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언급 제품 판매량 늘지 않아 ‘정용진 효과’ 물음표…“미안하다, 고맙다” 논란 일자 “Sorry and thank you”
정용진 부회장은 2010년부터 꾸준히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해왔다. 재벌 오너가 SNS 활동을 한다는 것이 생소한 데다 이를 대중에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일이어서 일부에서는 다른 재벌 오너들과 달리 정용진 부회장이 대중과 직원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는 호평도 있었다.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던 만큼 이후 정용진 부회장의 SNS 활동은 크게 논란이 될 만한 대목은 없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용진 부회장의 SNS 활동이 부쩍 잦아지고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것은 프로야구단 인수를 결정할 즈음부터다. 이때부터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이 거칠어지고 그 수위가 아슬아슬해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용진 부회장은 주로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며 사업과 사생활을 공개하고 있다. 게시글을 30개 안팎으로 유지하면서 오래된 게시물은 삭제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활동이 부쩍 늘면서, 지난 1월 51만 명 수준이던 팔로어는 지난 16일 66만 7000명을 넘어섰다. 게시글을 하루에 5개나 올리기도 한다.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인수 후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4월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야구팬들과 대화하며 타 구단을 향해 “발라버리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또 정 부회장은 “과거 키움 히어로즈가 넥센 히어로즈일 때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넥센 측이) 나를 X무시하며 자존심이 땅에 떨어질 정도로 내몰았다”, “(야구단을 가진 롯데를 보며) 많이 부러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타사를 자극하는 것이 ‘정용진 마케팅’의 한 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늘 새로운 사업을 할 때마다 업계를 자극해 왔는데, ‘세상에 없던 OOO’이라는 표어를 내걸며 기존 선배들이 만들어둔 시장을 무시하고 도발하는 식”이라면서 “구단주를 부러워하던 정 부회장은 야구단 인수 후 타 구단을 조롱하고 스포츠계 생리를 무시하는 방법으로, 야구단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마트24는 야구단과 연계한 맥주 ‘SSG 랜더스 라거’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 1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다른 맥주 이미지도 눈길을 끌었다. 맥주의 이름은 ‘구단주 맥주’로 맥주캔 디자인에 들어간 일러스트 남성은 정 부회장으로 보인다. 이마트 측은 구단주 맥주가 아이디어 차원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정 부회장이 이를 당당히 공개한 만큼 관련 업계는 술렁였다.
앞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야구팬들, 그중 단 한 개 구단의 팬들을 타깃으로 하는 상품인데 얼마나 넓은 소비층에 어필할 수 있겠나. 나머지 구단들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며 “만약 큰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경영자의 얼굴이 들어간 제품에 ‘실패’라는 낙인이 찍히는 만큼 매우 큰 위험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출시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만든 시안을 부회장이 가볍게 공개한 것 자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용진 부회장의 SNS 활동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 정 부회장이 자사 제품을 직접 소개하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시장 반응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 부회장이 홍보한 제품들이 판매량 증대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정용진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것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여러 차례 올린 ‘고창 소주’는 지난 2월 초 전통주 활성 차원에서 10개 점포에서 테스트 운영됐다. 고창 소주는 현재는 80여 개 점포에서 테스트 운영 중이며 지난 4월과 5월 평균 3200여 병을 판매했으나 정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게시글을 올리기 전과 후 판매량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해창막걸리’도 매달 꾸준히 3000~4000병씩 판매됐던 제품으로, 정 부회장의 홍보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마케팅 팀에서 먼저 부회장의 얼굴을 넣자고 감히 건의할 수는 없을 테고 정 부회장이 먼저 제안했을 텐데, 딱히 ‘정용진 효과’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판매량이 안 오르면 안 오르는 대로 신세계와 정 부회장 이미지에 타격만 남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SNS 활동은 유통업계뿐 아니라 때론 대중의 눈살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25일과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을 올리며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이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남긴 추모 문구로서 당시 이를 두고 정치적 해석이 분분했다.
또 지난 5월 28일에는 소고기 사진에 “너희들이 우리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썼는데, 이 역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6년 세월호 분향소에서 쓴 방명록 글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지적이 나오자 정용진 부회장은 보란 듯이 “Sorry and thank you” 또는 “OOOO. OOO”라는 글귀를 남겨 ‘미안하다, 고맙다’를 연상케 했다. ‘확대 해석’이라며 정 부회장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지만, 굳이 논란이 되는 문구를 고집해야 하느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젊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SNS를 활용한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아는 것 같지만 논란이 되는 발언과 정치적 해석으로 위험 요소도 크다”며 “신세계는 이미 유명한 회사인데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정 부회장이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SNS 활동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오히려 ‘오너 리스크’가 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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