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80년 만에 첫 총파업, 조현범 사장 ‘대출금 상환 압박’ 따른 무리수 지적도…사측 “과장된 해석”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의 생산이 중단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고무노련 한국타이어노조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2021년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면서 지난 24일부터 전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그에 앞서 지난 16일부터 19일 오전 4시까지 3개조가 총 6시간, 19일부터 24일 오전 6시까지는 총 12시간 부분 파업을 했다. 교섭에 진전이 없자 24시간 총파업을 시작한 것이다. 파업 참여 인원은 7개 사업장 41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임금 10.6% 인상(지난해 소급분 적용) △성과급 기준 마련(영업이익의 10%) △임금피크제(만 57세→60세로 정년 연장 시 수용)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5% 인상 △성과급 500만 원 지급 △임금피크제 요율 상한 적용 등으로 맞서는 상황이다. 양측은 25일 현재까지 총 여덟 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으나 향후 교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총파업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놀라는 반응이 많다. 한국타이어 노조가 워낙 ‘무분규 노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임단협 과정 등에서 몇 차례 파업 직전까지 간 적이 있으나 실행되지는 않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amic·대유행) 여파를 고려해 임금교섭 일체를 사측에 일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이수일 한국타이어 사장은 “임금교섭 조정 권한을 위임해준 노조에 감사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문제는 경영환경을 이유로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한 사측이 경영진 보수는 넉넉히 챙겨줬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할 때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의 연결기준(글로벌) 영업이익은 6282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15.5% 올랐다. 개별기준(대전·금산공장) 영업이익은 9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 줄어든 정도였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726억 원 규모로 넉넉했다. 다만 올해는 물류·반도체 공급 대란 등으로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개별기준 342억 원 규모로 적자 상태다.
양대 노조는 사측이 대외변수를 핑계로 직원들을 신경 쓰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한다. 직원들에게는 코로나19·물류 대란 등으로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뒤에서는 경영진의 배를 불려줬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한국타이어노조 관계자는 “작년에 6000억 원 이상 흑자가 났는데도 경영상 핑계를 대면서 어렵다고 했다”며 “사무직을 포함해 조합원 다수가 처우를 문제로 이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한국타이어지회 관계자는 “경영진의 셀프 인상에 불만이 많다”며 “노동자 상여는 재작년에 123%, 작년에 177%로 해서 300%를 기계적으로 맞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직원들의 어려움과는 달리 한국타이어 경영진은 지난해 ‘연봉잔치’를 벌였다. 조현범 사장은 급여 10억 1700만 원과 상여 15억 900만 원을 더해 총 25억 2600만 원을 받았다. 상여에 전무급 이상 임원에게 3년 주기로 지급하는 장기성과급이 11억 원가량 포함된 덕이다. 이수일 사장도 급여·상여·인정상여 등 총 11억 3900만 원을 받았다. 이 역시 장기성과급 5억 원가량이 포함된 액수다. 조현범·이수일 사장 모두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난 보수를 받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직원 연봉을 동결한 것과 대조된다.
단기성과에 대한 경영성과급도 예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지급됐다. 대표이사 두 명의 경영성과급을 보면 최근 3개년 동안 조현범 사장은 ‘2억 900만 원(2018)→2억 3700만 원(2019)→4억 1200만 원(2020)’으로 매년 인상됐다. 이수일 사장은 ‘9400만 원(2018)→8500만 원(2019)→1억 8600만 원(2020)’으로 3년간 2배가량 올랐다. 다만 급여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축 등의 이유로 5·6월에 일부 반납한 바 있다. 조 사장과 이 사장이 각각 5300만 원, 2500만 원을 반납한 것으로 추산된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보수도 2배가량 올랐다. 조 회장은 급여·상여·인정상여 등을 더해 총 39억 7200만 원을 받았다. 조 회장은 현재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 등 자녀들로부터 성년후견심판을 받는 등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관련기사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 2라운드...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심문). 이들은 조현범 사장에 대한 경영권 상속을 두고 당시 조양래 회장이 온전치 못한 상태였다며 정신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아직 감정을 할 병원을 구하지 못해 분쟁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보수는 내규상 보상 체계에 따라 절차에 맞게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단협과 관련해서는 “현재 노사 협의가 진행 중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배당금이 오름세라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앤컴퍼니는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최근 3년 동안 ‘300원(2018)→350원(2019)→500원(2020)’으로 계속 늘렸다. 한국타이어도 ‘450원(2018)→550원(2019)→650원(2020)’ 순으로 배당금을 늘려왔다. 이를 통해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총 216억 원의 배당금을 받아 최대 수혜를 누렸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6월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가져오면서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가 됐다. 기존의 조현범 사장 지분에 조양래 회장 지분 23.59%를 인수해 42.9%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인수금액만 약 2446억 원에 달한다. 거기에 양도세 27.5%에 대해서도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조현범 사장은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등 주식을 담보로 총 235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배당금 확대·보수 인상 등이 조현범 사장의 대출금 상환과 관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조 사장이 받은 대출 중 2200억 원은 오는 12월 만기를 앞두고 있기에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주식담보대출은 보통 만기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간을 90일씩 계속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대출금에 지급하는 이자만 연간 총 80억 6500만 원에 이른다.
이러한 사정 탓에 조현범 사장은 직원들에게는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도 본인은 막대한 현금을 챙겼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한국타이어의 양대 노조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배당은 회사 배당정책에 따라 주주 환원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금 상환 의혹에 대해서는 “과장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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