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탑승 경쟁이 여권 대선 경선판을 흔들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후보 단일화 승부수가 대표적이다.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은 6월 28일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민주당 예비경선(컷오프) 등록 첫날부터 '반이재명' 연합군의 불씨를 잡아당긴 셈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바람직하다”고 애드벌룬을 띄웠다. 반이재명 전선이 확대될 경우 여권 대선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중 후보 단일화의 매개물 역할을 한 이는 이광재 의원이다. 그는 6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도심 소재 공항 주변 고도제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후보자 간 정책 연대를 통해 당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6월 22일에는 경선 연기파 3인방이 같은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개최, 반이재명 연합군 개시에 불을 지폈다. 앞서 이 의원 주도로 6월 9일 당 소속 경기 지역 기초단체장 17명과 함께 ‘정세균·이광재가 묻고 답하는 경기도 기초단체장과의 간담회’도 열었다.
여권 한 전략통은 “각 캠프가 내부 여론조사를 토대로 판세 분석을 한 결과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간 당 내부에선 “1위보다 막차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민주당은 7월 11일 9명 후보 중 6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 컷오프를 진행한다. 애초 여권 안팎에선 빅 3 이외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본선에 진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이 예상 밖으로 고전하고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었다.
일부 보좌관들 사이에선 “이러다가 원조 친노(친노무현)끼리 꼴찌 싸움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언급한 원조 친노란 이 의원과 노무현 정부 때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의원을 말한다. 7월 11일 예정인 민주당 컷오프부터 깜짝 이변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앞서의 여권 전략통도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를 빼고는 누가 본선에 진출해도 이상할 게 없는 판세”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6월 27∼29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이 지사(23.7%)를 제외한 여권 대선 주자들은 모두 한 자릿수 선호도를 기록했다. 이낙연 전 대표(8.4%),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4.8%), 정세균 전 총리(3.4%), 박용진 의원(1.3%) 등이었다. 범보수 진영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4.3%로 가장 높았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6.1%), 최재형 전 감사원장(5.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9%), 유승민 전 의원(2.7%) 등이 뒤를 이었다(관련기사 [7월 여론조사] ‘대선후보 선호도’ 이낙연 8.4%…두 자릿수 붕괴).
경선 연기파 3인방 중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의 선 단일화는 막차 탑승을 위한 정치적 승부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회창 대세론을 꺾고자 노·정(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던졌듯, 범친노와 원조 친노가 승부수를 띄웠다는 의미다.

특히 양자 단일화 선언 이후 여권 관계자들은 경선 구도 판세가 어디로 흘러갈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말만 후보 단일화지, (컷오프를 우려한) 이 의원이 정 전 총리를 밀어주려는 전략이 아니겠냐”라며 “정 전 총리가 출마를 중도 포기하고 ‘이광재 지지’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파급력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의원 측은 “우리 스스로 출마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양자 단일화가 최종 성사되면 여권 대선 경선 본선행 막차는 김두관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간 3파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3인방과 추미애 전 장관, 박용진 의원은 “단일화는 없다”며 완주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누가 막차를 타는지는 1위 후보를 맞히기보다 더 어렵다”라며 “어쨌든 정세균·이광재 후보 단일화로 반이재명 연대의 색깔은 한층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전 포인트는 △반이재명 연합군의 확장 여부 △결선투표 시 뒤집기 가능성이다. 일단 전자는 청신호다. 경선 연기파 3인방의 한 축인 이낙연 전 대표는 연일 정세균·이광재 후보 단일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들이 후보 단일화 선언 이후 첫 일정으로 경남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한 6월 29일 이 전 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 연대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나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라고 화답했다. 앞서 ‘민주당 적통론’의 당위성을 주장한 이 전 대표가 ‘후보 단일화=당사자 문제’로 치환한 것이다. 여의도 안팎에선 “반이재명 연합 전선의 판이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7월 5일 이낙연의 입을 주목하라.”
민주당 한 당직자의 말이다. 7월 5일은 이 전 대표가 제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날이자, 정세균·이광재 후보 단일화 데드라인 날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전 대표가 이날을 대선 출정식으로 잡은 것도 반이재명 연합군 합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원샷이 아닌 단계적 단일화를 통해 반이재명 연합군의 판을 키우는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권 내 이재명 경기도지사 다음으로 지지도가 높은 이 전 대표는 ‘3자 원샷 단일화’에 참여할 실익이 많지 않다. 당 컷오프까지는 상대적으로 여유도 있다. 시간 벌기를 통해 판 키우는 게 낫다는 의미다.
문제는 반이재명 연합군의 파급력이다. 후보 단일화의 반향이 없으면 결선투표를 하더라도 9회 말 투아웃 역전 홈런은 불가능하다. 변수는 친문계 현역 의원 및 80만 명가량의 권리당원 표심이다. 친문계 일부 지지를 받는 정 전 총리의 낮은 지지율과 친조국을 외치며 나온 추 전 장관의 등장이 맞물리면서 반이재명 연합군 파급력이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에게 갈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이낙연·정세균·이광재 지지도를 합쳐봐야 30%도 안 나온다”라며 “결선투표에 가더라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9룡 대결의 원조 격인 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당시 이인제·이한동·김덕룡·이수성 후보 등은 반이회창 연대를 구축했다. 1차 투표에선 이회창 후보가 41.12%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이인제 후보가 14.72%로 이한동·김덕룡·이수성 후보를 가까스로 꺾고 결선에 진출했다. 1차 투표에서 나타난 구도는 ‘4 대 6’으로 반이회창 연합군의 우세. 하지만 결선투표 결과는 정반대로 60% 지지를 얻은 이회창 후보의 승리였다. 이인제 후보는 40% 지지에 그쳤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세론에 맞서 연대 전선을 구축해도 이탈표는 있기 마련”이라며 “당심도 결국엔 민심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