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수준 성적에도 계속 도전 의지…“은퇴 선수들이 즐기기 딱 좋은 운동”
#박찬호 "내 실력은 평균자책점 4점 후반대"
야구 해설위원, 각 단체의 홍보대사, 광고모델, 방송인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은퇴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찬호가 가장 열정을 보이는 분야는 '골프'다. 그는 박세리 박지성과 함께 출연한 한 방송에서 골프에 대한 열망을 강하게 드러냈다. 3명의 스포츠 스타가 각기 도전을 이어가는 프로그램 주제에서 그가 선택한 도전 과제는 골프였다.
이전부터 프로암대회에 나서는 등 골프 마니아로서 면모를 보인 박찬호는 2021년부터 KPGA 투어에 모습을 드러냈다. 첫 대회는 지난 4월 열린 군산CC 오픈이었다.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참가자 156명 중 최하위인 153위(대회 중 기권 2명)를 기록했다. 컷오프됐기에 2라운드까지 소화하면서 29오버파라는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152위와도 10타 차이가 났다. 두 번째 대회였던 7월 YAMAHA·HONORS K 오픈에서도 기권 선수들을 제외하면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는 자신의 골프 실력에 대해 스스로 "야구로 치면 평균자책점 4점 후반대"라고 평가를 내렸다.
박찬호에 이어 도전장을 내민 윤석민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9월 초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에 나선 그는 150명 중 147위(2라운드 합계 20오버파)를 기록했다. 리더보드에서 윤석민 아래 위치한 3인은 실격 선수들이었다.
투어 자격이 없는 박찬호와 윤석민은 각각 초청선수 자격으로 대회에 나섰다. 이들은 참가 대회마다 최하위에 머물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실망하지 않고 향후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영용, 야구선수 출신 1호 프로골퍼
박찬호 윤석민과 같은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이들에 앞서 이른 나이에 프로야구 선수를 은퇴하고 프로테스트에 합격해 세미프로 생활을 하거나 티칭프로로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전 OB 외야수 출신 김영용은 야구선수 출신 1호 프로골퍼다. 1982년 입단 이후 2년 만에 야구선수로서 은퇴한 그는 1991년 KPGA 준회원 프로테스트에 합격, 이후 1994년 정회원 투어프로 테스트에 합격, 골프 선수로 활약했다. 정회원 플레잉프로 자격을 따내기까지 8번의 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김홍기, 김원식, 방극천, 조현, 이준용, 인현배 등이 야구선수 생활 이후 골프 프로테스트에 응해 합격한 인물들이다. 방극천은 1부투어 대회에도 참가, 가장 높은 무대에서 활약했다. 이들 중 일부는 티칭 프로로 명성을 떨치거나 골프 연습장 등을 운영하는 등 골프계에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농구 국가대표 출신 선수가 골퍼로 전업한 사례도 있다. 임달식이다. 고려대-현대전자에서 활약한 그는 1993년, 29세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후 골프에 도전, 세미프로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앞의 야구선수 출신 골퍼들과 달리 골프계 활동을 지속하지는 않았다. 2001년 대학 감독으로 농구계에 복귀, 2007년부터는 WKBL 신한은행 지휘봉을 잡고 통합우승 5연패를 달성, 명장으로 등극했다.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각 종목 리그가 휴식기에 접어들면 '야구인 골프대회', '축구인 골프대회' 등 골프 관련 대회가 우후죽순처럼 열린다. 스포츠 명문 학교 동문들이 모여 골프를 즐기는 대회도 많다.
최근 방송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골프 예능'에도 다른 종목 스타 선수들이 얼굴을 비추고 있다. 야구와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인 이승엽과 이동국은 각기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해 골프에 열중하고 있다. 과거 함께 선수시절을 지낸 동료들을 초대해 골프를 즐기는 장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골프를 즐긴다는 한 은퇴선수는 "어쩌면 골프가 은퇴한 선수들이 즐기기에 최적화된 운동인지도 모르겠다. 선수 생활을 오래 했던 사람들은 어딘가 아픈 곳이 있다. 무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종목이 골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종목에서의 이력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골프를 치는 사람이 결국 '실력자'가 되더라. '내가 야구는 잘했는데, 축구는 잘했는데'라는 생각으로 자신만의 고집을 가지고 임하는 은퇴 선수들은 골프 실력이 늘지 않는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NBA 스타들 유명한 골프사랑
최근 미국에서는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NBA 파이널 우승 2회를 달성한 농구 스타 J.R. 스미스가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골프선수 도전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NCAA 측도 1985년생 대학 새내기의 골프선수 활동을 승인했다. NCAA는 프로서 활약했던 인물이 자신들의 리그에서 뛰는 것을 허락하지 않지만 종목이 다른 경우엔 이를 승인해준다.
스미스는 2013년 NBA 식스맨상을 수상했고 클리블랜드와 LA 레이커스 시절에는 파이널 우승 트로피를 손에 쥔 스타 선수였다. 고졸 선수였던 그는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 대학 골프 선수로 활약을 꾀하고 있다. 전업 골프 선수로서 변신은 아니지만 NBA에서 9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스타가 다른 종목 선수로 나선다는 이야기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현역 NBA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스테판 커리도 열렬한 골프광으로 알려져 있다. 비시즌이면 그의 소셜미디어는 골프장 나들이 사진으로 빼곡히 채워진다. 시즌 중에는 원정 숙소에서 스윙 연습을 하다 테이블 유리를 깨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농구계 '올타임 넘버원' 마이클 조던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골프광이었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그의 선수시절을 담은 다큐 '더 라스트 댄스'에서도 중요 경기를 앞두고 골프에 매진해 질타를 받았던 장면이 나온다. 내기 골프로 수백 달러를 잃었다는 의혹도 있다. 전설로 남은 드림팀의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 획득할 때도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골프에 매진했다. 당시 조던은 낮에 36홀을 소화하고 저녁엔 농구 코트에서 활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그는 2013년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를 포함한 2000명의 하객이 참석하는 재혼식을 골프장에서 여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플로리다에 직접 골프장을 오픈하는 열정을 보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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