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투자 장점 있지만 호황 증시에도 수익성 한계…“바둑으로 치면 초단 수준”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투자자 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재구성·운용한다. 데이터 분석과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알고리즘으로 ‘투자 로봇’을 만드는 셈이다. 금융에 IT를 접목한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국내에서는 2016년 본격화됐다. 2018년부터는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별도 앱을 통해 투자자문·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안정·중립·공격형 등 고객 성향에 따라 펀드·연금·국내외 ETF(상장지수펀드)에 자산을 배분하고 투자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소액으로 거래 수수료 없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3년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이용 중인 A 씨는 “국내 ETF에 100만 원을 넣으면서 시작했고, 연금에도 여윳돈을 투자하고 있다”며 “한 계좌는 수익률이 18%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주식에도 투자하고 있는데 그것에 비해 손절매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아도 돼 정신적 스트레스가 덜하다”며 “때마다 리밸런싱(운용자산 재조정)을 추천하기 때문에 적어도 마이너스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자 B 씨도 “주변 조언이나 감에 따라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AI가 투자를 한다고 하니 보험용으로 넣고 있다”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특히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운용자산(AOU) 측면에서 업계 1위인 ‘파운트’의 고객 수는 2020년 말 기준 5만 4012명으로 전년 대비 16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에임’과 ‘핀트’도 각각 4배,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3사의 계약 자산은 총 1조 2468억 원으로 기록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생 기업들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면서 40대 미만 젊은 층 유입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출시된 알고리즘 자체도 늘었다. 올해 1분기 코스콤 산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센터(테스트베드 센터)에 접수된 알고리즘은 187개로, 전년 동기 대비 51개 증가한 수치다.
정작 증권사들은 비교적 소극적이다. 테스트베드 센터에 접수된 알고리즘은 46개로 가장 많지만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를 통한 올해 1분기 계약자 수는 1077명으로 직전 분기 대비 83.13% 하락했고, 운용 금액은 47억 3000만 원으로 2018년 4분기 이후 연속 감소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젊은 고객의 MTS·HTS의 수요가 늘고 금융상품을 굳이 지점에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다 보니 지점 운용비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자체 상품을 개발하기보다 AI·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에서 금융공학적인 자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가 가장 크지만 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올해 1분기 은행을 통한 계약자 수는 20만 7658명으로 투자자문사·자문일임사·증권사 등을 통틀어 가장 비중이 컸다. 운용 금액은 1조 5391억 원으로 압도적인 규모다. 그러나 현행법상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외에는 은행의 투자일임이 금지돼 있어 단순 ‘무료추천’ 서비스에 그친다. 즉 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더라도 고객의 가입까지는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양훈석 테스트베드 센터 팀장은 “투자자문사나 증권사의 경우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속일 수 없지만 은행은 자체 집계한 수치를 넘기는 구조라 일부 허수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 시장 호황에 비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투자자 C 씨는 “리스크가 크더라도 오히려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게 나을 뻔했다”며 “‘적극투자형’으로 설정해도 수익률이 지지부진하다”고 밝혔다. 투자자 D 씨는 “거래 목록을 보면 이렇게 투자하는 게 최선이었는지 의아하기도 하다”며 “손실을 겨우 면했는데 성공 보수를 가져가는 것은 불만이다. 해외 ETF는 세금도 15.4% 내야 해서 사실상 원금 보존 수준에 가깝다”고 말했다. 핀트와 파운트는 각각 연수익의 9.5%, 15%를 자문보수로 지급해야 한다.
테스트베드 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안정추구형과 위험중립형 로보어드바이저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4.22%, 6.45%로 KOSPI200 수익률(6.61%)에 밑돌아 2분기 연속 낮게 나타났다. 적극투자형의 평균 수익률은 10.74%를 기록했으나 국내외 주식이 제외된 포트폴리오의 경우 각각 3.68%, 3.58%에 그쳤다. 센터 관계자는 “포트폴리오에 안전자산 비중이 높은 경우 최근과 같은 증시 상황에는 수익률이 비교적 낮을 수밖에 없다”며 “올해 2분기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의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벤치마킹(목표치가 되는 지표)을 세워두고 초과 수익이 발생했을 때 그 일부를 업체에 공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위험투자를 해서 큰 수익을 거두지 않는 이상 서비스 업체가 상당히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투자의 피로를 덜어주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은 있다”며 “수익이 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증시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계좌에 ‘묵혀두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계에 투자자가 직접 알고리즘을 구성하기도 한다.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E 씨는 “도박장 같은 코인 시장과 달리 로보어드바이저는 게임 시뮬레이션과 비슷하다”며 “투자자들끼리 모이면 쓰는 용어부터 개발자 모임과 별 차이를 못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충분한 백테스팅(과거 데이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 실전 사례를 공유하고, ‘스톤’이라 불리는 성공 전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몇 가지 조건을 걸어두면 자동 매매가 이뤄져 편하다”며 “장기적으로 봐야겠지만 단타 추세는 괜찮은 편”이라고 밝혔다.
김창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바둑에선 사람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었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바둑으로 치면 ‘초단’ 수준”이라며 “평균적인 수익률은 보장되지만 아직까지 시장 환경의 변수를 딛고 높은 수익성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창기 교수는 “최근 신규 투자 유입이 많고, 웬만한 투자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금융위원회에서 몇 가지 방안을 내놨지만 원금 손실 시 책임 소재에 대한 부분이 정확하게 완비되지는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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