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설치법 제11조 4항에서도 금융위원의 심의·의결에서 제척 사유가 명시돼 있다. 제1호는 자기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 제2호는 배우자, 4촌 이내의 혈족, 2촌 이내의 인척 또는 자기가 속한 법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이다. 한은법은 친인척 관련을 ‘직접적 이해관계'로 제한한 반면 금융위법은 ‘이해관계’로 범위기 좀 더 넓다.
지난해 4월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를 담보로 증권사 등에 최대 10조 원을 대출하는 내용의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마련하기 직전 금통위 고승범 위원은 자진해서 제척 심사를 받았다. 심사 결과 제척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고 위원은 의결에 참여했고, 금통위는 해당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고승범 후보자는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에도 의결 참여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사전 점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재직 당시인 2016년 한국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특례인정 의사결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를 주재하며 거의 모든 금융회사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금융지주는 증권,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의 사업을 영위 중이고, 카카오뱅크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금융위 의결사항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한국금융지주 또는 카카오뱅크와 이해관계가 성립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그럴 때마다 위원장이 회의에서 제척될 수도 있는 셈이다. 금융위원회 설치법은 위원 스스로 심의·의결을 회피할 수 있도록 했다. 고 위원이 금융위원장이 되더라도 상당 부분의 업무에서는 스스로 손을 떼야 하는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