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이 아름답게 물드는 시간 숲솥 가장 깊은곳, 숨어있던 생명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귀한 송이부터, 그물버섯, 가지버섯, 말뚝버섯에 바위에 붙어자라는 석이까지 산 사람들의 뜨거운 땀과 추억을 가득 품고 있는 그것 가을 산이 내어준 가장 귀한 선물 버섯이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는 예로부터 춘양목이라 부르던 적송 군락지로 유명하다. 최고의 목재로 손꼽히던 적송들이 춘양역으로 모이면서 붙은 이름인데 당시 두명 이상 짝을 지어 소나무를 나르던 목도의 전통이 아직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세월이 흘러 더 이상 목도를 하지 않지만 목도꾼들의 어깨에는 굳은살이 여전하고 가을이면 소나무가 내어주는 송이가 제철을 맞는다.
적송의 뿌리에서 자라는 송이는 때를 놓치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을이면 송이를 찾기위한 숨바꼭질이 펼쳐진다. 낙엽 쌓인 나무 아래 오롯한 자태로 숨어있는 송이를 발견하면 힘든 산행도 거뜬해진다고 한다.
송이가 귀하게 대접박는 이유는 진한 솔향 때문이다. 금방 캐온 송이를 흙만 털어내고 손으로 찢어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하면서도 송이 향이 입안에 가득해진다. 송이를 소금만 살살 뿌려 호박잎에 싸서 구우면 촉촉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에 송이향은 더 진하고 그윽해진다.
30~40년전 만해도 서벽리 사람들에게 송이는 지게에 다 지고 내려오지 못할만큼 흔한 버섯이었다. 남은 송이는 고추장 단지에 박아 장아찌를 담아 두고 먹었고 박을 채썰어 함께 넣고 순하고 시원하게 국을 끓여도 별미였단다. 어느새 추억처럼 남은 목도꾼들의 고된 시간을 위로해주던 송이향 가득한 가을밥상을 만난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버섯의 종류는 알려진 것만 대략 1800여종. 그중 먹을수 있는 버섯이 약 300~400여종이며 독버섯도 16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버섯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는 가을. 천안의 한 야산, 이맘때면 매일 산에 오른다는 15년차 베테랑 김형욱씨와 4개월차 초보 전대우씨는 요즘 산에 오를때마다 발견하는 버섯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털목이, 그물버섯아재비, 말뚝버섯, 턱수염버섯에 가지버섯이라 부르는 민자주방방이버섯까지 가을산은 그야말로 야생버섯의 천국이다. 버섯은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손질하기가 어려워 물에 한번 데쳐서 손질한다음 소금에 염장을 해두면 오래 보관하기 좋고 물에 한두시간 우려내면 식감과 향이 그대로 살아난다고 한다.
독특한 해산물향과 식감이 좋은 그물버섯류는 소고기와 함께 전골이나 샤부샤부를 끓이고 가지버섯등 여러 야생버섯들을 넣고 매콤하게 끓인 짜글이는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진 최고의 가을별미다. 산이 내어준 선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살아가는 산사람들의 버섯으로 차린 별미밥상을 만나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경북 안동 왕모산 운산 스님의 표고 이야기, 지리산 석이 부부 이야기 등을 전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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