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접수 위한 임시주총 9월로 연기…기존 ‘남양맨’ 경영 주도권 유지 변수 가능성에 한앤컴 ‘일축’
한앤컴퍼니는 지난 6월 3일 주식보유 신고를 하면서 ‘특정선행조건이 충족되는 날부터 13번째 영업일 또는 당사자가 합의한 날에 거래가 종결된다’고 밝혔다. 한영회계법인이 작성한 남양유업 상반기 재무제표 주석에서 ‘대금 지급 시기는 당사자 간 합의가 없는 경우 8월 31일을 넘기지 못한다’고 적혀있다. 대금 지급 시점에 최대주주가 변경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주총 개최일 전 3개월 이내인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을 감안하면 9월 14일 임시주총에서 의결권 행사주체는 구주주다. 홍원식 회장 주식이 넘어간 후에도 임시주총에서 한앤컴퍼니 측 행보에 제동을 건다면 그야말로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남양유업 경영이 여론의 비난을 받아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매각이 추진됐다. 매각 사실이 공개된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쪽은 홍원식 회장 측일 가능성이 크다. 홍 회장 측은 최근 언론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준비가 더 필요해 임시주총일인 7월 30일에 거래종결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앤컴퍼니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이 일방적으로 임시주총을 연기했다는 한앤컴퍼니와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임시주총은 기존 이사회를 통해 결의됐다. 일단 홍원식 회장 측도 동의를 했다는 뜻이다. 임시주총 안건은 크게 이사회 대신 집행임원을 신설해 경영실무를 맡기는 정관변경과 한앤컴퍼니 측 인사들의 이사 선임이다.
양측 간 매매계약이 체결되기 하루 전인 5월 26일 홍원식 회장은 매매계약 체결 직전 조직개편을 단행해 둘째아들 홍범석 상무를 임원에 선임했다. 큰아들 홍진석 상무는 이미 사내이사다. 주력 사업부서를 총괄하는 수석본부장에는 김승언 본부장(상무)을 선임했다. 홍 회장 일가를 제외하고는 60대가 대부분이던 남양유업 임원진에 46세의 김승언 상무가 전격 기용된 것이다. 부득불 지분을 매각하지만 이후 경영 주도권은 기존의 ‘남양맨’ 중심으로 유지하겠다는 포석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정관 변경과 신임 이사 선임까지는 양측이 합의했지만, 기존 이사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홍원식 회장이 일단 회사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면서도 우선매수권(콜옵션)을 확보해 추후 아들들이 다시 사도록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홍원식 회장 일가는 지분 53%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82만 원씩 총 3107억 원에 회사를 넘기기로 했다. 현재 주가는 58만 8000원으로 53% 시가는 2200억 원이다. 1977년부터 회사를 이끈 홍 회장에 상당한 수준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규정이 마련됐을 수 있다. 홍 회장은 상반기 급여로만 8억 800만 원을 받았다. 지분매각 대금에 퇴직금까지 포함한다면 추후 회사를 되살 종자돈이 될 수도 있다. 남양유업은 배당재원인 이익잉여금만 8354억 원에 달한다. 새로운 대주주가 배당 등으로 충분히 수익을 챙기고 적정한 시점에 구주주 측이 감당할 정도의 값으로 주식을 되파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
한앤컴퍼니 측은 “진성 매각”이라며 여러 의혹을 일축했지만, 외부에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확인할 길은 없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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