BC카드 부담이 늘어나는 부정적인 요인과 케이뱅크 재무건전성이 안정화되는 긍정적인 요인이 상존하게 된다. 향후 유상증자 규모가 확정되고. 케이뱅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4월 5일 한국기업평가는 BC카드의 등급 하향변동 요인을 ‘자회사 지원 부담, 자체 카드사업에 따른 사업 및 재무 리스크 확대’로 변경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당초 유상증자 규모인 6000억 원을 토대로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대규모 지원 부담이 지속된다면 BC카드의 재무안전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구현모 KT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구현모 대표는 취임하면서 기존 통신 사업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천명했다. 금융은 이 같은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 4월 KT는 자산관리 핀데크기업 마이데이터에 250억 원 규모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당시 구현모 대표는 “(마이데이터 인수 관련) 지켜봐 달라”며 “케이뱅크 증자는 제대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요구해온 드래그얼롱-콜옵션 조항을 승낙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까지 케이뱅크 IPO를 하지 못하면, BC카드가 콜옵션을 행사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을 사줘야 한다. 현재의 비용 부담에 이어 미래 리스크까지 떠안은 셈이다.
이와 관련, BC카드 관계자는 “케이뱅크 이사회 의결만 진행됐고, BC카드 이사회 의결은 아직 완료되지 않아 답변을 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도 “주주로 있는 회사별로 이사회를 진행해서 발표해야 될 사안”이라며 “주금 납입일이 돼야지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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