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연루 의혹 이종현 전 대표, 회사자금 250억 유용 고발 당해…노조 “경영진 교체해야”
#소액주주들 기업회생 신청 이유
좋은사람들은 지난 6일 포괄적 금지명령 공고를 공시했다. 회생절차 개시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대해 강제집행 및 가압류, 가처분 등을 금지한 것이다. 이는 앞서 5월 31일 좋은사람들 소액주주들이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접수한 데 따른 것이다. 좋은사람들은 지난 11일 채권자 리스트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액주주가 직접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좋은사람들은 그동안 노조와 소액주주가 나서 경영진에 회사 경영정상화를 촉구했지만, 지난 3월 상장폐지 위기에 몰릴 때까지 경영진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2018년 영업이익 25억 원을 기록한 좋은사람들은 2019년부터 적자 전환해 영업손실 88억 원, 2020년 영업손실 233억 원을 기록했다.
수상쩍은 자금 거래도 포착됐다. 내부통제 없이 회사자금이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 활용되거나 우발채무가 발생한 것. 소액주주들은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좋은사람들 최대주주인 이종현 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며 직접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월 소액주주들의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가처분 신청에 따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현재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부터 회사 내부에서도 이 전 대표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공시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현재 최 아무개 감사와 김 아무개 사외이사, 좋은사람들 노조 등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당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 5월부터 조사에 착수, 고발인 및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자금은 어디에 쓰였나
이종현 전 대표는 2018년 10월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을 내세워 15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좋은사람들의 새로운 최대주주(지분 11.69%)가 됐다. 인수 자금 출처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의 출자자는 제이에이치리소스(50억 원)와 KTP투자조합(100억 원)이고, 본인이 140억 원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초 KTP투자조합의 실체가 드러나며 라임자산운용과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 1월 8일 기재정정 공시에 따르면 KTP투자조합의 출자자는 라임 사태에 연루된 코스닥 상장사 동양네트웍스(30억 원)와 에스모(35억 원), 디에이테크놀로지(35억 원)다.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투자 받아 세 회사를 실소유한 이인광 에스모 회장은 라임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돼 현재 해외도피 중이다. 좋은사람들은 기재정정 공시를 통해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의 출자자가 제이에이치리소스(33.33%), 최대출자자가 에스모(46.67%)라고 밝혔다.
좋은사람들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라임 자금으로 무자본인수 ‘기업사냥’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업사냥꾼은 회사를 인수한 뒤 회사자금을 횡령하거나 내부통제 없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사적 이익을 챙기는데, 앞서 좋은사람들 내부에서 이 전 대표를 고소·고발한 이유도 여기서 비롯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7일과 8일 최 아무개 감사와 김 아무개 사외이사는 각각 이종현 전 대표를 고발했다. 최 감사는 이 전 대표가 지난해 에이에스피컴퍼니 등으로부터 개인적인 용도로 30억 원을 차입하면서 좋은사람들을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우고 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좋은사람들에 60억 원의 부채를 떠안게 했다며 이 전 대표를 고발했다. 사측은 지난 3월 30일 에이에스피컴퍼니로부터 파주 물류센터에 대한 강제경매가 신청되고 나서야 해당 계약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사외이사는 이 전 대표가 사내유보금 254억 7500만 원가량을 외부로 유출했다고 보고 고발했다. 좋은사람들은 ‘기타 특수관계자’로 △에프앤디조합 △엘앤에이홀딩스 △대양홀딩스컴퍼니 △제이에스앤파트너스 △지앤제이파트너스 △지앤씨파트너스 등을 두고 있다. 좋은사람들은 단기대여금과 보증금, 투자 명목으로 이들 기업에 자금을 이전했다. 이 중 엘앤에이홀딩스는 이 전 대표가 2020년 9월부터 지난 4월까지 공동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곳이다.
대양홀딩스컴퍼니를 비롯한 좋은사람들의 ‘기타 특수관계자’들은 대양금속 공시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에프앤디컨소시엄(에프앤디조합 외)은 2019년 12월 31일 지분 26.33%를 보유해 대양금속 최대주주로 올랐고, 이후 2020년 4월 23일 대양홀딩스컴퍼니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지분 19.19%를 확보하며 대양금속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앤씨파트너스와 제이에스앤파트너스는 대양금속 특수관계자로 명시됐다. 이 전 대표가 좋은사람들을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우고 개인적으로 자금을 대여한 에이에스피컴퍼니는 대양금속 지분 4.71%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좋은사람들에서 나간 회사 자금이 어떻게 활용됐는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좋은사람들 노조 역시 지난 5월 24일 이 전 대표가 개인적 목적으로 3명의 개인에게 36억 5000만 원을 빌리면서 법인인감을 무단으로 이용하고 대표이사 권한을 남용했다며 이 전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문경주 화섬식품노조 좋은사람들지회장은 “라임 연루 의혹이 불거진 이 전 대표 인수자금 출처가 명확히 밝혀지고, 대양홀딩스 등에 대여한 자금도 정리돼야 한다”며 “조속히 법정관리에 들어가 경영진 교체가 이뤄지고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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