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원주민은 피해 보고 민간업자는 천문학적 이익” vs 여 “투기꾼이 절반인데 보상금 높여야 했나”
정치권과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은 개발면적 92만여㎡에 900여 필지로 구성돼있었다. 대부분이 논과 밭, 임야였다. 대장동 개발은 공공과 민간이 합작한 복합개발로 추진됐지만, 공영개발로 분류되면서 도시개발법과 토지보상법에 따라 주민의 동의 없이도 토지 수용이 가능했다.
당시 대장동 논·밭의 경우 3.3㎡(약 1평)당 200만~300만 원대로 보상액이 정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보상액 산출은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에서 대행했는데 토지소유주와 사업시행자, 시·도지사가 각각 추천한 감정평가사 3명의 평가액을 평균해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액이 당시 시세보다 턱없이 낮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장동 한 원주민은 “대장동은 2004년부터 개발이 추진돼왔기 때문에 당시 논·밭은 3.3㎡당 500만 원까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야당에서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공공개발을 내세워 대장동 원주민에게 싼값에 토지를 강제 수용해, 특정 소수의 민간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10월 13일 대장동 주민, 성남시의원 등과 성남시청을 방문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정보공개 청구서를 제출하면서 “원주민에게는 토지를 헐값 수용하고, 특정인들에게는 단군 이래 최대 수익을 몰아준 사건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와 성남시는 국회 자료요구에 일절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 역시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업의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원소유자의 피해”라면서 꼬집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민주당 측은 감정평가를 통해 보상액을 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재명 후보 캠프에 몸담은 한 민주당 의원은 “도시개발법과 토지보상법에 따라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을 하되, 관계 법령에 따른 토지 이용계획, 지가변동률,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서 평가한 적정 가격으로 보상했다”며 “특히 감정평가사 3명 중 한 명은 원주민 토지소유자가 지정한다. 실제 감정평가를 하면 3명의 가격이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헐값 수용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손실을 봤다기보다 앞으로 더 많이 오를 텐데, 그만큼 보상 받지 못했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실제 대장동 부동산의 공시지가는 미니 신도시 개발 계획이 처음 추진된 2005년 1년 사이에 2~3배까지 크게 상승했다. 이후에는 큰 변동 없이 쭉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반면 시세는 계발계획이 발표되고 취소되고를 반복하고 민간 개발업자들이 토지 매입을 시도하면서 크게 요동쳤다.
대장동 또 다른 원주민은 감정평가에 대해 “토지소유주가 추천한 감정평가사도 용역비는 사업시행사에서 받는다. 사실상 시행사 이익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감정평가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토지 수용을 했기 때문에 헐값은 맞다. 감정평가를 아무리 잘해도 시세는 넘을 수 없다. 시세의 80% 정도에서 형성된다”며 “대장동 주민들 입장에서는 좋아서 판 게 아니다. 시세에도 안 팔고 싶었을 것이다. 앞으로 더 오를 게 빤히 보이는 부동산이었다. 그런데 강제수용권이 들어오니 시세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뺏긴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 와중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발하면 좋은데, 화천대유 등 소수 민간 사업자가 수천억 원대 개발이익을 챙기니 원주민들은 어떤 심경이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대상 부동산을 원주민보다는 부동산 개발업체나 외지인이 더 많이 보유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한 이들에게 보상금을 극대화해 줄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10월 20일 경기도 국감에서 ‘대장동 수용 대상 토지 현황’을 제시했다. 2016년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실시계획 인가를 내면서 고지한 대장동 수용 대상에 오른 토지 현황에 따르면 대장동의 원주민은 대상자 141명에 토지 283필지, 면적 12만 8799㎡로, 전체 비율 중 13.9%에 그쳤다. 이어 종중(성과 본이 같은 집안)이 보유한 토지는 75필지, 면적은 31만 5807㎡로, 34.0%의 비율을 차지했다. 또한 국토부나 성남시 등이 가지고 있던 국·공유지는 195필지, 6만 6631㎡ 면적으로 전체 7.2% 비율이었다.
반면 대장동에 거주하지 않은 외지인 374명이 보유한 토지는 824필지, 면적 30만 4856㎡로, 32.8%를 차지했다. 부동산개발업체가 보유하거나, 이들에 매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토지도 321필지, 11만 9828㎡로 전체 중 12.2%를 기록했다. 즉 대장동 개발을 노리고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토지가 전체의 45.0%에 달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장동 부동산은 미니 신도시 개발 계획이 처음 추진된 2004년부터 투기 조짐이 보였다. 2005년에는 개발계획이 유출돼 수용보상 부동산을 미리 사들인 공무원 등이 적발되며 개발이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2009년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이 아무개 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씨세븐을 통해 대장동 일대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 이때 ‘일선’에서 활동해온 이들이 천화동인 4호와 5호의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다.
진성준 의원은 “14%에 불과한 원주민들이 피눈물을 흘리면서 땅값 후려치기 당했다고 하면, 이분들만 높은 가격으로 보상해 줄 수 있느냐”며 “대장동 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토지 사놓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은 가격에 수용당하게 생기니까, 더 땅값을 받아볼 요량으로 집단행동을 하고 시위한 것 아니겠느냐. 보상을 노리고 토지를 획득한 외지인과 부동산 개발업체에 막대한 가격으로 보상해줘야 한다는 말은, 부동산 투기자들 배불리자는 말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 역시 “중요한 것은 대장동 땅값이 오른 이유는 도시개발계획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즉 성남시민이 맡긴 권한으로 인허가를 해서 용도가 바꿔 오른 거다. 그 오른 부분을 성남시민이 가져야지, 왜 해당지역 주민들이 독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투기 목적으로 의심되는 토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진성준 의원 측이 국감에서 제시한 수용 대상 토지 현황 통계를 다시 수정보완하고 있다. 원주민 중에서도 거주기간이 오래됐는지, 짧은지에 따라 다시 분류한 것으로 안다. 또한 저축은행 등 근저당권 설정을 따져 개발업체에 매각된 것으로 추정된 토지를 더 찾아낸 것으로 전해진다”며 “그러면 부동산 투기를 노린 이들이 확보한 토지의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대장동 일부 원주민들은 대장지구 개발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환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승소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앞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소송에 가서 이기려면 배임 등 혐의가 증명돼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특히 보상금 산정은 시행사가 아니라 감정평가사가 맡는다. 감정평가 결과에 오류가 있음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애초에 보상액에 동의하고 땅을 협의 양도한 것이기 때문에 수년이 지난 이제 와, 시행사가 거둔 이익을 부당이익으로 환수할 수는 없다는 게 우세한 견해다. 보상액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했다면 당시에 협의보상을 하지 말고 수용재결, 행정소송에 나섰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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