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의견 차·강력한 경쟁자·배송 인프라 부족 등 원인 꼽혀…공정위에 매각 기한 연장 신청 관측
#결국 사모펀드만…값어치 뚝뚝
7월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진행된 요기요 본입찰에는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등 사모펀드 3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앞서 이들을 포함해 요기요 인수 적격 후보(숏리스트)로 신세계그룹의 온라인통합몰 SSG닷컴(쓱닷컴)도 이름을 올렸고 인수전 초기에는 네이버·카카오·롯데·야놀자까지 후보로 꼽히면서 흥행이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달랐다.
흥행 실패 원인으로 우선 가격이 꼽힌다. DH는 배달앱 2위라는 타이틀과 함께 몸값 2조 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가치 대비 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수를 노리는 기업들은 5000억~1조 원을 적정 가격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 부담도 만만치 않다.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상대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면 배달원(라이더)과 바이크 등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고 프로모션 혜택을 강화하며 가격 경쟁에 나서야 한다. 가격이 싸다고 무턱대고 인수할 수 없는 이유다.
단건 배달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닐슨코리아가 서울·경기권의 배민·요기요·쿠팡이츠 순방문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쿠팡이츠는 지난해 1월 2%에서 올 2월 20%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배민은 59%에서 53%로, 요기요는 39%에서 27%로 떨어졌다. 쿠팡 단건배달이 대세가 된 만큼 현재 점유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쿠팡이츠가 2위라고 보고 있다.
배송 인프라가 적다는 점도 한계다. 배달앱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갖고 있지만, 물류센터나 리스한 오토바이, 계약을 맺은 라이더 등 배송 서비스에 필요한 요소들이 경쟁사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바로고와 부릉, 생각대로 등 배달대행업체와 제휴하면 언제든 빠른 배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유통기업이 큰돈을 들여 배달앱을 인수하기엔 기회비용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앱 서비스는 아웃소싱이 가능한 부분이다. 풀필먼트 전문 업체와 제휴하면 되지 배달시장을 장악하려는 목적이 아닌 이상 요기요는 가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도 “사모펀드들도 고민이 많을 듯하다. 인수 시 기업 가치를 올려서 되팔아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뭘 한다고 한들 ‘제살 깎아 먹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쿠팡이츠처럼 가격 경쟁을 하려 해도 요기요는 배달 인프라 없어 불가능하다. 라이더와 오토바이 리스를 늘리는 등 배달 서비스 준비 움직임도 전무해 7~8월과 12월이 피크인데 이 기간을 놓칠 수밖에 없다. 만약 올해 안에 정상화 못하면 재기 타이밍을 놓칠 것”이라고 봤다.
앞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마트)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있었던 점도 흥행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그룹이 큰 금액을 이베이코리아에 쏟은 만큼 당분간 추가 M&A(인수합병)는 없을 테고, 다른 전략적 투자자(SI)의 움직임이 없다. 결국 당초 요기요가 기대했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사모펀드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관건은 가격과 시간
사모펀드 가운데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MBK파트너스가 가장 유력 후보로 꼽힌다. 홈플러스 상품들이 요기요 앱에 들어가거나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다른 기업들의 서비스를 결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프라인 유통업과 배달앱의 성격이 달라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비즈니스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만약 MBK파트너스가 인수한다면 자본 차익을 노리기 위한 목적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론도 있다. 한때 1위 배민을 위협할 정도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던 2위 사업자이고 플랫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 인수가격을 최대한 내리려고 인수후보군이 잠잠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매각 기한이 다가오고 다급해진 DH가 요기요 가격을 1조 원 혹은 그 아래로 내리면, 인수 가치가 충분해 재무적 투자자(FI)는 물론 SI도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싸늘한 시장 분위기보다도 DH에 더 다급한 문제는 공정위가 요기요 매각 기한을 올해 8월 2일까지로 정해뒀다는 점이다. 시한을 넘길 경우 일 단위 수억 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독일 DH가 추가 인수 후보를 찾기 위해 매각 시한 연장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매각 기한 20일 전인 7월 13일까지 연장신청서를 내야 한다.
신청 시 공정위는 시한 연장이 불가피한 이유를 심의하고 결정한다.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1회에 한해 최장 6개월 연장 가능하고 연장 기간에는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는다.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DH는 무조건 매수자를 찾아 8월 2일 대금납입까지 마쳐야 한다. 그러나 딜 성사도 안 된 지금 한 달간 계약서를 작성하고 대금납입까지 완료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조만간 기한 연장을 위한 정식 신청서가 접수될 것으로 공정위는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굳이 처음에 몸값 2조 원으로 제시한 요기요를 4분의 1 금액인 5000억 원으로 내리는 희생을 하면서까지 팔겠느냐”며 “이행강제금이 있더라도 공정위와 협상해서 정상참작의 가능성이 있으니 시간을 벌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딜리버리코리아 측은 매각 기한 연장 신청 여부와 관련해 “매각 관련 내용은 정보가 제한돼 알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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