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건코스메틱, 임블리 운영사 비티지에 무담보 140억 빌려준 후 96억 대손상각…비티지엔 반영 안돼 “진행중이라 미처리”
임블리로 유명한 임지현 씨와 남편 박준성 씨는 다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크게는 온라인 쇼핑몰 부건에프엔씨와 화장품 유통사 부건코스메틱으로 나뉜다. 이 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지금의 임블리를 있게 해준 회사는 부건에프엔씨다. 2016년 화장품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박 씨 등은 부건코스메틱을 설립했다. 부건에프엔씨의 현재 명칭은 비티지코퍼레이션(비티지·BTG)이다.
이 두 회사는 모자관계로 비티지가 부건코스메틱 발행주식 총수의 20%를 보유하고 있다. 부건코스메틱의 나머지 지분은 박 씨 35%, 임 씨 25%, 그리고 가족 2명이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부건에프엔씨는 설립 초기부터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그런데 2019년 4월 한 소비자가 임블리가 판매한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비슷한 피해 사례를 고발하는 계정 ‘임블리쏘리’가 생기면서 화장품 제조일자 논란, 명품의류 카피, 동대문 상인 갑질 등 제보가 이어졌고 매출도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임지현 씨는 2019년 7월 부건에프엔씨 상무직을 내려놨다. 임블리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부건에프엔씨도 큰 타격을 입었다. 매출은 2018년 약 970억 원에서 호박즙 사건이 터진 2019년 약 453억 원, 2020년 210억 원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순이익도 2018년 약 70억 원 흑자에서 2019년 마이너스(-) 185억 원으로 적자 전환됐고 2020년에도 1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모회사 적자가 커진 탓인지 2019년 부건코스메틱은 부건에프엔씨에 약 140억 원가량을 빌려주게 된다. 2019년 6월 부건코스메틱 재무제표를 보면 부채를 포함한 자산총계가 약 236억 원이었다. 그런데 2019년 12월 약 206억 원이 됐고, 이 중 140억 원이 부건에프엔씨에 빌려준 대여금이다. 사실상 부건코스메틱 자산 상당 부분을 부건에프엔씨에 빌려준 셈이다.
이 돈을 빌려줄 때 부건코스메틱은 부건에프엔씨 측에 담보 등을 제공받은 바가 없다.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자산 거의 전부를 내준 것이다. 특히 당시 부건에프엔씨 자본총계는 약 13억 원에 불과했다. 말하자면 받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계열사에 지원해준 셈이다. 그리고 부건에프엔씨는 올해부터 비티지코퍼레이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비티지 측은 “담보는 없었다. 다만 대여할 때 계약서를 작성했고, 4.6% 이자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경영상 목적으로 담보 제공 없이 특수관계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경우 일반적으로 업무상 배임으로 본다. 특히 이 경우에는 액수가 5억 원 이상이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배임 혐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과거 판례를 볼 때 법원은 별다른 채권보전조치 없이 채무변제능력이 없는 계열회사에게 대여금 형식으로 부당하게 자금 지원한 행위를 배임으로 판단한 바 있다.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지만 회사에는 손해를 가하는 행위여서, 배임행위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티지 측은 “우리는 부건코스메틱 측에 4.6% 이자를 적용해 지속적으로 상환하고 있다. 부건코스메틱에 대여한 총 140억 원 중 일부 상환해 52억 원 정도와 약 45억 원의 매출채권 등이 남아 있다”면서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상환이 정상적으로 되고 있기 때문이다. 빌려주고 상환하는 게 반복되면서 금액이 크게 잡혔을 뿐 실제로 그 정도 액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부건에프엔씨같이 리스크가 엄청나게 큰 기업에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도 없이 4.6% 이자만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배임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담보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인지 부건코스메틱 측은 약 140억 원 대여금을 빌려준 후 약 1년 만에 이 금액 중 대다수를 회계상 손실처리로 대손상각했다는 것이다. 비티지 측 관계자는 “부건코스메틱은 앞서 말한 대여금 약 52억 원과 매출채권 45억 원 정도를 상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0년 부건코스메틱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여금이 약 52억 원 남아 있다. 대여금 약 140억 원에서 상환과 차입이 몇 회 있었고 여기에 약 96억 원을 상각하면서 대여금이 약 52억 원 남았다고 보인다.
부건코스메틱은 이 금액을 대손상각했지만 2020년 부건에프엔씨 감사보고서에 이 돈은 여전히 갚아야 하는 장기차입금으로 표기돼 있다. 한 공인회계사는 “대손상각 처리를 했다고 완전히 돈 받기를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여금을 못 받을 확률이 높아서 손상차손으로 잡는 것이다. 손실처리 했다는 것을 봤을 때 보수적으로 대여금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러나 1년 만에 대손상각 할 정도의 기업에 거액을 빌려주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본다”고 했다.
비티지·부건코스메틱 관계자는 “비티지 측이 부건코스메틱에 상환을 진행 중이다.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감사보고서에는 따로 처리하지 않았다. 내년 말까지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여 금액이 크다 보니 회계법인 측에서 나중에 이 금액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일단 상각해 뒀고, 상환이 완료되면 부건코스메틱 이익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현재 비티지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어 부건코스메틱도 돈을 다 받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의 법조계 관계자는 “형법상 죄가 되려면 상당히 구체적이고 확실한 입증이 필요하다. 배임 혐의가 실제로 인정되려면 돈을 빌려줄 당시 돈 받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증명돼야 할 것 같다. 배임죄가 성립되려면 단순 회계상 실수보다는 실제 재산상 손해발생이 있거나 경제적으로 돈을 잃을 위험이 커야 한다고 최근 판례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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