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라인 구축 대권 행보 본격화, 정책팀은 아직 스터디 수준…언론·법조인 위주 인재풀 한계 지적
윤석열 전 총장은 3월 4일 검찰을 떠난 후 인재 영입에 나섰다. 정치권,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을 만났다. 원래 친분 관계가 있었던 인사들도 있지만 대부분 윤 전 총장이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윤 전 총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큰 뜻을 생각하고 있는데, 도움이 돼달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줄곧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은 일정 대부분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누구와 회동했는지도 마찬가지다. 간혹 선별적으로 밝히는 정도였다. 윤 전 총장 대권 의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의문부호도 커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윤석열 회의론’이 확산됐고, 각종 의혹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이 대변인을 임명하며 언론과의 소통 강화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읽힌다. 윤 전 총장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동아일보 출신 이상록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을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윤 전 총장은 ‘윤 전 총장 측근’ ‘윤 전 총장 지인’ 등을 출처로 하는 발언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졌고, 그러다 보니 혼선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통일된 메시지를 내기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공보 라인부터 갖춘 것엔 또 다른 고민이 작용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 발언들이 언론 등을 통해 여과 없이 나오다보니 그에 따른 리스크가 너무 컸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장모 의혹과 관련 “남한테 10원 한 장 피해를 준 적이 없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도마에 오른 게 대표적 사례다. 여권에선 십자포화가 쏟아졌고, 보수 야권에서조차 “괜한 말을 했다” “부메랑이 될 것”이란 날선 반응들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을 돕고 있는 한 법조인은 이렇게 말했다.
“말이란 게 어 다르고, 아 다르다. 얼마나 많은 정치인들이 말 때문에 고생을 했느냐.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한번 내뱉으면 다시는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데, 정치 경험이 없고, 평생 검사로 살아온 윤 전 총장 스타일상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해야 하고, 또 각종 의혹에 방어도 하기 위해선 캠프 차원의 정제되고 일관된 메시지를 내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공보와 함께 네거티브 대응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대권 출사표를 던지는 순간부터 검증의 링에 오를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과거 대선을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며 급부상했던 주자들은 경쟁 후보 공세에 버티지 못하고 낙마했다. 이미 여권에선 윤 전 총장 처 김건희 씨의 전시사업 특혜 의혹, 장모 최 아무개 씨 논란 등을 비롯해 두둑한 ‘실탄’을 장전해둔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총장은 평소 친분이 있는 한 변호사에게 ‘네거티브 대응’에 대한 전권을 주고 수시로 관련 논의를 주고받고 있다. 이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을 때도 도움을 줬다. 현재 이 변호사를 필두로 검찰 전·현직 인사 2~3명도 윤 전 총장 네거티브 공세에 반박하기 위한 논리 개발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사실상 네거티브 팀을 가동하고 있는 셈이다.
공보와 네거티브팀에 비해 윤 전 총장 공약을 담당하는 정책팀은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다. 다만, 윤 전 총장은 경제와 외교 부문 교수들과 자주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복지 관련 전문가들도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현안을 놓고는 김대중 전 대통령 가신그룹인 동교동계 출신 몇몇과 원로 법조인 ‘멘토’들이 윤 전 총장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처음부터 우리는 신당 창당을 통해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면서 “하지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 뜻을 굳히면서 여기에 필요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의 윤 전 총장 측 법조인도 “윤 전 총장이 오래 전부터 존경했던 한 변호사가 (국민의힘 입당을) 종용했다고 들었다. 앞으로도 중요한 결단의 순간에 그 변호사 뜻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윤석열 사람’들을 놓고 정가에선 다소 박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에게 사람이 몰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눈에 띄거나 거물급인 인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유다. 더군다나 ‘윤석열 캠프’엔 언론인과 법조인들의 쏠림 현상이 유독 심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윤 전 총장이 평생 검사로 재직하며 주로 기자와 법조인들을 상대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인재풀의 한계라는 의미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이력서를 넣었던 인사들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렇게 ‘영양가’는 없어 보인다. 소문난 잔칫집에 막상 먹을 건 없었다는 얘기”라면서 “보수 언론 출신들로 공보라인을 채운 것이나 법조인 위주의 의사결정 구조는 앞으로 표 확장성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이 사람을 모으는 데 가장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 전 총장이 과연 국가를 이끌어갈 만한 자질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많다. 갑작스럽게 대권 판으로 호출된 윤 전 총장은 솔직히 ‘준비된 대통령’과는 거리가 멀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경선, TV 토론 등에서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그야말로 각 분야 ‘드림팀’을 만들어 공약을 준비하고 발표해야 한다. 어차피 대통령이 모든 걸 다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윤 전 총장 대권 행보 성패는 여기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선 당초 ‘새로운 정치세력’ 기반의 출마를 꿈꾸던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으로 선회한 것도 이런 고충과 연관 지어 바라본다. 여권 ‘빅3(이낙연 이재명 정세균)’가 전국 조직 정비, 인재 영입, 정책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맞서려면 1야당의 물리적 여건, 네트워크 등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힌 윤 전 총장의 ‘차선책’인 셈이다.
현재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의힘과 입당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준석 대표가 ‘버스 정시 출발론’을 들고 나오자 윤 전 총장 측은 입당 이 외의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국민의힘 압박에 나섰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어차피 윤 전 총장도 우리가 필요하니까 들어오는 것 아니냐”면서 “특혜를 바라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들어와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 법조인은 “특혜를 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어렵게 대선 출마와 국민의힘 입당을 결심한 만큼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물밑에서 입당 시기 등을 놓고 조율을 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에서 다소 억지스러운 요구를 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캠프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면서 “지금 여당 후보에 맞서 정권을 교체할 후보가 윤 전 총장 말고 또 있느냐”고 반문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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