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남도의 다리 경전선. 밀양에서 광주까지 철길 따라 만난 추억의 밥상, 완행열차에 올라 깊은 삶의 맛을 만난다.
낙동강과 밀양강, 바다가 만나는 오랜 교통의 요지 밀양 삼랑진.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경전선도 바로 이곳에서 시작한다. 1905년 들어선 이래로 수많은 인파가 기차를 타기 위해 삼랑진을 오갔고 증기 기관차에 물을 대던 낡은 급수탑이 남아 그 시절을 말해준다.
밀양 삼랑진역에서 오래전부터 기차 승객들을 위한 도시락을 팔았다는 삼랑진 토박이 차영애 씨. 영애 씨가 팔았던 도시락은 일명 '꼼장어'라고 불리는 먹장어 도시락이다. 영애 씨는 삼랑진에서 부산 자갈치시장까지 장을 보러 다녔는데. 별다른 냉장시설이 없던 그 시절엔 객차 안에 얼음과 먹장어를 잔뜩 담은 대야를 직접 들고 탔단다.
삼랑진에 돌아와서는 기차를 기다리다 찾아오는 이들에게 먹장어를 구워 파느라 바빴다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워낙 많아 공짜 선지 국수를 말아서 나눠주기도 했다고. 지금은 영애 씨의 딸, 정재순 씨 부부가 이어받아 먹장어구이를 팔고 있지만 옛 연탄 구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그 시절을 기억하는 단골손님들이 각지에서 찾아온단다. 그 시절 흥겹게 북적였던 삼랑진역의 추억을 만나본다.
경전선의 종점인 광주송정역은 1913년 송정리역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이 역에 특별한 친구들이 모였다. 바로 송정리역에서 광주역까지 매일 기차로 통학했다는 오동근 씨와 정국모 씨 그리고 오명숙 씨. 그런데 오늘도 그 시절처럼 국모 씨가 지각인데 국모 씨가 늦은 이유는 그 옛날 등굣길처럼 찐빵을 사오느라 그랬단다.
아직도 남아있는 통근(통학)열차에 오른 그들이 오늘 향한 곳은 학교가 아니라 근처의 시장이다. 남광주시장은 새벽이면 전라도 일대에서 경전선을 타고 온 보따리 장수들이 집결하던 곳. 남광주시장엔 예나 지금이나 없는 것이 없다고. 명숙 씨는 다가오는 추석을 위해 서대와 양태를 샀다.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고향 집으로 돌아와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명숙 씨. 그런데 꼬막을 씻는 손에 재미난 것이 들려있다. 바로 수세미 열매로 만든 진짜 수세미다. 깨끗이 씻은 꼬막을 삶으면서 명숙 씨가 말해주는 것은 모두가 요리 비법이다. 그러더니 꼬막무침을 하면서는 참외를 꺼내오고, 서대와 양태를 찔 때는 설탕을 꺼내들고, 그 유명한 송정리 떡갈비를 만들면서는 기름 먹인 한지를 꺼낸다.
이 모든 것이 명숙씨만의 특별한 비법이라는데. 요리 하나 만들 때마다 정성과 아이디어가 곱절로 들어가는 광주 송정역 밥상을 만나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보성 득량역과 금능마을 이야기, 마산역 번개시장의 스타 오두심 할머니 등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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